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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과 바이올린 켜던 헨리

by 헨리맘 2020. 10. 4.

헨리가 꼬마 때 어딘가에서 바이올린을 보고 멋져보였는지 어느날 배우고 싶다고 했다. 보기와는 달리 어린애가 배우기에 다소 어렵던 바이올린은 난항을 겪었지만 중간에 한번씩 쉬어가기도 하며 최근까지 아들과 함께 했다. 아쉽게도 학교 오케스트라 클래스를 이번 학년에는 선택 안하며 그간 집에서 늘 울리던 아들의 바이올린 소리는 뜸해졌다. 그런 아들에게 자주 들었던 뮤지션이 있는데 바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할 정도로 천재였던 파가니니이다. 어릴 적 그토록 배우기 싫었던 피아노를 대하던 나와 달리 아들은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스스로 찾아본 바이올린 뮤지션과 친숙했다.

 

 

 

꼬마 헨리 1/4 사이즈 바이올린 시작 첫날 (Sep, 2012)

 

 

 

미국 이사오고 1/2 사이즈 바이올린 켜던 헨리 (Mar, 2015)

 

 

 

헨리에게 들은 바로는 파가니니는 지금까지도 그를 따라할 수는 있어도 그만큼 할 수 있는 뮤지션은 없다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여준 뮤지션이다. 그는 현란하게 연주하는 바이올린 뿐 아니라 비올라, 피아노, 플룻 등 7-8개 악기에 능했으며 당시 바이올린 연주의 기교와 차별적인 엄청나게 많은 고난이도의 빠른 페이스, 역동적인 바이올린 테크닉을 만든 뮤지션이다. 게다가 잘생겨서 인기도 많았는데 본인 스스로도 뽐내는 걸 좋아했지만 바이올린을 팔아야 할 정도까지 도박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만의 연주 스타일을 만들며 뮤직의 한 획을 그었지만 주변에 친구는 별로 없었다는 그의 생애를 보면 천재들은 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는 건가 싶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기존의 공연과 전시가 취소되며 온라인 상에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다른 길들이 열렸다. 예전 동네 아들의 바이올린 선생님들은 버추얼로 진행한 클래식 공연을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각자 집에서 줌으로 어우러진 뮤지션들의 연주는 그들의 애정과 아쉬움이 함께 묻어나 더 집중해 감상할 수 있었다. 파가니니의 현란한 테크닉이 돋보이며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고는 연주할 수 없다는 헨리가 가장 좋아한 카프리스 24번 (Caprice No. 24) 역시 이 시기 12명의 바이올린 연주가들의 협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다. 

 

 

 

12명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연주 (Virtual Benedetti Sessions)

 

 

 

또한 카프리스 24번 외에도 전체 곡 자체가 가장 연주가 어렵다고도 하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5번 (Caprice No.5)도 함께 올려 본다. 악보만 보더라도 한눈에 이런 걸 어찌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카프리스 5번 (Caprice No. 5)

 

 

 

한때 헨리도 틈만 나면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의 앞 부분을 연습해보기도 하고, 좋아하던 시리즈인 셜록 홈즈를 보다가 인상적이었는지 시즌4 유로스와 셜록의 바이올린 연주곡을 한동안 연주했다. 학교 오케스트라 숙제량이 좀 많은 편이었는데(일주일 300분!), 그걸 다 채워 연습한 건 학교 악보들이었지만 간간히 들려주던 아들의 이런 저런 스스로 찾아서 하던 음악 연주는 옆에서 듣기에 가끔은 시끄럽기도 혹은 감동적이기도 했다.

 

참고로 아들의 주니어 하이스쿨에는 선택필수 과목인 아트(Fine arts) 과목이 있다. 오케스트라, 합창, 미술, 연극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아들은 줄곧 오케스트라를 했다. 아들 중학교 바로 옆 고등학교가 미국 전체에서 1등을 도맡아 하는 오케스트라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중학교에도 오케스트라 클래스가 5개나 되는데 처음하는 초보반부터 실력/수준에 맞춰 아이들은 오디션으로 클래스 배정이 되었다.

 

 

 

헨리의 오케스트라 가을 콘서트 (Oct, 2019)

 

 

 

게다가 리전(Region)이라 해 각 학교 잘하는 친구들로 모여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별도로 있다. 아들도 리전 오디션을 한번 쳐봤는데, 주어진 악보들이 꽤 어려워 당시 많은 연습을 했다. 아들 바이올린샘은 매해 리전곡은 악명 높은 곡들만 뽑는다며 당시 헨리의 연습을 열성으로 함께 했다. 오디션 날 이 지역에서 탑3 내에 드는 실력자 친구들 두 명과 함께 한 그룹이 되는 바람에(?) 합격하진 못했지만 오디션을 보고 헨리는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 연주가 정말 훌륭했다며 고차원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왔다고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본인도 최선을 다했고 바이올린 연습도 나름 그기간 열심히 했던 아들에겐 꽤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헨리의 오케스트라는 챔버(Chamber)로 가장 상위 클래스였다. 같은 클래스 내 헨리보다 한 학년 높던 어떤 친구는 바이올린을 이 지역에서 소문날 정도로 잘했는데 아들은 종종 그 친구의 얘기를 하곤 했다. 아울러 계절마다 열리는 학교 연주회를 가면 많은 애들이 그 애를 환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했다.

 

한번은 앙상블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그 친구와 아들이 같은 팀이었다. 헨리는 세컨드 바이올린, 그 8학년 친구는 퍼스트 바이올린을 켰다. 연주가 끝나고 다른 연주를 끝내고 온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와서는 그 친구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데 옆에서 함께 연주했던 헨리를 보니 표정이 살짝 민망해 보였다. 아이돌급 인기 저리가라로 모든 애들이 그 친구의 이름만을 외쳤다. 파가니니도 당시 연주만 하면 그 친구 혹은 그 이상의 인기를 누렸을 것 같다. 코로나로 마지막 학기 남은 공연은 할 수 없었고 그 친구는 이젠 고등학교로 갔다. 아마 고등학교 오케스트라에서도 환호성을 받을 듯 하지만, 그 전에 아이들이 함께 모여 자유롭게 공연할 날은 언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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