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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인기 풋볼과 생활/문화

by 헨리맘 2020. 10. 7.

난 운동 경기를 즐겨 시청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2002년 온 나라의 열기에 휩쓸려 봤던 축구 경기는 무척 재미있었고, 그 이후에도 유럽 리그 등 축구 경기를 가끔 흥미를 갖고 봤다. 나보다 더 아줌마 취향으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즐겨보는 신랑은 드라마는 잘 안보면서 축구를 종종 열심히 보는 나를 신기해했다. 2002 월드컵으로 나름 축구에 대해 간접 교육을 받은건지 그 이후로 월드컵은 꼭 챙겨봤다.

 

축구는 잘하는 팀들 경기를 보면 박진감이 넘치는 빠른 스피드, 조화로운 팀워크가 골로 연결될 때의 짜릿함이 내 시선을 끌었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축구 얘기라 들었던 것 같은데, 어찌 보면 온 나라가 들떴던 2002년에 축구에 대한 내 시각은 바뀌었던 게 틀림 없다.  

 

한국에서 남자애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축구팀을 했다. 같은 동네 엄마들끼리 만드는 축구팀은 당연히 해야하는 운동인 듯 했고, 헨리도 초1 때 반 축구팀을 했다. 아울러 당시 반 축구팀 부모들과도 나중에는 다 친해졌는데 애들의 축구 경기날은 부모들의 단합대회 날이기도 했다. 애들 뛰노는 동안 치맥을 하며 부모들끼리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수영과는 달리 축구엔 영~ 소질이 없었다. 민첩한 편이라 빠르게 달렸지만 골대 앞에서 저 멀리 친구에게 골을 패스해버리는 선수였으니 왼발 키커라고 좋아하시던 코치님께는 큰 이득이 되지 못했다. 축구는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경기였고, 그런 축구 경기 응원하던 당시 부모들의 열기는 월드컵 못지 않게 뜨거웠다.  

 

 

 

헨리와 아들네 축구팀 경기 승리한 날 (June, 2014)

 

 

 

미국에서 축구는 남자애들도 하지만 여자애들이 많이 하는 운동이었다. 헨리는 축구에 소질이 있지 않은 듯해 미국에서는 좀 배우다 말았고, 점차 난 자연스레 축구를 볼 일이 없었다.

 

반면 자주 접하게 된 스포츠는 풋볼(NFL: National Football League)이다. 특히 신랑은 풋볼이 아주 재미가 있다며 굉장히 전략적인 운동이라고 좋아했다. 1초의 틈을 보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로 큰 점수 차가 나는 스포츠라 하며 TV로 경기를 보며 아들과 함께 둘은 거창하게 설명하며 해석을 곁들였다. 난 풋볼 규칙은 들어도 잘 모르겠고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자꾸 옆에서 두 남자가 보니 점차 함께 보게 되긴 하였다.

 

또 이곳은 각 학교마다 풋볼 필드가 마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동네 곳곳에 있는 공터 역시 꼬마들의 풋볼 연습 경기장으로 쓰였다. 어린애들이 풋볼 옷을 입고 경기 뛰는 걸 보면 정말 귀엽기도 했지만, 나름 그들은 진지해 보였다. 헨리 말로는 학교에서 꽤 운동 잘한다는 친구들은 풋볼 (혹은 농구)를 한다고 했다. 물론 그 친구들은 최고 인기를 얻는 친구들이라고 했으니 미드에 나오는 풋볼 인기남 캐릭터는 현실에서도 있는 게 맞았다. 

 

이런 풋볼은 미국 4대 스포츠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이며 결승전인 2월에 열리는 수퍼볼(Super Bowl) 경기는 최다 시청자 및 관중수, 비싼 광고비 등을 자랑하는 스포츠이다. 슈퍼볼 경기 날은 이곳에서는 다들 여럿이 모여 함께 경기를 보며 피자를 먹는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은 각종 피자 배달용 차들만 밤에 거리를 오갈 뿐 거리가 텅빈 느낌이다. 올 2월에는 이제 컸다고 헨리는 어느덧 친구네로 몰려가 친구들 여럿이서 슈퍼볼 경기를 보며 놀다 왔다.

 

예전에 가족이 다함께 신랑 동료네 몰려가서 여럿이서 다함께 풋볼 경기를 시청했는데 이색적이었던 건 그 집에는 TV가 참 많았다. 사람들마다 응원하는 팀이 달라 서로 맘이 맞는 사람들끼리 흩어져서 각자 맥주나 와인을 손에 들고 TV를 보던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일부는 거라지에 설치된 아웃도어에 앉아 TV를 보고, 일부는 거실에서 봤던 것 같다. 난 그땐 미국 생활 초창기라 풋볼에 대해 전혀 몰라 경기 보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며 분위기만 즐겼다. 

 

 

 

슬링TV 광고 메일

 

 

 

한편 예전 동네에서 친하던 리얼터(Realtor: 부동산업자)는 매해 새해 인사로 캘린더를 보내주었는데 일년 NFL 경기 스케줄이 있었다. 풋볼 일정이 뭐가 이리 중요한가 했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생활과 같은 운동인 듯 싶다. 올해 9월 풋볼 시즌은 이미 시작되었는데 딱 그 전에 맞춰서 ESPN 슬링TV 광고 메일이 날아왔다. 헨리네 학교 풋볼팀도 다른 학교들과 경기를 곧 시작한다며 학교 메일에는 일정이 들어있었다. 안전수칙을 따르며 할 예정이라 하는데 큰 일 없이 아이들이 잘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혹자는 풋볼이 체스 게임과 같이 전략적인 경기라 했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선수들 및 코치진들 간의 긴밀한 코디네이션으로 다음 무브(Next move)가 어떠냐에 따라 그 시즌이 판가름 난다고 한다. 헨리 초등학교 때 체스 클럽 활동을 학교에서 해서 학교 대항전까지 나가곤 했다. 가족이 당시 체스도 함께 많이 두었는데 체스에서 이기려면 이런 저런 상대방의 무브가 어떤지를 예측하고 내 방향성을 정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풋볼 게임이 체스와 같다고 하니 그 거친 선수들의 움직임 속에 전략이 숨어 있구나 했다. 

 

 

 

초등생 헨리 체스 대회 모습 (Apr 2017)

 

 

 

그렇다고 풋볼 게임을 처음부터 끝가지 집중해 시청한 적은 없다. 미국 문화권에서 자라지 않아 그럴 수도 있고 규칙이 복잡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꽤 오랜 시간 펼쳐지는 경기가 가끔 재미있지만 전반적으로 다 흥미진진한 건 아니었다. 신랑과 아들 옆에서 보다 말다 하면서 동참한 게 어느덧 풋볼 시즌 스케줄이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들어오고 어떤 강팀들이 있는지 대충 알게 된 걸 보니 이 곳 생활에 또 이렇게 적응이 되는구나 해본다. 내년 수퍼볼 땐 과연 사람들과 함께 모여 경기를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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