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chool & activities

코로나 스타일 수영경기 (적응/진화 ing)

by 헨리맘 2020. 10. 18.

미국에서 살며 놀란 점 중 하나는 애들의 과외 체육 활동이 활발하며, 체육 활동에 들이는 시간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늘 일등을 차지했던 미국의 저력은 생활 체육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해가 되었다. 쉽게 생각하면 한국에서 학원을 다니며 방과 후 쓰는 시간만큼이나 미국 애들은 체육 활동에 매진한다.

 

공부에 있어선 애들이 일등하는 걸 바라지 않지만, 운동에 있어선 달랐다. 보통 주말이면 부모들은 애들의 이런저런 경기 때문에 이틀을 꼬박 써야하지만 다들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며 뒤로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했다. 아마도 (헨리가 아직 고등학생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대학갈 때 성적 외 체육 활동 등이 많이 영향을 끼치며 특히 체육에서 두드러질 경우 비싼 대학 등록금을 커버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들 수영선수될 거냐 물을 만큼 아들이 수영에 쓰는 시간이 꽤 많다. 일주일 꼬박 수영 시간을 합치니 13시간, 체력단련(Dryland) 일주일 2번에 1시간 30분, 여기에 새벽 수영 일주일 2번에 3시간 30분을 써야 한다. 다 합치니 일주일에 헨리가 수영에 쓰는 시간이 약 18시간이다. 한 달에 한 두번 열리는 경기 시간까지 합친다 치면 결국 일주일에 24시간 정도, 즉 하루 꼬박 헨리는 수영 관련 할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참 만에 지난 달 열린 수영 경기는 뭔가 모자란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애들이 기량을 발휘하기엔 코로나 스타일 경기가 어색했고, 다들 마스크를 끼고 참여/운영하는 경기 모습은 낯설었다. 반면 저번 주말 열린 아들의 수영경기를 보며 코로나 스타일 수영 대회에 어느덧 사람들은 적응해가고 점차 경기 모습도 진화되고 있구나 실감했다. 이 시기가 끝나지 않고 길어지니 점차 이런 식으로라도 나아진다는 방향성이 그나마 반가웠다.

 

이번 경기 역시 풀장에 들어갈 때만 빼곤 선수들은 다들 마스크 필수이고 경기 진행자들 모두 마스크를 껴야 했다. 애들은 거리를 유지하며 경기에 임했고, 풀장 안에 대기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 대기를 했다. 물론 대기 시에 마스크는 필수이며 아이들은 체온 체크를 받았다. 인원 제한을 위해 하루에 몰아서 하는 수영 경기가 아니라, 세션을 여러 개로 나눠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 수영클럽팀이 함께 모였다. 아무래도 경기는 맨날 보던 친구들과 하는 것보단 다른 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 긴장감도 그렇고 선수들 기량 향상 면에서 좋다. 대신 세 개 팀 모두 경기장 밖 코너별로 자리 잡아 서로 팀 간 거리를 두고 앉았다. 

 

 

 

코로나 스타일 수영 경기 선수들 대기석 (Oct, 2020)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는 아들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수영장 펜스 바깥 쪽에 자리 잡고 아웃도어 의자를 펼치고 혹은 차량 뒤를 열고 앉은 부모들은 대기하다 경기 중에는 펜스 너머로 아이들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혹시 지난번 경기 포스팅을 보셨다면, 널찍한 벌판에 앉아 애들을 기다리는 것 대비 이건 큰 이점!) 작년에도 왔던 경기장인데 그땐 철조망 펜스가 있었는지조차 신경 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가서는 선수들과 구경꾼 사이의 철조망 펜스를 보곤 뜬금없이 38선 생각도 났다. (분단의 아픔은 아니지만, 수영 선수가 아니면 철조망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철조망 펜스라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니 답답하게 밖에서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철조망 펜스 밖 부모들 대기석

 

 

 

이벤트 전 대기 중인 헨리네 조 아이들

 

 

 

아이들이 캡을 쓰고 마스크도 함께 착용하는 게 불편해 보였지만, 아이들은 코와 입을 잘 가리며 이벤트를 기다렸고 경기가 끝나면 바로 마스크를 썼다. 철조망 너머로 헨리의 대기 모습도 보고 경기 때마다 지켜보며 응원할 수 있었다. 이틀 내내 아들의 세션은 가장 마지막이어서 경기를 다 끝내니 땅거미가 지며 이른 저녁으로 접어들었다. 애들도 이번 경기에서는 어느덧 코로나 스타일에 적응이 되었는지 다들 기록이 단축되고 경기 흐름도 저번에 비해서 다급하지 않게 잘 진행이 되어 이렇게 적응해가며 살아가는구나 했던 주말이 벌써 일주일 전이다. 

 

 

 

레이싱 끝낸 아들 다음 경기 시작 때 대기 중

 

 

 

언제까지 진화할지 모르지만, 내일도 또 다른 수영 경기가 있고 다음 달에는 댈러스까지 가서 더 큰 규모 경기를 한다는데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이렇게라도 아이들은 마스크 끼고 수영을 하고 레이싱도 하며 일상은 돌아가야 하지만, 다만 코로나 스타일 아닌 사람들 열기가 꽉 찼던 예전 경기 스타일이 그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내일도 마스크 잘 끼고 다들 화이팅!)

 

 

 

 

[수영 경기 관련 이전 글]

 

 

마스크 끼고 펼쳐진 아들의 수영경기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수영이다. 헨리가 수영을 시작했던 건 다섯 살 무렵이었다. 아들은 갓난아이일 적부터 목욕할 때면 즐거워했고 물놀이를 신나 하길래 난 유독 물을 좋아하는 아이라 생

feelingmoments.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