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t-eats, Must-visits, & Must-sees

스트립(Strip)보단 어린이 뮤지엄(Discovery Children's museum)

by 헨리맘 2020. 6. 14.

라스 베가스(Las Vegas)! 어른뿐 아니라 어린애들도 좋아한다는 주변인들 추천으로 10살 아들을 데리고 갔던 여행지. 

 

 

벨라지오 워터쇼 (Bellagio Water Show, Nov 23, 2017)

 

 

 

그저 걸어만 다녀도 좋다는 스트립(Strip)에 대한 기대는 도착한 날, 벨라지오 워터쇼 보러 가는 길에 여지없이 깨졌다. 좀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지하 카지노가 없어 일부러 택했던 Vdara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흥분하던 헨리는 스트립 밤거리 구경 후 라스 베가스는 호텔만 좋다며 볼맨 소리를 냈다. Vdara에서 트램을 타고 손쉽게 관광거리로 가득한 스트립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아들은 오가는 길 타고 창밖을 구경할 수 있던 트램만 좋아했다.

 

화려한 라스 베가스 스트립은 10살 아이와 다니기엔 다소 험난했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았다. 거리 구경 보단 사람에 휩쓸려 다니는 느낌과 맥주잔을 손에 들고 큰소리로 떠들며 걸어 다니는 이들이 거리 인파의 대다수였다. 걸을 때 사방에서 뿜어오는 담배 연기는 피하기 힘들었고, 벨라지오 워터쇼를 볼 때는 옆에 하필 파이프 줄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있어 몇 번이나 자리를 옮겼는지 모른다. 이 모든 밤거리 풍경은 헨리에게 나쁜 첫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결국 미리 예약해둔 르레브(Le Reve) 쇼 말곤 라스 베가스의 번잡함을 벗어나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참고로 르레브 쇼는 호텔 자체가 예쁜 Wynn의 대표 쇼인데, 2005년 시작된 이래로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정말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던 환상적이고 다이내믹한 수중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무대와 맞닿은 앞자리 쪽 좌석을 택했던 우리 가족은 공연자들의 세세한 표정연기를 가까이서 보고 그들과 가끔은 눈도 마주치며 더 생생하게 공연에 빠져들었다. 그 높은 곳에서 수많은 곡예 낙하를 아름다운 몸동작으로 마무리하던 공연자들의 수중 (&지상) 연기에 입을 다물 수가 없고 가끔 숨을 죽여야 했던 기억이다. 공연이 다 끝났을 때는 기립 박수가 이어졌고, 쉽게 공연장을 떠날 수 없는 여운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외 다양한 스트립의 볼거리는 애가 없었다면 마냥 걸어 다니며 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즐길 수도 있었을 듯한데, 우리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때 급하게 아이들을 위한 볼거리를 검색해 찾아간 곳 중 하나가 디스커버리 어린이 뮤지엄이었다. 규모는 좀 작았지만 애들을 위한 알찬 놀거리가 풍부했다. 무엇보다 스트립 거리보단 아들에게 훨씬 큰 재미를 주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들어가자마자 있던 물놀이 구역은 아예 애들에게 우비를 제공해 준다. 물에 젖을 염려도 없으니 애들은 물을 위로 옆으로 쏘며 체험 기구를 조작에 여념이 없다. 과학 원리를 이용해 아이들의 체험 놀이를 유도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이런 식으로 전 층이 인터액티브한 체험 놀이 거리로 가득 차 있다.  몸을 써서 노는 걸 좋아하는 헨리는 어릴 때 놀이터에서 놀던 마냥 오르락내리락하며 뛰어다니며 즐거워했고, 이런 아들을 따라다니는 헨리 아빠도 꽤 위아래로 이동하며 뛰어다녔다. 이런 뮤지엄에서는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다들 해맑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 싶다.

 

 

 

 

1층 물놀이 구역
놀이터인 양 오르락 내리락 바쁜 헨리

 

 

 

내가 경험했던 한국에서의 뮤지엄은 소장 가치가 있는 역사적 자료나 전시물이 가득한 눈으로만 보는 곳이었다. 그래서 뮤지엄에 대한 인식은 지루하고 재미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가면 걸어다니느냐 다리만 아프고 유리창 건너편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신기하고 진귀한 전시물을 스치듯이 지나치며 본 후에는 머릿속에 남는 건 사실 하나도 없었다. 

 

반면 미국에서 아들을 키우며 경험한 뮤지엄은 좀 다른 듯 했다. 특정한 가치가 있는 볼거리 외에도 뮤지엄은 어린이들에게 직접 놀거리이자 체험할 거리를 제공해 호기심과 재미도 동시에 자아내는 장소였다. 아울러 뮤지엄에는 재미난 게 많으니 가족 여가 활동 장소로서 주말을 함께 보내는 놀이공간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참여해 창의적으로 놀며 배우는 뮤지엄에서는 부모들도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듯 했다.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는 공간이 많았고, 아들을 따라다니며 함께 해보는 과학 실험이나 원리 탐색이 나나 신랑의 호기심도 충분히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런 친숙한 생활 속의 놀이장소인 뮤지엄이 있어 우린 번잡한 라스베가스에서 잠시 벗어나 아들과 하루를 알차게 보내며 즐겁게 놀 수 있어 감사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