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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농구와 태권도

by 헨리맘 2020. 6. 15.

중학교 시절, 점심시간이면 복도 밖 창가에서 친구들과 빼곡히 늘어서 남자애들이 전유물인 양 사용하던 운동장을 구경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가장 인기 많은 애들은 농구를 했다. 또한 농구 잘하는 애들은 의례 키도 컸고 운동회 때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빛나는 스타플레이어였다. 그렇게 내가 알던 농구는 애들이 중학생쯤 되었을 때 많이 하는 운동을 잘하는 애들이 하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와보니, 농구는 남자애들이 공 들 수 있는 나이만 되면 흔히 하는 놀거리였다. 어느 동네를 가도 한 두 집 걸러 집 앞에 농구대(Basketball hoop) 없는 집이 없다. 헨리가 다니는 주니어 하이 스쿨 농구팀은 애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인기가 많은 운동부(Athletics)이고, 농구(NBA)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이다.

 

 

베스킷볼 캠프 (Mar, 2016)

 

 

3학년 때 농구를 한 첫날 헨리가 집에 와 대성통곡을 했다. 처음 농구공을 잡아봤으니 친구들에 비해 형편없었을 테고, 승부욕 강한 아들은 큰 키에 걸맞지 않게 잘 안되니 꽤나 스트레스가 컸으리라 짐작된다.  

 

결국 헨리를 데리고 베스킷볼 캠프를 찾았다. 캠프의 열기는 대단했고, 애들의 승부욕과 농구 실력은 더 대단한 수준이었다. 반대로 농구 초보 아들의 모습은 그 안에 끼어 있는 게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농구는 키가 크다고 다 잘하는 운동은 아니었다. 다만 헨리도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동네에서 공을 튀기고 농구골대를 놀이 삼았다면 달랐을까.

 

한편 한국에서 헨리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기 초 알게 된 건 대부분 남자애들이 태권도를 배운다는 사실이었다. 동네에 두 개의 가까운 태권도장이 있었는데, 방과 후 남자애들은 이 두 곳으로 갈라졌다. 어릴 적부터 몇 년씩 태권도를 배우는 경우가 많았고, 태권도장은 애들에게 가장 즐거운 학원이었다. 뒤늦게 친구 따라 태권도를 시작했던 헨리도 매일 가는 태권도장을 즐거워했고, 나중에는 품띠(1st degree Black Belt)까지 땄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자애들에게 이곳에서의 농구는 한국에서는 "태권도"가 아니었나 싶다. 태권도장에 가면 반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매일매일을 보내며 함께 성장하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가끔은 토요 특강도 있었는데 그 날은 태권도 외 줄넘기, 태권체조 등 다양한 다른 체육활동도 하는 날이었고 헨리는 꼭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방과 후 운동에 집중하고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미국과는 다른 한국의 현실 때문이겠지만, 태권도장은 중학생쯤부터 다른 학원에 밀려 더 이상 다니지 않는 걸로 안다. 그리고 태권도는 올림픽 때 말고는 한국에서 평상시 그다지 인기 많던 스포츠 종목이 아니라는 건 어릴 적 많은 이들이 추억할 수 있는 운동이 태권도란 점을 생각해보면 아쉽다.

 

요즘 집에서 헨리는 백야드에서 농구공을 튕긴다. 그리고 패스 연습은 어깨가 살짝 아픈 아빠 때문에 엄마인 내 담당이기도 하다. 헨리가 친구들과 함께 근방에 나가 농구할 수 있는 그 날이 언제일지.  

 

 

 

슛! 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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