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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프레드릭 베크만 "Anxious People" 새해 전날 일어난 스톡홀름 신드롬

by 헨리맘 2021. 1. 3.

프레드릭 베크만(Fredrik Backman)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A man called Ove" (한국어판: 오베라는 남자)였다. 낯선 스웨덴 작가의 책을 영어로 읽었지만 독특한 오베라는 아저씨를 다뤘던 그의 소설은 정말 따뜻했고 그 이후로도 프레드릭 베크만의 책은 찾아 읽게 되었다.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2020년, 그의 신작 "Anxious People"은 굿리즈 초이스 어워즈(Goodreads Choice Awards: 매해 10월 말~11월 초에 독자들 투표로 부문별 수상작을 결정해 선정) 2020 픽션 부문 Runner-up (준우승)으로 뽑혔다. 이 책은 사실 작년에 리뷰하고 싶었는데 결국 해를 하루 넘기고 책을 다 읽었다. Winner(우승)인 책과의 표 차이가 딱 5표라니, 내 한 표를 보태주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굿리즈 초이스 어워즈 2020 픽션 우승/준우승작

 

 

 

 

데자뷰인지, 이 작가의 책 중 "Beartown" (베어타운)도 2017년 당시엔 5표 차이는 아니었지만 준우승이었던 적이 또 있다. 베어타운은 미국의 (가끔 광적이라 느껴지는) 운동 열기를 접하고 점차 익숙해지고 동화되어 사는 와중에 읽어서인지 그 배경이 스웨덴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지만 비슷하게 미국 시골 타운을 연상하며 쉽게 몰입되었던 책이다. 오베로 만났던 작가의 스타일과는 또 다른 문체여서 놀라긴 했다.

 

(단 베어타운 후속편인 "Us Againgst You"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소설이 다 좋을 수는 없다.) 

 

책에 표시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지만 책을 넘기며 좋은 글귀가 나오면 책 귀퉁이를 조그맣게 접는 습관이 있다. "Anxious People"은 다 읽고나니 접힌 페이지가 절반이 넘는 듯했다. 처음 접했던 오베라는 남자를 읽었을 때처럼 이 책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잔잔한 감동이 가득한 책이어서 믿고 읽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스타일 중 특히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책 뒤편 감사의 글(Author's Thanks)을 보니 아마 한국어판도 지금 번역 중일 거 짐작된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1. A bank robbery. A hostage drama. A stairwell full of police officers on their way to storm an apartment. It was easy to get to this point, much easier than you might think. (은행털이범. 인질극. 아파트로 뛰어들어가는 계단을 꽉 매운 경찰관. 이쯤이면 생각보다 쉽게 결론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작가 설명과는 달리 이것만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면 안되는 그런 일이 새해 전날 일어난다. 작은 스웨덴 타운에서 실직하고 이혼까지 당한 주인공은 장난감 총을 든 채 은행을 털려 했지만 생각대로 잘 안 풀린다. 결국 근처 아파트로 숨었는데 그곳은 하필 새해 전날 부동산업자가 집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오픈하우스였던 것이다. 작가 역시 일어난 일에 대한 소개를 중간 중간 하기도 한다.

 

51. The truth? It's hardly ever as complicated as we think.... This is a story about a bridge, and idiots, and hostage drama, and an apartment viewing. But it's also a love story. Several, in fact.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복잡한 건 아니다.... 이 이야기는 다리, 멍청이들, 인질극, 아파트 오픈하우스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또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처음엔 썩 정감 가지 않는 등장 인물들에 대해 책을 읽어갈수록 궁금증이 하나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풀려나가며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모든 이들이 한번에 풀려나기까지 일어난 인물들 간의 뒷이야기는 감동 있는 반전이 있고 살아가며 낯선 타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작은 위로와 지지가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을지 느끼게 된다. 내겐 가장 반전이었던 두 등장 인물이 만났을 때의 묘사처럼 낯선 타인의 이해가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65. ... Sometimes two strangers only need one thing in common to find each other sympathetic. She saw the wedding ring on his finger, old and dented, tarnished silver. He saw hers, thin and discreet, gold, no gemstones. Neither of them had taken them off yet. (가끔 생판 남인 두 사람이 서로를 동정하게 되는 건 단 하나의 공통점만 있으면 된다. 그녀는 그가 낀 낡고 패이고 변색된 결혼반지를 봤다. 그는 그녀의 보석이 없는 얇은 금반지를 봤다. 둘다 어느 누구도 지금껏 빼본 적 없는.)

 

이 소설의 모티브인 듯한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은 실제로 1973년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인질극에서 기인하는데 당시 4명의 은행털이범에게 인질들은 애착을 느끼고 호의로운 유대관계를 형성했다고 한다. (wikipedia 참고) 소설 속에서 스톡홀름은 모두가 싫어하는 성가신 것 허나 가끔 동경하는 그런 장소/사람으로 묘사되어 나오는데 작가는 스톡홀름 신드롬도 얼핏 소설 속에서 언급한다.  

 

36. ... "Stockholm" is, after all, an expression more than it is a place,..., just a symbolic word to denote all the irritating people who get in the way of our happiness. People who think they're better than us. ... Everyone who doesn't see us, doesn't understand us, doesn't care about us. ... Sometimes "Stockholm" can actually be a compliment: a dream of somewhere bigger, where we can become someone else. Something that we long for but don't quite date to do. ..."Stockholm" can also be a syndorome, of course.("스톡홀름"은 결국 장소 이상의 표현인 셈인데, 우리 행복을 가로막는 성가신 것들을 칭하는 상징적 단어이다. 우리보다 그들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 ... 우리를 보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관심 갖지 않는 모든이들...가끔 "스톡홀름"은 찬사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어딘가 더 큰 곳에서, 누군가가 되고자 하는 그런 꿈. 우리가 바라지만 감히 하려고 들지 않는 그런 것들. ... "스톡홀름"은 당연히 신드롬도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서로에게 낯설고 무관심한 타인들로 가득한 스톡홀름보다는 걱정 많고 실수투성이인 우리들 서로가 살아가며 남들에게 낯설지만 작은 손길을 뻗치고 서로 보듬는 그런 인생살이를 그리려 한 듯 하다. 실수투성이 은행털이범이 역시 실수로 인질범이 되어버린 이 엉뚱한 이야기는 소설 속 벌어진 새해 전날 불꽃놀이처럼 내 새해 맞이도 환히 해주었다. 소설 자체 내용을 깊게 다루게 되면 그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듯해 자유롭게 모든 걸 글에 담지 못했지만 새해 들어 추천하고픈 첫 책이다.  

 

 

 

 

새해 전날 (New Year's Eve) 우리집 창밖 동네 사람들 불꽃놀이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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