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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미국에서 사커맘이란~?

by 헨리맘 2021. 1. 27.

벌써 이주일 전. 주말에 열린 아들의 수영 경기에 부모들은 입장할 수 없었다. 대신 아이들 수영하는 모습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여주는데 여타 스포츠가 그렇듯 현장감 없는 경기 시청은 2프로 부족함이 있다. 헨리를 내려다 주고 중간에 간식거리를 사들고 차에서 기다리는 와중, 고등학교 밖 필드에서는 여학생들의 사커 경기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흑백으로 나뉜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뛰는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며 신랑은 혼자 중계까지 해가며 재미있게 지켜보는 듯했다. 필드 너머 보이는 관중석엔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열 명 남짓, 팬데믹으로 사커맘들의 일상도 예전과는 좀 달라졌으리라 짐작해본다.

 

 

 

 

하이스쿨 여학생들 사커 경기

 

 

 

사커맘(Soccer Mom)은 애들을 사커 경기장에 데려다주고 경기를 지켜보고 또한 자녀의 사커팀 후원에 적극적 역할을 하는 데에서 기인하였다. 90년대 중반부터 통용되었다는데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표심을 발휘하며 언론에 흔히 오르내리게 되었다 한다. 최근 차를 바꾸게 되며 딜러샵 구경을 다니던 중 한 세일즈맨이 예전 내 차가 사커맘 차로 유명하단다. 

 

Urbandictionary에 따르면 사전적 정의는 대략 이렇다. 20대 중반~40대 중반 중산층 백인 여성,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애틀란타, D.C., 콜로라도 또는 애리조나 도심권 교외에 거주. 사커뿐 아니라 자녀들은 발레, 하키, 소프트볼 등 적어도 2개 이상 방과 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중대형 SUV 혹은 해치백 스타일 차량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특징 등이 있다.

 

사전적 정의를 읽어보니 미국판 열성(/극성?) 엄마 쯤으로 여기던 사커맘 생활을 어느덧 나도 오래 하고 있단 묘한 생각이 들긴 했다. 백인은 아니나 40대 맞고,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에 휴스턴 광역권 위성도시에 살고 있으며, 아들내미는 수영을 메인으로 그 외 다른 운동도 늘 병행해왔고 SUV를 몰고 다닌다. 이외 사전에 있던 종교 등 여타 다른 특성은 차치하더라도 세일즈맨의 말이 틀렸다 할 수 없긴 했다.

 

미국은 도심권도 대체적으로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차가 없으면 어딜 가기 쉽지 않다. 스쿨버스 외 소위 한국식 학원차/버스 등이 없으니 아이들 기사가 되는 건 대부분 엄마들이고 자녀가 많은 집은 물론 아빠들도 분담한다. 게다가 중고등학교 때 운동 선수들만 운동을 하는 한국과는 달리 생활체육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 미국은 아이들에게 공부는 강요하지 않지만, 어릴 적부터 두어 개 이상 운동에는 적극적으로 가담케 한다. (미국 대학 입시에 있어 이런 방과 후 활동/운동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기선 논외로)

 

결국 아이의 학교/방과후 활동 일정에 맞춰 엄마들은 기꺼이 기사가 된다. 먼저 학교를 데려다주고, 방과 후 수영 레슨에 데려다주고, 음악 레슨에 데려다주고 등등 후 데리고 와야 한다. 미국 드라마/영화 속 학교만 마치면 자유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모습과는 달리 이곳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다들 이런저런 활동들로 참 바쁘다. 그러니 엄마들은 늘 "차를" 운전하며 마치 UPS 기사처럼 여러 활동/이벤트 장소를 오가는 게 평범한 일상인 셈이다.

 

운동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개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체능인이나 선수급 못지 않게 아이들은 운동/활동에 많은 시간을 쓴다. 보통 주중에는 팀 연습/레슨을, 주말에는 홈경기/원정경기 등에 참가한다. 우린 이번 달 초엔 댈러스에서 열린 주말 수영 경기를 가느냐 금요일 오후 네 시간을 가고, 또 일요일 밤 네 시간을 되돌아왔다. 트렁크엔 간단한 짐 외 수영 관련 준비물만 한 짐으로 가득 채운 채였다. 이런 식으로 운동 연습/경기 활동 관련 준비물, 대기용 아웃도어 의자/텐트, 먹거리/간식 등을 다들 움직일 때마다 한 짐씩 실고 (무늬는 마치 여행이라도 가는 것처럼)  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텍사스 내 가깝고 먼 도시들을 아들의 경기 때문에 오가며 알게 된 이런 체육활동의 순작용은 실제 크고 작은 호텔들이 아이들의 경기 때문에 늘 이용된다는 점이었다. 원정경기를 가서 묶는 호텔 로비에서는 수영 가방을 멘 아들 외 베이스볼 복장을 하고 있는 아이 혹은 테니스 라켓과 공 바구니를 진 아이를 볼 때도 있다. 저마다 다른 운동이지만 다들 운동에 임하는 아이들의 열의와 그 뒷바라지를 위해 한 시간 이상 혹은 서너 시간 걸려 다른 도시로 원정온 사커맘들의 열의는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덕에 룸이 꽉 착 주말 동안 호텔은 돈도 벌었으니 그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엔 다소 과하다 싶었던 운동에 열의를 쏟는 미국의 아이들과 사커맘들의 모습 속에 내 아이가 있고 내모습이 투영되어 있어 이곳 생활이 이렇게 익숙해지는구나 싶어 6년 미국 살이 만감이 교차한다. 앞으로의 날들에서 사커맘 외 또 어떤 타이틀을 붙여가며 살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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