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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미나리 기대보단 다소 디테일이 아쉽던 영화

by 헨리맘 2021. 3. 26.

미국 살며 한국 관련한 좋은 소식이 있으면 늘 관심이 더 많이 간다. 올해 시청했던 골든 글로브 영화제 시상식에 나온 대부분의 영화는 코로나 시기 여파인지 잘 모르는 영화 투성이었지만 끝까지 본 건 순전히 "미나리"의 수상 여부 때문이었다. 수상 시 예쁜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딸내미를 무릎에 앉히고 정이삭 감독은 인터뷰를 했다. 얼마 전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미나리 영화 정이삭 감독편 ("Minari Director Lee Isaac Chung" - npr Fresh Air from WHYY, 03/03/2021)을 듣게 되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npr에서 정이삭 감독은 어릴 적 겪었던 80여가지의 에피소드를 기억해내 이 영화를 만들었다 했다. 미나리를 찍으며 특히 자기 아버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엄마 역할에 충실히 살다 보니 어느덧 내 예전 부모님 모습을 좀 더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서인지 정이삭 감독의 얘기가 와 닿았다. 이민자 가족을 그린 영화인지라 나 역시 그런 테마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기에 어떤 식으로 그의 경험을 스크린에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드디어 며칠 전 "미나리" 영화를 봤다.

 

 

 

영화 미나리

 

 

 

너무 기대를 했어서일까 다 보고 "이렇게 끝인건가?"하는 멍한 느낌을 받으며 좀 허무했다. 일단 영화는 잔잔하게 한국인 이민 가족 모습을 보여준다.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자신만의 큰 농장을 운영하고자 한 남편을 따라 시골로 이사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땅을 손으로 일구며 새로운 시작에 몰두하는 남편과 달리 고립된 시골 보단 캘리포니아로 다시 돌아가 도시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아내 둘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어린 아들과 딸, 그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온 외할머니를 둘러싼 한 가족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속 남편과 아내 간 잦은 갈등은 영화 후반부 일련의 사건으로 해소되는 듯하며 영화는 막이 내린다.

 

특히 극중 외할머니 윤여정이 한국서 가져와 풀숲에 심은 미나리가 엔딩을 장식하며 무성하게 잘 자라난 광경이 나온다. 아마 감독은 그걸 통해 희망이란 메시지를 그렸던 것 같다. 실은 난 미나리를 좋아하지 않아 그저 매운탕에 들어가는 채소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미나리는 어디서나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 한다. 극 중 외할머니는 미나리 원더풀 노래까지 손주와 함께 흥얼거린다.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타고 화제성이 있는 영화인데 비해 내겐 많이 싱거운 영화였다. 잔잔하더라도 그 안에 따뜻하고 정감 있는 소재들이 있었고 이를 좀 더 디테일이 살게 잘 풀었다면 더 공감이 되었을 텐데 내겐 큰 감흥을 주진 못했다. 영화 전반적으로 캐릭터별 설명이 더 나왔다면 아울러 두 손주와 외할머니 간 장면도 좀더 그려졌다면 감독의 의도도 더 잘 살고 영화가 풍성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편 두 아이들이 나오는데 유독 큰 딸 Anne에 대한 디테일은 너무 적어 한 가족 스토리 내 딸 역할을 한 Anne이 너무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감독은 아들 David 역할에 본인의 어린 시절을 투영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그랬던 걸까 싶긴 하지만 영화를 보며 Anne은 어느새 잊혀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만 드넓게 푸르름을 보이는 시골 풍경 아래 흐르는 음악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의 흐름을 잘 받쳐주면서 장면별로 정감 있는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 내내 흘렀는데 알고 보니 이 영화 작업을 한 Emile Mosseri(에밀 모세리)란 음악 감독은 이미 감성적 사운드 트랙으로 꽤나 유명한 작곡가/피아니스트/가수였다. 곧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탔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영화에 대한 내 아쉬움은 내가 영화 전문가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고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지도 모른다.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라 하는데 본인의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이 영화를 토대로 앞으로의 좋은 작품들을 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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