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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꽤나 엉뚱했지만 참멋을 지닌 모스크바의 신사 글귀 모음

by 휴스턴 사는 헨리맘 202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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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살다 보면 영어도 한국어도 어설퍼져 버린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얘기한다. 꽤 공감하는 말인데 그래서 의도적으로 몇 년 전부터는 일 년에 한 권 정도 한국어판 책을 찾아서 읽는다. 여기 책에 비해 한국 책은 일단 활자도 크고 겉표지도 더 예쁜 듯 하다.

 

 

 

 

하드커버 겉표지(좌) 속 디자인이 심플해 더 마음에 드는 소설 북커버(우)

 

 

 

 

A gentleman in Moscow (Amor Towles 작) 이 책은 원서로는 앞부분만 좀 흥미롭게 읽다가 말았던 책이다. 두께도 그렇고 유달리 긴 러시아 이름과 낯선 모스크바 속 호텔이라는 배경에 푹 빠지진 못해 다른 책에 밀려 있었다. 그러다 아빠찬스로 한국에서 다른 물품과 함께 보내주신 이 책을 다시 한국어로 접하니 그 느낌이 달랐다. (아빠! 감사합니다~^^ )

 

책 전체적으로 주인공 백작의 다양한 사고를 들여다보며 한국어의 현학적 어휘들은 참 어렵구나 새삼 느낀 책이기도 했다. 사실 좋은 글은 쉽게 간결하게 술술 읽혀야 한다고 하는데 번역본은 그 매끄러운 흐름 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이 책은 크고 작은 삶의 지혜가 녹아있어 명품같은 글귀가 꽉 차 있다.

 

연대기식으로 구성된 700여 페이지의 이 책은 1922년부터 1954년까지 격동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역사의 격변기를 접할 때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역사가 마음 아플 때가 있다. 혹은 그들의 역사 때문이 아니라 동시대 한국의 옛 역사를 주관적으로 개입하다보니 그 역사가 마음 아프다 여겨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잘 몰랐던 러시아 역사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백작에서 호텔 웨이터로, 모두에게 좋은 친구이자 나아가 아빠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내는 주인공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일들에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는데 특히 중반부 이후 재미가 더해지는 책이기도 했다. 한편 (미국 만세스러운) 끝맺음은 살짝 의외였지만 이 책은 전반적으로 잘 쓰여진 청소년 권장도서 같은 느낌도 든 책이었는데 읽으며 글귀가 좋아 접은 페이지가 다 책을 덮고 나니 상당했다.

 

원문과 함께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나온 글귀들을 모아봤다. 

 

Either way, he figured a cup of coffee would hit the spot. For what is more versatile? As at home in tin as it is in Limoges, coffee can energize the industrious at dawn, calm the reflective at noon, or raise the spirits of the beleaguered in the middle of the night.

어느 쪽이든 한 잔의 커피가 딱 좋은 시점일 거라고 백작은 생각했다. 커피 한잔보다 더 많은 쓰임새가 있는 게 어디 있겠는가? 우아한 리모주 도자기 컵게 마시든 집에서 양철 컵으로 마시든 커피는 새벽녘에 부지런한 사람의 기운을 북돋우고, 정오에는 생각에 잠긴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밤중에는 괴로운 사람의 정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In the end, a parent’s responsibility could not be more simple: To bring a child safely into adulthood so that she could have a chance to experience a life of purpose and, God willing, contentment.

결국 부모의 책임이란 매우 단순한 것이다. 아이를 성인이 될 때가지 안전하게 키움으로써 아이가 목적 있는 삶을, 그리고 신이 허락한다면 만족스러운 삶을 경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For his part, the Count had opted for the life of the purposefully unrushed. Not only was he disinclined to race toward some appointed hour - disdaining even to wear a watch - he took the greatest satisfaction when assuring a friend that a worldly matter could wait in favor of a leisurely lunch or stroll along the embankment. After all, did not wine improve with age? Was it not the passage of years that gave a piece of furniture its delightful patina? When all was said and done, the endeavors that most modern men saw as urgent (such as appointments with bankers and the catching of trains), probably could have waited, while those they deemed frivolous (such as cups of tea and friendly chats) had deserved their immediate attention.

백작은 의도적으로 서두르지 않는 삶을 택했다. 약속 시간에 맞추고자 서두르지도 않았으며 - 심지어 시계를 차는 것도 경명했다 - 한가롭게 점심 식사를 즐기거나 강둑을 따라 산책하는 것을 세속적인 문제들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친구들에게 납득시킬 때 최상의 만족감을 느꼈다. 어쨌든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맛이 좋아지지 않던가? 가구에 고색창연한 멋을 부여하는 것은 세월의 흐름이 아니던가? 결국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일들 (가령 은행가와의 약속이나 기차 출발 시각에 늦지 않는 것 등)은 기다려도 되는 것들이며, 반면 그들이 가장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들 (가령 차 한잔이나 다정한 대화 등)은 즉각적인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들이었다.

 

if a man does not master his circumstances then he is bound to be mastered by them.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쓸쓸해 보이는 백작 뒷모습이 있는 원작 북커버는 책과는 살짝 미스매치가 아닐까?! (이미지 출처: gatesnotes.com)

 

 

 

 

[이 책 관련 빌게이트 평이 궁금하다면?]

 

 

A Gentleman in Moscow has a little bit of everything

Towles’s novel is technically historical fiction, but you’d be just as accurate calling it a thriller or a love story.

www.gatesnot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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