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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미스터킴의 옛 학교탐방 필드 트립(Field Trip)

by 헨리맘 2020. 6. 28.

이번 주 내내 비가 오다 말다 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리다. 

 

내가 초등학교 때 소풍 가는 날은 오전 8시 날씨가 매우 중요했다. 그때 비가 오면 그날의 소풍은 취소되었는데, 딱 한 번인가 비가 와 소풍은 못 가고, 김밥을 싸들고 학교로 가던 울적한 발걸음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매해 헨리도 Field Trip을 갔다. 올핸 오케스트라 클래스에서 휴스턴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샌안토니오 (San Antonio)로 Field Trip을 갈 예정이었다.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딱 맞는 곳, 테마파크 Six Flags Fiesta가 행선지였다. (안쓰럽지만 물론 취소되었다.) 

 

예전에 헨리 초등학교 시절에 클래스 Field Trip을 한번 따라갔다.

 

100년도 넘은 옛 학교를 재현한 Rose Hill School로 애들은 옛 스타일 옷차림으로 갔고, 뮤지엄 견학도 하고 옛 시절처럼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도 받았다. 당시 헨리의 Homeroom Teacher(담임 선생님)께서 연세가 약간 있으셨는데 보관하고 있던 옛스타일 옷을 여학생들에게 빌려주셔서 여자 친구들은 그날 긴 드레스를 입고 한껏 예쁘게 멋을 냈다. 체험관 선생님은 그 시절처럼 학생 이름을 부를 때 미스터 혹은 미스를 붙여 성으로 애들을 불렀다. 헨리는 그날 젠틀맨 스칼라(Scholar: 당시 학생을 부르던 용어) "Mr. Kim"이었다. 선생님께 대답할 때 학생들은 "Yes, ma'am"이라 존칭을 붙여야 했다.

 

Rose Hill School은 체로키 스트립 뮤지엄(Cherokee Strip Museum) 내에 있는 시설로, "A day at Rose Hill School(로즈힐 스쿨에서의 하루를"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옛 학교에 있던 겨울 난로, 칠판, 나무 책상과 의자 등이 그대로 있는 클래스룸 그 자체가 애들을 위한 뮤지엄이었다. 수업 시간 체험 시간에는 그 시절에 배웠던 Spelling Bee(영어 철자 말하기 시간), Cursive writing(필기체 적기) 등에 참여하며 아이들은 적극적이었고, 클래스룸을 나오면 피크닉 공간도 있어 점심 시간 이후 갖는 Recess(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뛰어노는 시간도 가졌다.

 

먼 옛날 1910년에의 학생들이나 2016년을 살아가던 헨리의 클래스 친구들이나 천진난만하게 신나게 서로 어울려 노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싶다. 과거의 역사와 맞닿는 순간에서의 체험은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냈고 호기심을 충족시켜준 듯도 했다. 작은 규모였지만 아이들의 역사 체험 공간으로 꾸며진 이 뮤지엄은 거창한 볼거리가 있는 뮤지엄 못지 않게 아이들에게 생생하고 알찬 재미를 제공하는 듯 했다.

 

 

 

Rose Hill School 학교탐방 Field Trip (May, 2016)

 

Musuem 구경 후 헨리와 친구들

 

Spelling Bee (영어 철자 말하기 시간)

 

Mr. Kim의 발표 모습

 

Recess (런치 후 휴식 시간) 때 노는 아이들 모습

 

 

 

아울러, 실은 학교탐방 보단 그때 멋모르고 애들과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혼났던 기억이 더 생생하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니 스쿨버스 안의 모습이 어떨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는 스쿨버스 자체가 없었고, 단체로 이런 필드 트립을 갈 때면 버스 안에서 학생들은 당연히 조용히 해야 했다.

 

그날 난 스쿨버스 안에서 내 생애 가장 시끄러운 시간을 보냈다. 가는 길 스쿨버스에서 선생님은 절대 애들에게 "조용히 해라"하지 않았다. 다만 위험하니 중간에 서있는 애들에게 "앉아라"고만했다. 

 

미국 애들은 정말 소풍 가는 버스 안에서 자유분방했다. 큰 소리로 가끔은 박수까지 치며 합창하는 앞 쪽에 앉은 여자애들, 매우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뒤 편 남자애들, 저멀리 앉은 다른 친구에게 소리 지르며 얘기하는 애들, 둘셋 모여 자리에서 떠드는 애들 등 이 모든 소리가 섞이니 이건 정말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끔 중간에 멀리서 엄마를 보는 헨리에게 난 미소를 보냈지만, 가는 내내 난 유체이탈 상태였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니, 그 스쿨버스를 함께 타다니 내가 너무 용감했다며 크게 웃었다. 

 

다행히 견학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애들은 다들 감사히도 잠들어 평온하게 왔다. 

 

헨리네 학교에서 얼마 전 학교 재오픈 관련 학부모 설문을 보내왔다. 텍사스는 요새 연일 신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치솟는 상황이라 과연 이 시기 정상적으로 학교를 열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그에 맞는 피드백을 했다. 학교를 열더라도 다시 온라인을 병행해 학기를 시작할 확률이 클 듯한데, 이번 가을 학기면 아들은 주니어 하이 스쿨 8학년(한국으로 치면 중3)이다.

 

그래도 내년에는 헨리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 가는 길에 마음껏 신나게 친구들과 떠들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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