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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ing...

다양성의 커뮤니티

by 헨리맘 2020. 6. 7.

휴스턴 다운타운 내 Black Lives Matter 시위 행렬 (Houston Chronicle, June 2, 2020)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으로 미 전역에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한창이다. 이 곳 휴스턴에서도 다운타운뿐 아니라 케이티(Katy)에 거주하는 고등학생들이 조직한 평화 시위 행렬도 보도되었다.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 갈등은 다양성을 큰 가치로 여기는 미국의 또 다른 이면이기도 하다. 

 

휴스턴은 미국 내 인종 다양성이 큰 도시 중 하나이다. 특히 멕시코와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히스패닉이 상대적으로 많고, 이 곳에서 마음이 맞고 제일 친한 미국인 친구 역시 멕시코 출신이기도 하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듣기로는 휴스턴 인구의 절반은 영어 외 다른 언어를 함께 사용한다 했는데 통계 자료(Worldpopulationreview.com 참고)를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그만큼 다양한 언어를 쓰는 인종이 섞여 있다는 건데, 그 중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건 스페인어이다.

 

 

 

휴스턴 인종별 구성 분포 (2020 Population by race)

 

휴스턴 사용언어 현황 (2020 Houston Language)

 

 

 

우리 집 이웃들을 보면 백인, 히스패닉 외 인도, 흑인, 베트남 등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있는 편이다. 이런 인종의 다양성이 휴스턴으로 이사 왔을 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사실이다. 특히 우리가 사는 동네는 아시안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인도 출신이 유달리 많아 보이는 곳이다. 이는 인도 출신들이 집을 선택할 때 좋은 학군을 중요시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참고로 우리가 사는 동네는 휴스턴 내에서 학군이 좋기로 유명하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한창일 때 아들의 소셜 스터디 숙제 때문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감동을 주는 연설을 함께 들은 적이 있다. 연설의 달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늘 느끼지만 그의 어법은 듣는 이를 편안하게 만들면서도 힘이 있어 전달력이 크다.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는 마이너 인종이라서 받았던 차별을 꿋꿋이 이겨내고 포용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걸 알 수 있었다. 

 

"There’s not a black America and white America and Latino America and Asian America; there’s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특정 인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단결된 미국"만 있다는 그의 말은, 심플하지만 사람들의 차별과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얼마나 멋진 말인가! 

 

 

 

 

 

 

처음에 살았던 동네는 휴스턴과는 달리 백인 위주 커뮤니티였다. 텍사스주 바로 위에 있는 오클라호마에 위치한 그 곳은 타 지역에 비해 아시안 비율이 낮아 전체 인구의 약 3%를 차지하는데 (반면, 백인의 비율은 70%, 흑인 10%),  그래서인지 그들 일부는 마이너 인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특히, 검정 눈의 검정 머리인 내가 그 도시에 어떻게 해서 와서 살게 된 건지 몹시 궁금해 했다. 그리고 듣기로는 백인과 흑인 커뮤니티가 나뉘어 산다고 했는데, 내가 살던 동네에서 흑인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한번은 아들 친구의 생일 파티가 있었다. 야외 놀이터에서 파티를 했는데, 그 곳에 도착하니 헨리 빼고는 생일 파티에 온 친구들이 모두 흑인이었던 적이 있다. 그날 처음 만났던 그 친구의 엄마는 나중에 학교에서 헨리가 방과 후 일정이 취소된 줄 모른채 하염없이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던 날 내게 연락을 해줬던 고마운 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 엄마와 기회가 닿으면 좀더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그 학년이 끝나고 이사를 가서 아쉬웠다.  

 

한편 지인들 중에는 오클라호마를 한번도 떠나보지 않은 경우를 봤다. 다른 도시로 그들은 여행을 가긴 했지만, 그 도시를 벗어나 오랜 생활을 해본 게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 외 다른 문화에 대해 접해볼 기회가 적었을 듯 했다. 기본적인 이해가 없을 경우 어떤 인식이 생기기는 건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난 그곳에 살 때 아시안 문화나 한국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가급적 다양한 정보를 주고자 애쓰기도 했다. 이건 지금도 그러고자 노력하는데, 나 자체의 존재가 이 나라의 다양성 중 하나라 생각한다. 나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알게 되고 나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건 내겐 미국에서 사는 큰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자기 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면서, 70년 전 그의 아버지가 받았던 한국에 대한 인상을 얘기했다. 난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때의 일이지만 그 때와 지금의 한국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렸다. 한국에 클럽이 있냐는 다소 황당한 질문엔 젊은이들의 클럽 문화, 대학가 거리, 나이트 라이프(Night life) 등에 대해 열심히 얘기해주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나도 대학생 때 처음 한국을 벗어나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비로소 다른 문화에 대한 시각을 갖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직접 눈으로 보고 겪은 넓은 세계를 통해 비로소 책으로만 접하던 것 이상으로 타문화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반면 휴스턴과 같은 대도시에는 다양한 인종이 섞인만큼 직접 보고 느끼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직 2년 밖에 살지는 않았지만 이 곳은 여러가지 문화가 미국 문화와 섞여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낸 걸 접하면서 보다 다각적 시각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 사는 듯하다.

 

예컨대, 텍사스에 있는 멕시칸 음식점은 대부분 Tex-Mex라고 해서 텍사스 스타일의 멕시코 음식으로 보면 된다. 중국에는 없는 한국식 짜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이런 스타일의 먹거리 문화가 나올 수 있던 것 역시 다양성의 커뮤니티 때문이었다고 본다. 또한 휴스턴에는 콜라치(Kolache)란 소시지빵 파는 곳이 많이 있는데 이건 체코에서 건너왔던 이민자들이 가져온 먹거리라고 한다.

 

여러 인종이 어우러진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보고 느끼는 다양성으로 채워진 커뮤니티는 청소년기 아들에게도, 미국이라는 나라를 배우며 적응해 나아가고 있는 내게도 값진 체험이자 건강한 삶의 토대일 것이다.   

 

반면 차이에 대한 그릇된 이해와 편견으로부터 생기는 무지한 우월감은 다른 이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지금 코로나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시위 행렬에 가담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보다 더 고질적인 병적인 이슈를 해결하고 싶은 절실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 절실함으로 잘못된 역사는 고쳐지고 상처 받은 이들은 치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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