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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날 울렸던 영어소설 베스트 3

by 헨리맘 2020. 7. 4.

다른 사람 앞에서 책을 읽다가 엉엉 울어버린 기억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었을 때다. (아들이 중학생이라 그런지, 내 중학교 때 시절 기억이 대비되며 떠오른다. 고등학생이 되면 또 그 시절이 떠오를까 궁금하다.)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정말 엉엉 큰 소리로 울었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던 친구들이 다들 자리로 와서 어디 아프냐, 왜 그래 하는데 책이 너무 슬퍼서 그랬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 자리에 엎드린 채 "어, 그냥 배가 좀 아파."하고 말았다. 엎드린 자리가 정말 흥건해질 정도로 울어서 한참 진정이 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참 혼자 민망해했던 기억이다. 

 

또 한 번은 2000년 중반쯤이었을 때인데, 회사 다니면서 영어 공부 겸 책도 읽을 겸 출퇴근 길에 주로 영어 소설을 읽었다. 당시 읽고 있던 책이 "The Kite Runner"였다. (이 책은 곧 내가 영어소설 베스트 3에 소개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좀 마음이 아팠던 책인데, 그날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은 파트는 유독 정말 많이 슬펐었나 보다. 난 그때 앉아있었고, 퇴근길이라 사람이 많았다.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려고 책을 덮었지만,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마를 새 없이 줄줄 흘러나와 결국 엉엉 꺼이꺼이 수준으로 울어버렸다.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너무 창피해하며 혼자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람들은 내가 마음 아픈 시련의 상처라도 겪었나 보다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 전 아들과 책 베스트 3에 대해 얘기한 후,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3를 생각해봤다. 유달리 감정에 호소하는 책을 굳이 찾아보거나 좋아하는 건 아닌데 다 뽑아놓고 보니 세 권 다 나를 마음으로 울렸던 책이다. 

 

 

베스트 1: The Kite Runner (연을 쫓는 아이)

 

미국에 와서 한번 더 읽었다. 어느날 책에 대한 얘기를 미국인 친구와 하다가, 그 친구도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하는데, 도통 지하철에서 울었던 것만 생각나고 책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참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면서 어쩜 그렇게 머릿속의 기억이 다 지워질 수가 있는지...)

 

내겐 좀 낯선 이슬람 문화가 왜 그렇게 지금도 서로 전쟁을 많이 하고 있는지, 이 책을 보면서 얽히고설킨 복잡한 그들의 역사적 배경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약 30년 간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나오는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사실 다시 읽을 때도 역시 버겁긴 했다. 이들의 역사가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들의 뒤틀려 버린 우정이 너무 슬퍼 나를 울렸던 소설이다.  

 

 

 

 

베스트 2: Pachinko (파친코)

 

Min Jin Lee라는 재미교포 작가가 저자인데,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일제강점기 현실을 한국 보단 일본을 배경으로 보여준다. 그 역사적 배경 자체로도 슬프고 가슴 아픈 스토리여서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는데,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보여주는 방대한 소설이다.

 

일제 치하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Racism) 이슈가 큰 바탕을 이루는데, 10년에 걸려 쓴 소설인 만큼 한 자 한 자를 꼭꼭 눌러쓴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기도 했다. 나 역시 어찌 보면 이 곳에서 파랑 눈의 금발머리 아닌 소수인종인 셈인데, 다름에 대한 우월감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지 나를 또 울렸던 소설이다.

 

 

 

 

사실 휴스턴에 처음 와서 살던 집 앞집 이웃이 재일교포였다.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시는 남편분은 한두 번 인사한 사이지만, 한국말은 "안녕하세요"만 할 줄 아시는 아주머니는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처음 이사 온 날부터 음식도 가져다주시고, 가끔은 같이 일본음식이나 한국음식 맛집을 찾아 둘이 런치 데이트를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 아주머니가 일본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얘기를 들으면, 일본에 살 때 한국인들이 참 가난했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한국인이라 정말 많은 차별을 받았구나 느꼈고, Pachinko는 실제 얘기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베스트 3: The Glass Castle (유리성)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작가가 겪었던 경험에 대한 회고록이다. 늘 떠돌아다니고 도망치며,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삶을 살던 어린 시절 가족의 모습이 위트 있게 그려진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이런 부모가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하는 탄식에 마음이 아프던 소설이다. 

 

저자는 "우리 아빠는 슈퍼맨이에요." 하듯 알코올 중독인 아빠, 정신이상인 듯한 엄마와의 어린 시절 일화를 순수한 시각으로 보여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재미있기까지 하다. 엉엉 울게 만들지는 않지만, 아들 키우는 부모로서 생각해볼거리도 주는 잔잔한 감동이 컸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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