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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미술관(MFAH), 반 고흐에 감동하고 미트볼 파스타를!

by 헨리맘 2020. 7. 7.

7월 첫 주말이 지나 갔다. 이 동네만 보면, 올해 독립기념일은 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이웃들의 "펑, 펑"거리는 폭죽 소리는 작년에 비해 덜 했다. (물론 일요일 저녁까지도 한 두번은 "펑, 펑" ...) 아들은 틴에이져답게 친구 초대로 3월 방학 이후 정말 "처음으로" 친구들을 보기 위해 집 밖을 나갔다. 8명 친구들이 모인다 했는데 다들 집에만 있던 친구들이라 안심하고 보냈고, 한편 얼마나 그리웠던 친구들과의 만남이었을까 싶었다.   

 

인류가 만일 멸망한다면 정말 바이러스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코로나 바이러스란 걸 안 후 지금까지 참 오랫동안 이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올해의 반이 지나가 버렸다니, 내 시간을 누군가 확 뺏어간 듯한 느낌도 든다.

 

휴스턴의 7월은 정말 뜨겁다.

 

한국과 비교하면, 장마 뒤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의 뜨겁고 습한 날씨를 떠올리면 딱 맞다. 한국에서라면 그늘만 찾아다닐 성싶은 이런 더운 날씨에도 여기 사람들은 파크에서 땀 흘리며 달리고, 바이크를 타고, 산책을 한다. 그중 가장 휴스턴 중심부에 있는 규모가 큰 파크는 허먼 파크(Hermann Park)인데 그 근처에 있는 게 휴스턴 미술관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이다.

 

밖에서 볼 때 매우 모던한 느낌의 건물은 안으로 들어가면 두 채가 연결된 형태인데, 오묘한 빛을 띠던 내부 연결 통로가 훌륭하고 멋졌다. 집 옆에만 있다면 자주 가고 싶은 곳일 텐데,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전이 열릴 때 작년에 한 번 밖에 못 가봤다. 1917년에 설립되어 텍사스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으로 62,000점이 넘는 전시물이 있는 꽤 규모가 크고 잘 관리되는 미술관이다.

 

 

 

MFAH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

 

 

 

한국과 비교하면 많진 않지만 여기에도 포인트 리워드나 카드 혜택이 있긴 한데, 그중 하나가 Bank of America 카드 소지자에게 주어지는 월 1회 무료 뮤지엄 이용이 있다. 매 월 첫 주말에 한정되는데, 당시 열린 반 고흐(Van Gogh) 전을 보러 갈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올해의 반이 간 후 바로 그 첫 주말이 지나가면서 문득 휴스턴 뮤지엄이 떠오른다. 

 

아트에 그다지 조예가 깊진 못해 반 고흐 하면 귀를 자른 자기 모습을 그린 후기 인상파 화가, 생애 동안 불행한 삶을 살았던 30대에 요절한 천재 화가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알던 유명한 해바라기나 밤의 카페테라스 같은 그의 작품들은 화려하고 생동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전에서 접한 반 고흐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어둡고 쓸쓸한 느낌을 줬다.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을 원하면 헤드폰으로 일일이 들을 수 있었는데, 자세한 작품 설명이 좀 슬프게 느껴졌다. 게다가 몇몇 작품 앞에서는 반 고흐의 생애와 함께 들려주는 작품 설명을 들으며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림이 주는 감동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젊은 날의 생애가 애달퍼서였을까. 혹은 둘다였을까.

 

그때 유난히 내 눈길을 끌어 사진으로 남아있는 작품이 바로 Trees and Undergrowth (나무와 덤불)이었다.

 

어딘가에서 반 고흐가 죽기 전 아침에 나무 덤불을 그리고 있었다는 걸 읽은 적이 있다. 이 작품은 1887년 작이라 하는데, 적막함을 주는 나무 숲 풍경이 왠지 저 안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고, 저 나무 숲 깊숙한 곳에는 환한 한줄기 빛 사이로 푸른 하늘이 있지 않을까 잠시 상념에 잠겼던 것 같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한참을 바라봤던 그림이었다.

 

 

 

Trees and Undergrowth, July 1887 (나무와 덤불) 

 

 

다만 한 작품 한 작품 자세히 보기엔 아들의 발걸음이 지나치게 빨랐다. 늘 먹고 나서 바로 또 배고파하는 잘 먹는 헨리를 선두로 결국, 인상 깊게 본 작품 하나를 끝으로 미술관 내에 있는 카페로 직행했다. 

 

미국에 와서 정말 맛있는 이탈리안 식당을 찾는 게 쉽지 않은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먹던 이탈리안 식당의 음식 수준이 높아서인 듯하다. 이탈리안 식당을 가보면 이름도 한국에서 먹던 그 메뉴와 똑같아서 참 낯이 익다. 그런데 맛은 좀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휴스턴에 있는 정말 맛있는 이탈리안 식당이 떠오르긴 하는데, 기억해놨다가 나중에 소개해야겠다.)

 

그런데 이 카페에서 그날 시켜 먹은 미트볼 파스타는 배가 고파서였는지 몰라도, 정말 맛있었다. 신랑은 다른 메뉴를 시켰는데 뭐였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그것도 맛있다 했던 것 같다.

 

보통 뮤지엄 안에 있는 카페 음식이 맛있던 경우는 잘 없는데, 이 미술관 카페는 높은 천장 아래 밝고 따뜻한 분위기는 아늑했을 뿐 아니라 아들은 미트볼 파스타를 감탄하며 먹었다. 우린 밖으로 나가는 계단과 연결되어 있는 야외 테라스 쪽에 앉아있었는데, 잘 먹고 나면 늘 기분 좋아지는 아들 표정이 아주 행복해 보였다. 

 

그러면서 헨리는 앞으로 파스타가 너무 맛있어서 여길 파스타 먹으러 자주 와야겠다 했다. 아쉽게도 그 이후에는 맛있던 미트볼 파스타를 또 먹으러 가보질 못했다. 혹시 메뉴에서 없어지기 전에 마스크 벗는 그 날이 오면 얼른 들러야겠다.  

 

 

  MFAH 카페 (M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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