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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영어소설이 영화로 (1) 로맨스/드라마

by 헨리맘 2020. 7. 8.

내가 한국에서 좋아하던 영화는 분명 액션이나 판타지 장르만은 아니었다.

 

아들 엄마는 다 그런 건지, 미국 와서는 로맨스/드라마 영화와는 멀어진 채 온갖 액션으로 가득 찬 마블 영화 시리즈를 다 섭렵했다. 여기 극장에서 본 첫 영화는 당시 한국에서 촬영을 해 유명했던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Age of Ultron)"이었다.

 

엄마가 되며 영어 공부와는 멀어졌어도 한국에 있을 때 해외 출장도 많이 다니고, 영어도 그때마다 제법 썼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데 일단 영어가 하나도 안 들렸다. 아울러 어벤저스 주인공은 엄청 많았고, 각 인물 특성, 그들 간 관계나 구도 등을 전혀 몰랐던 난 영화를 다 봤는데, 도대체 뭔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헨리는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재미있어했지만, 옆에 있던 신랑도 중간에 깜빡 졸고 있었다. 그나마 쉽게 알아들었던 부산 사투리 씬은 내가 듣던 시어머님의 사투리와는 급이 다를 정도로 억지스러워 또 황당했다. 

 

반면 가장 재미있게 본 마블 영화는 작년에 아쉽게 대장정의 막을 내린 "어벤저스: 엔드 게임 (Avengers: End Game)"이다. 영화 개봉하면 하루 이틀 안에 남들보다 먼저 보고 싶어 하는 아들의 성향에 맞춰 개봉 첫날 봤다.

 

5년 간 미국 살며 영어에 적응하려 애써서인지, 이 영화는 보면서 잘 알아들었고 남들 웃을 때면 나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이건 정말 뿌듯함이 컸다. (극장에서 영화 보다가 주변 미국인들은 빵 터져서 웃는데, 난 전혀 내용을 모르겠을 때 느끼는 혼자만의 멋쩍음은 꽤 크다. 느껴보신 분은 크게 동감하실 수도...)

 

그러다 보니, 영화는 극장 가서 많이 봤지만 난 늘 로맨스/드라마 영화가 그리웠나 보다.

 

그런데 언젠가 괜찮은 영어소설을 읽고 난 후에 우연찮게 그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좋은 스토리의 소설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동시에 영화를 보며 영화 표현 및 듣기를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러면서 영화가 된 소설들을 찾아보는 건 내가 한 때 즐기던 취미였다. 생각보다 소설을 영화화한 영화가 된 좋은 소설들은 많았고, 어쩔 땐 영화가 소설보다 더 멋지기도 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내가 본 영화가 된 소설들 중 인상적인 몇 편을 공유해 보려 한다. 소설도 괜찮으면서 영화도 역시 좋았던 로맨스/드라마 장르 4편을 먼저 소개하고, 이후 나중에 다른 장르도 소개해 볼 생각이다.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인기 없는 자의 특권 / 한국판 영화명: 월플라워)

 

책도 영화도 둘다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두께도 얇고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의 그야말로 성장소설이다. 나이가 들어도 그때 그 젊은 시절을 다룬 이런 소설은 늘 가슴을 뛰게 하는 것 같다. 특히 (아들이 "제일 예쁘다"고 하는 배우인) 엠마 왓슨 (Emma Watson)의 앳된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무아지경인 듯한 댄싱 씬과 무한한 자유를 보여준 터널 씬은 언제 봐도 명장면으로 참 잘 만들었다. 아울러 배경음악 역시 일품이다. 

 

참고로, 아마존 오더블(Audible: 소설 읽어주는 앱)을 한때 자주 이용했는데, 당시 난 이 책이 너무 좋아서 운전하며 오갈 때마다 몇 번이고 들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있길래 제목만 또 보고도 기분이 좋았다.

 

 

 

 

Snow Falling on Cedars (삼나무에 내리는 숲)

 

제2차 세계 대전 때 진주만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야욕과 만행으로 인해 미국 내에 거주하던 일본인 이민자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역사와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가슴으로 동정이 가지 않았던 걸 보면 내 바탕에 깔린 일본에 대한 역사적 감정 때문일 거라 본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문체의 소설에 비해 영화는 좀더 잔잔한 느낌이었다. 너무 영상미로 승부하는 듯해 약간은 밋밋한 영화였다. 다만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에단 호크(Ethan Hawke)의 풋풋하던 시절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다른 단점이 다 커버될 수 있던 영화였다. 

 

 

 

 

 

The Fault in Our Stars (잘못은 우리 별에 /한국판 영화명: 안녕, 헤이즐)

 

쉽지 않은 소재인 암투병 하는 틴에이져들의 사랑 이야기가 너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예쁘게 그려진 소절이다. John Green이란 작가가 좋아 그의 다른 책들인 "Looking for Alaska", "Turtles All The Way Down"도 다 읽었다. 다른 두 소설도 "The Fault in Our Stars"에 버금가진 못해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특이점은 이 작가는 분명 남성인데, 이 세 소설 모두 여성 주인공의 시각에서 서술한다는 점이다. 마치 여성 작가가 쓴 소설처럼 소설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마치 영화가 소설보다 먼저인 양 영화도 책 못지않게 잘 만들어졌고, 가장 소설과 영화가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The Light between Ocreans (바다 사이 등대 /한국판 영화명: 파도가 지나간 자리)

 

호주 바닷가 등대가 있는 외딴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쟁의 상처를 지닌 등대지기의 사랑, 치유, 가족애 등을 그린 아름답고 서정적 소설이다. 잔잔하고 섬세하게 이야기를 푸는 M.L. Stedman의 첫 데뷔 소설이라 하는데 우리 삶을 생각해보게끔 하는 감동적인 구절들이 많이 나오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밀려오던 소설이다.  

 

등대가 나오는 영화의 바닷가 배경의 영상미가 (호주 그 부근일 거라 생각하는데,) 너무 훌륭하다. Xman 시리즈에서 매그니토를 열연한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가 남우 주연을 맡아 로맨틱하며 애절한 눈빛 연기를 펼치며, 여 주인공 배우의 연기 역시 탁월하다. 이 역시 수준급의 소설이 영화가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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