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t-eats, Must-visits, & Must-sees

시카고의 여름과 필드 뮤지엄 (Field Musuem) 소개

by 헨리맘 2020. 7. 10.

미국인들끼리 우스갯소리로 6개월 동안 엄청 "추운" 시카고에 살래 아니면 6개월 동안 엄청 "더운" 휴스턴에 살래 한다는데, 난 시카고의 추운 칼바람을 느껴보진 못했지만 시카고의 여름은 그야말로 이상적이었다.

 

후덥지근하던 휴스턴을 떠나 적당히 더운 여름 날씨에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시카고의 바람에 여행 동안 내내 기분이 좋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한강을 끼고 살았던 내게 도심을 끼고 강이 흐르는 시카고는 익숙한 인상이었고, 세련된 높은 건물이 즐비한 대로변인 Michigan Ave(미시간 에비뉴)는 흡사 테헤란로가 있는 강남역을 떠오르게 했다. 

 

시카고는 훌륭한 건축물을 자랑하는 도시이며, 대학 때 공부했던 시카고학파를 배출한 학구적인 도시이자, 그 규모에 있어 뉴욕, LA에 이어 미국의 3대 도시 중 하나이다. (4위인 휴스턴이 바짝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 바다처럼 보이던 시원한 미시간호수도 끼고 있고, 도심 주변에 강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리버워크가 있다.  

 

 

강가 양 옆으로 산책로가 이어진 시카고 리버워크 야경

 

 

밤에 들러 본 360 시카고 (360 Chicago) 전망대에서 봤던 야경이나 리버워크를 걸으며 본 밤의 시카고 거리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시카고 다운타운은 그 자체가 걸음을 천천히 걷고 싶게 만들 정도로 아침과 오후의 도심지 풍경이 야경 못지않게 멋졌다. 그야말로 밤낮으로 쉬지 않고 도시적인 시크함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바람의 도시 (Windy City:시카고의 별명) 시카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다닐 적에 시카고 출장을 두 번 갔었는데 그땐 업무에 치여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고 풍경을 느끼지는 못했다. 다만 매우 정갈하며 깔끔한 도시의 느낌은 뇌리에 박혀 있었는데 역시나 이 도시는 내 기대에 맞게 그 세련미를 뽐내며 (난 추위엔 굉장히 약하지만) 긴 추위를 견디더라도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건물들이 넓직하게 산재되어 있고 평평한 스카이라인과 도회적이나 다소 시골미를 풍기는 휴스턴에 비해서는 시카고가 훨씬 겉모습이 사랑스러웠던 건 맞다. 게다가 난 그 여름의 쾌적함이 부러웠다.  

 

필드 뮤지엄(Field Musuem)에 들른 날, 뮤지엄을 나오고 나서 거리를 걷다 보니 비가 살짝 내렸다. 약 5분 정도만 걸어가면 있던 유명한 시카고 피자집이 있어 얼른 그 집을 찾았고, 피자집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좀 더 세게 오기 시작했다. 치즈가 두껍고 길게 늘어나는 걸로 유명한 시카고 피자 한 판을 주문한 뒤 기다리며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참 촉촉했다. 비는 피자를 다 먹고 나니 금세 그쳐 있기도 했다.

 

 

Giordano's (July, 2019)

 

 

사실 필드 뮤지엄(Field Museum)은 명성만큼은 인상적이지 못했는데, 이렇게 대충대충 본 뮤지엄이 있을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외관이 웅장하고 멋지고, 뮤지엄을 다 보고 나왔을 때 정면으로 바라보는 경치 또한 무척이나 멋졌다. 

 

필드 뮤지엄은 아들이 좋아했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1"의 배경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뮤지엄 중 하나이며, 메인 홀에는 거대한 뼈의 Sue the T. rex (티라노사우루스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헨리의 관심을 끌기엔 이미 아들이 커져버린 건지, 뮤지엄이 주는 감흥이 적었던 건지는 헷갈린다. 3D 영상관도 있어 영상도 관람했는데, 아빠와 아들 이 두 남자는 내 옆에서 영상이 시작하자마자 자고 있었다. 다 끝났는데도 심지어 아들은 자고 있었다. 

 

내부에 이집트관부터 특색있는 전시물들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설명 위주라 교육적 분위기가 강했다. 이보단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이나 다음에 소개할 댈러스 페롯 자연과학 박물관 (Perot Museum of Nature and Science)이 인터랙티브한 애들 놀이거리가 많아 재미 측면에서 더 낫지 않나 싶었다. 

 

 

[뉴욕자연사 박물관 관련 이전 글]

 

 

뉴욕, 뉴욕! T.rex가 있는 자연사 박물관 (American musuem of natural history)!

뉴욕을 처음 간 건 회사 출장 때문이었다. 월스트릿이 있는 세계 파이낸스 중심지, 트렌디한 패션, 다채로운 문화가 넘치는 도시를 한껏 기대하고 갔지만, 워낙 빡빡한 일정으로 타임스퀘어 밤��

feelingmoments.tistory.com

 

 

 

하지만 필드 뮤지엄의 장점은 위치가 좋아 필드 뮤지엄 근처에 분수, 조각상 등 구경거리가 녹지와 어우러진 그랜트 파크도 있고, 커다란 시카고 빈이 있는 밀레니엄 파크도 있다. 좀 규모가 작았던 셰드 아쿠아리움(Shedd Aquarium)과 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했던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도 다 그 근방이다. 

 

 

미시간 호숫가 Navy Pier(네이비 피어) 페리스 힐에서 내려다본 다운타운 시카고

 

 

특히, 그랜트 파크 뮤직 페스티벌 (Grand Park Music Festival) 오픈 리허설을 하고 있던 차에 우린 그 앞을 지나가게 되어 수준급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감흥이 컸다. 아들은 학교 챔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데, 무대 위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손놀림이 예술의 경지라며 한참을 앉아 넋을 놓고 감상했다. 시민들을 위해 열린 공간에서 리허설 무대를 갖는 오케스트라가 특색 있고 뜻밖에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또한 감사했다.

 

 

그랜트 파크 뮤직 페스티발 오케스트라 오픈 리허설

 

 

오늘 헨리 치과 진료가 있어 함께 치과 가던 길, "작년에 시카고 좋았지?" 하니, "어?! 우리 언제 시카고 갔었어?" 한다. 

 

당시 어스틴(Austin)에서 삼일 간 열린 중요한 수영 대회가 휴가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막판에 시카고 일정을 급히 줄여 짧게 다녀오긴 했었다. 내겐 그 짧던 사흘 간의 강렬한 인상과는 달리, 아들은 한참 있다가 "아~ 시카고 피자 생각난다. 치즈만 엄청 많고 맛 없었어..." 하니, 아들도 점점 화성에서 온 남자가 되고 있나 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