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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ng to daily journeys

댈러스와 휴스턴

by 헨리맘 2020. 6. 8.

가끔 연락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댈러스(Dallas)에 산다고 했지?"라고 묻는다. 나도 "텍사스"할 때 연상되는 건 카우보이 정도였고, 미국에 오기 전에는 댈러스 던 휴스턴이던, 그게 텍사스 내 북쪽인지 남쪽인지 전혀 몰랐다. 그러니 사실 사람들이 그럴 때마다 이해가 된다. 휴스턴에 살기 전 우리 가족은 텍사스주 북쪽에 맞닿은 오클라호마주에 살았다. (오클라호마주도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잘 알지 못했던 미국 중부에 있는 주 중 하나이다. 달라스 위쪽으로 텍사스와 바로 맞닿은 곳에 위치해 있다.)

 

당시 우리에게 댈러스는 네 시간만(?) 운전해서 가면 되는 각종 한국 음식과 식당이 가득한 파라다이스였다. 주말이 되면 종종 가던 댈러스 여행이 당시 3년 간 다 합쳐 한 60일쯤이나 되니 우리 가족이 당시 얼마나 댈러스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댈러스를 자주 가게 된 일화가 있는데, 처음에 갈 때는 4시간이나 운전을 해서 간다는 게 큰 부담이었다. 맨 처음 큰 마음을 먹고 4시간을 달려 (중간 쉬는 시간들까지 합치면, 걸린 시간은 5시간쯤) 댈러스에 도착해 우리는 H Mart(대형 한인마트) 옆에 있는 헤어샵에 들렀다.

 

그간 미국 헤어샵(Great Clips 등 미국도 헤어샵 체인이 있음)에서 머리를 잘랐던 신랑의 헤어 스타일은 늘 진짜 별로였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해 난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날 신랑의 머리를 본 댈러스 헤어 디자이너의 첫마디는 "집에서 머리 자르셨어요?"였다. 그 말에 신랑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 뒤로는 오클라호마에서는 절대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 다짐했다. 또한 한번 이런 한국 음식 신세계가 미국에도 있다는 걸 안 뒤로는 그런 게 상대적으로 매우 제한되어 있는 오클라호마에만 머무를 수는 없던 게 사실이다. (4시간만 운전하면 되니까...ㅋ)

 

 

텍사스주 기 배경의 지도 (블루:로열티, 화이트: 순수, 레드: 용기를 상징)

 

 

30년 넘게 한국음식만 먹고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 왔다고 햄버거만 먹고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김치를 여전히 사랑하고 매운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전형적인 한국 입맛의 남편과 나름 이 곳 입맛에 길들여진 아들도 김치는 안 먹어도 떡볶이 마니아니 말이다.

 

그토록 찾던 댈러스는 지금은 휴스턴에 살게 되며 더 이상 한국 음식을 먹거나 장을 보기 위해 가지는 않게 되었다. 물론 다양한 종류의 한국 음식점이 즐비한 한인타운이 있는 댈러스에 비해 휴스턴의 한국 음식점은 수도 적고 맛도 한 수 (혹은 몇 수?!) 밑이긴 하다. 

 

댈러스에는 미국인들에게는 아시안타운/한인타운으로 불려지는 H Mart Carrollton점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한식당이 자리 잡고 있고, 식당 외 커피숍, 아이스크림샵 등이 있어 그야말로 원스톱으로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다. 미국 내에 살며 이런 규모로 한식당이 대규모이면서 집객이 많이 되는 곳은 사실 텍사스 내 댈러스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예컨대, 휴스턴에서는 한식당에 전화를 걸면, "Hello?" 하며 직원 중이 한국인이 아닌 경우도 많지만, 댈러스에서는 바로 "여보세요?"하고 받는다. 

 

더 신생인 점포인 H Mart Plano점도 몇 번 가봤지만 주변 한식당이나 상점이 더 적고, Carrollton 지역은 헤어샵, 서점 등도 옆에 있어 우리처럼 다른 도시에서 댈러스로 가 짧은 시간 동안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하기에는 더 편리했다. 갈 적마다 우리는 대개 주말 삼일 간 머물렀는데, 그 삼일이 너무 짧았다. 신랑 헤어컷을 위해 필수인 헤어샵도 들러야 하고, 나도 가끔은 헤어펌에 시간을 써야 했으며, 아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는 꼭 먹어야 하며, 댈러스에 있는 큰 뮤지엄 등의 놀거리도 즐겨야 했고, 집에 가기 전에는 한가득 장도 봐야 했으니 말이다.

 

예전에 오클라호마에 살 때는 한국식 치킨을 먹고 싶으면 버팔로 와일드 윙(Buffalo Wild Wings)에 가 양념치킨 맛과 가장 비슷한 메뉴인 아시안징을 먹었다. 살짝 짭조름하며 매콤한 맛이 나름 한국스러운 맛이었다. 한국 치킨집처럼 무를 주지는 않지만 무료로 주는 샐러리나 당근을 옆에 곁들여 먹는 맛이 괜찮은 편이다. 이제 우리 가족은 치킨이 먹고 싶으면 동네에 있는 BBQ 치킨을 먹는다. 가끔 떡볶이도 덤으로 함께 시켜 먹는다. 한국식 치킨을 먹기 위해 네 시간 운전하지 않고 단 15분만 운전해 가면 되니 휴스턴 이사 와서 처음에는 이보다 더한 행복이 없었다.  

 

 

 

버팔로 와일드 윙 아시안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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