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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밀러와 광주 FINA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by 헨리맘 2020. 7. 21.

아들이 즐겨보는 유튜버 중에 코디 밀러(Cody Miller)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2016 리우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평영 선수였다. 매주 수요일이면 방송을 업데이트하는데, 가끔 아들이 보는 걸 옆에서 보면 그는 매사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진 듯했고, 하루의 시작은 늘 새벽 수영이었다. 방송을 보면 정말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수영과 운동을 하루 종일 한다.

 

그런데 요즘은 프로 수영선수라기 보다는 유투버로 선회하려나 할 정도로 매번 유튜브에서 스폰서 제품에 대해 광고를 많이 하는 듯 해 그런 모습은 별로였다. 그래도 그는 앞가슴이 움푹 들어간 오목기형(Funnel Chest)이란 선천적 질환으로 폐활량이 정상인에 비해 20프로 정도 낮지만 이를 딛고 올림 수영 선수의 꿈을 펼친 멋진 사람이긴 하다.

 

작년 여름 7월,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Gwangju 2019 World Aquatics Championships)가 다름 아닌 광주에서 열린다고 해 우리는 Sling TV도 신청하고 수영 경기를 볼 만발의 채비를 갖췄다. 코디 밀러도 미국 대표선수단 중 하나였다.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FINA World Aquatics Champinonships)는 2년마다 열리는 수영대회로 올림픽 다음으로 큰 수영 대회이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미국은  ESPN이라 해 스포츠 전문 채널이 따로 있고, 케이블 TV에 가입할 때 추가 선택 패키지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채널만 선택할 수 있지 않고 다른 불필요한 수백 개 채널도 함께 구입해야 하고 추가 비용도 많아 TV를 별로 안보는 우린 가입하지 않았다. Sling TV는 반면 ESPN 등 몇 개의 채널만 골라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경제적이라 우린 당시 유용하게 이용했다. 

 

광주 FINA에서는 헨리가 좋아하는 자유형 및 접영 스프린터 선수인 캐일럽 드러셀(Caeleb Dressel)은 이 대회에서 접영 50M에서 22.35초로 신기록을 세웠고, 평영의 신이라 불리는 애덤 피티(Adam Peaty)는 완벽한 수영으로 100M 평영에서 또 한번 신기록을 세웠다. 아들이 좋아하는 수영 경기가 한국을 무대로 펼쳐진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기대를 했고, 매일 경기를 예선에서 결선까지 대부분 지켜봤다. 

 

 

 

 

그러던 중,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되고 말았다.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건, 남자 100M 배영 경기에서였다.  배영은 스타트 때 다이빙 보드가 아닌 물속에서 출발대(Backstore start ledges)를 잡고 있다가 출발하는데, 그 출발대가 불량이었는지 한 선수가 경기 스타트 때 미끄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8명 선수의 경기가 모두 끝난 후, 그 선수만 따로 기록을 위해 재 경기를 했다. 그런데 이런 웬일인지, 재 경기 스타트 전 또 다시 선수가 미끄러지며 스타트를 하지 못했다. 결국 출발대 장비를 새롭게 교체한 후에야 그 선수는 별 탈 없이 경기를 완주했지만, 그날 이 선수는 같은 100M 배영 레이스 전 세 번이나 출발하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다행히 불굴의 의지로 그 이태리 선수는 세 번째 스타트 후, Semi-Final(준결승전)에 나갈 수 있는 기록을 냈다.

(찾은 경기의 유투브 풀영상은 티스토리 검색이 안되어, 관련 뉴스를 제공한 MBC 영상을 참고차 올려본다.)

 

 

 

 

 

 

경기를 보고 있던 아들은 월드 챔피언쉽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며 화를 냈다. 이런 큰 경기를 치르기 위해 준비했던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생각하면 경기 때 본인 실력 외 장비, 환경 등의 문제로 인해 기록을 방해한다는 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헨리 생각에 백번 동감한다. 

 

게다가 아들의 수영경기를 상당히 많이 따라가 봤지만, 애들 경기에서도 배영 때 출발대 장비 불량 때문에 선수가 미끄러져서 스타트를 잘못하는 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동네 운동회도 아니고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장비 불량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던 건지 내가 주최 측은 아니지만 창피하고, 그런 일을 겪은 이태리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런 문제는 아들이 찾아보니 FINA 경기 역사상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는 문제라고 했다. 지금도 그때 경기를 얘기하면 헨리의 흥분도는 늘 높아진다. 

 

아~ 광주 FINA는 왜 그랬던 걸까.

 

그런데 배영 장비 문제가 끝이 아니었다. 수영 경기는 "Take your mark." 이후 선수들은 출발 자세를 잡는데, 이후 "삑" 하고 울리는 부저 소리에 맞춰 스타트를 한다. 한번은 경기 때 이 출발 부저 소리가 "삐리리리릭"하고 이상하게 울렸다.

 

부저가 잘못 울리는 일은 아들의 수영 경기에서도 종종 발생했다. 중간에 갑자기 음향 기기가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선수들 중 일부만 출발했다가 되돌아와 다이빙 보드로 다시 올라가 재 경기를 했는데, 이 역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발생할 일이었을까.

 

그렇게 FINA 광주는 자꾸 부끄러운 순간을 연출하며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 마지막은 헨리가 좋아하는 코디 밀러가 평영주자로 레이스를 펼친 400M 릴레이(혼계영)이었다. 400M 릴레이는 배영, 평형, 접영, 자유형 순으로 진행되는데, 평영주자였던 코디 밀러는 DQ(Disqualified: 실격)되어 미국은 다 이겨놓고는 금메달을 놓쳤다.

 

평영은 스타트 후 물 위로 나오기 전에 돌핀킥이란 걸 한 번만 허용하는 룰이 있다. 코디 밀러는 스타트 후 이 돌핀킥을 여러 번 한 게 DQ의 원인이었는데, 프로선수가 이런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DQ 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팬으로서 역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그 다음주 수요일 코디 밀러는 유튜브를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광주 FINA 경기 후 캐일럽 드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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