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chool & activities

운동이 전부?! (엄마는 운전기사~)

by 헨리맘 2020. 6. 9.

4월 말 스테이 홈 명령이 끝난 후 텍사스는 단계적으로 일상에 복귀 중이다. (그렇다고 코로나 19 발병이 감소세에 든 건 아니다.)

 

그간 수영을 그토록 그리워하던 헨리도 6월부터 매일 수영팀에 나가기 시작했다. 시간은 새벽 5시 45분! 늦잠도 실컷 자고 낮잠도 가끔씩 즐겨야 하는 방학인데 우리 아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시작했다. 덩달아 우리 가족은 모두 아침형 인간이 되고 있다. 그런데 아침형 인간이 쉽게 되는 게 아닌지 일찍 잔다 해도 온 가족이 하루 종일 졸리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 

 

만일 정상적인 여름이었다면, 아들은 수영에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매일 오전 두 시간, 오후 두 시간씩 수영에 갔을 테고, 난 왕복 30여 분씩 운전을 해 헨리를 데려다주고 오고 했을 것이다. 결국 아들이 방학 중 수영에 보내는 시간은 하루 총 다섯 시간쯤 되었을 것이다. 

 

 

 

11-12살 그룹 수영 강습장인 인근 고등학교 모습

 

 

학기 중에도 상황은 크게 틀리지 않다. 저번 학기 방과 후 스케줄이다.

 

난 학교가 끝날 무렵인 4시쯤 헨리를 먼저 태우고 카풀하는 친구 집에 들러 친구를 태우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차가 막히는 시간이라 시간을 맞추려면 부지런히 운전해 움직여야 한다. 헨리는 수영복도 차에서 갈아입고, 간식도 차에서 간단히 먹는다. 막히는 도로를 뚫고 40-50분 후면 수영장에 도착해 애들을 내려주고, 이제 또 난 운전해 집으로 돌아간다. 가는 내내 차는 섰다 말았다를 한다. 휴스턴의 교통 체증은 한국 체증 못지않다.  

 

 

 

휴스턴 교통체증 모습

 

 

클럽 수영팀은 애들 나이대별로 그룹이 나뉘고 그룹별로 인근 고등학교 수영장이나 아웃도어 수영장에서 강습을 한다. 이전에 헨리가 속한 11/12살 그룹은 가장 먼 고등학교에서 수영을 해 다행히 가까운 동네 친구네와 카풀을 해 교대로 애들 운전사 노릇을 했다. 휴스턴에 와 처음에는 힘들던 장시간 운전이 수영 라이드 덕분에 꽤 익숙해졌다. 

 

헨리가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 8시쯤이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저녁 먹고 나면 보통 시간은 9시가 넘어선다. 그럼 학교 공부는 언제 할까 하겠지만, 자기 전까지 빈둥거리며 폰 보고 음악 듣고, 학교 숙제니 테스트 준비에 헨리가 쓰는 시간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30-40분 내외이다. 주니어 하이 7학년 - 한국으로 치면 중2 아들의 하루 총 공부 시간은 채 한 시간도 안 된다. 따지고 보면 수영으로 인해 쓰는 네 시간에 비하면 좀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스마트한 편이라 성적은 항상 상위라 다행이긴 하다.)

 

헨리는 이렇게 수영을 하지만, 다른 남자애들은 풋볼, 농구, 야구 등 운동을 주로 한다. 헨리 친구 중에는 풋볼이나 농구를 시즌별로 하며 수영을 함께 하기도 한다. 물론 운동을 할 때 운전사 노릇은 오롯이 부모들 몫이고, 애들의 경기나 시합 때면 주말 전체를 통째로 써야 한다. 애들이 여럿인 부모는 애들 별로 다른 운동을 해 부모가 각각 따라다니느냐 엄청 바쁜 경우도 봤다.

 

실제 수영 경기를 하면, 수영 선수 한 명당 대략 6-7 종목 경기에 나가고 이 시간만 합칠 경우 약 10여 분이다. 하지만 연령별로 진행되는 경기를 보러 대개 부모들은 아침 7시부터 수영 경기장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의 응원과 열기는 올림픽 못지않다. 이쯤이면 운동이 애들 뿐 아니라 부모의 생활에서도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공감이 될지 모르겠다. 가끔 미국이라는 나라는 애들에게 운동이 전부인 나라구나 싶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수영 대회는 한참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 다시 대회가 열리면, 우리는 또 아침부터 수영장에 가 아들의 경기를 기다리고 떨며 응원하고 환호할 것이다. 

'School & activit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열릴 수영경기  (0) 2020.06.27
엄마는 발런티어 (미국 교육)  (0) 2020.06.22
농구와 태권도  (0) 2020.06.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