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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ng to daily journeys

스타일리쉬하고파, 운동복 말고 평상복!

by 헨리맘 2020. 7. 24.

아들이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 처음 한 두 달간은 학교 로비에서 헨리를 기다렸다. 그때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미국인들이 나를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그때가 1월이었는데, 날씨는 좀 쌀쌀한 편이었지만 운전을 해야 하니 거추장스러운 두꺼운 복장은 아니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 회사를 12월까지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터라 내 복장이 매우 한국스러웠다는 것이다. 살다 보니 지금은 거의 꺼내 입을 일도 없이 클라짓(Closet: 한국 옷장과 달리 미국은 방에 작은 옷방이 딸려 있음)만 채우고 있는 재킷류를, 그것도 초등학생 애 픽업을 위해 학교에 입고 갔던 걸 지금 돌이켜보니, "쟨 뭐지?" 하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을 듯싶다.

 

(3월쯤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기 전까지는 별 생각없이 예전에 입던 대로 계속 공효진과 같은 재킷 패션을 고수하며 학교에 갔던 기억이다. ㅋㅋㅋ)

 

 

대략 이런 자켓에 (공효진처럼 짧은 바지 아닌) 긴 바지/레깅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저때 공효진과 같은 머리 스타일이었음 ㅋ)

 

 

그들도 날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을지 모를 그때 나 역시 미국엄마들의 패션이 이해가 안 되었다. 그들의 절반 이상이 트레이닝 복장으로 학교에 왔다. (늘 트레이닝 복장이던 동생과는 달리 난 원래 어딜 나갈 때 동네 마실이더라도 그렇게 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친정 엄마 말로는 내가 어릴 적부터 어디 나가자고 하면 방에 가서 양말부터 신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인이 보기에 그들은 딱 소위 츄리닝 바람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입은 트레이닝복은 유행하는 전문 트레이닝/요가복 등의 브랜드였고, 나름 그 모습이 의미하는 건 (이곳은 늘 얘기하듯이 자녀가 많다. 평균이 세 명 정도...), 나 전업맘이지만 애가 학교 갔을 때는 시간을 내어 열심히 운동하는(=자기 관리 철저한) 엄마라는 걸 내포하는 거였다. 

 

그들이 주로 입는 브랜드로 한국에서도 많이 입는 나이키는 애들옷 뿐 아니라 엄마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아울렛 나이키 팩토리 매장(Nike Factory Store)을 갈 때면,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 제품을 고르고 계산을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아디다스는 독일 브랜드라 그런지 인기가 떨어지고, 그 외 엄마들이 주로 좋아하는 브랜드는 갭 애슬레타(Athleta), 룰루레몬(Lululemon)이다. 특히, 룰루레몬의 경우 가격이 다소 높은 브랜드라 가끔 큰 폭의 할인을 할 때면 미국인 친구는 문자까지 보내주며, 지금 룰루레몬 세일 기간이라 알려주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운동광인 듯한 엄마들도 상당히 많다. 한번은 다른 도시에서 열린 수영 경기 때 그 동네에서 마라톤이 열였는데, 마라톤 때문에 다 막혀버린 도로를 돌며 우린 그날 불평을 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헨리네 수영팀 엄마들 중 몇은 애들이 수영 경기하는 동안, 풀 마라톤 경기에 나가 메달까지 딴 걸 봤다.

 

나름 어릴 적 단거리 달리기나 핸드볼 선수로 뛰었던 나는 반면 오래 달리기를 정말 싫어하고 못했다. 그런데 풀마라톤이라니 난 꿈도 못 꿀 그 대회에 나간 한 엄마는 심지어 몇 년째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가하여 메달을 받고 있었다.

 

애들이 수영하는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그 주변 조깅을 하는 엄마들을 보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또한 헨리 초등학교 때 친했던 한 엄마는 직장맘이었는데, 시간이 없다고 테니스 경기를 새벽 5시에 잡아 하는 걸 여러 번 봤다.  

 

그리고, 한국처럼 해마다 계절별 평상복의 유행이 크게 없는 미국은 어찌 보면 한국과 달리 평상복보다 운동복에 더 신경을 많이 쓰나 싶을 정도로 따져보면 종목별로 운동복을 잘 갖춰 입는다.

 

한국에서 테니스 배울 땐 간단하게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는데, 여기서는 테니스를 친다면 테니스 치마는 반드시 입어야 했고 테니스 모자 역시 필수였다. 한국에서 난 짐(Gym)에 갈 때 후줄근해도 운동에 편한 박시한 티셔츠 정도 입어줬는데, 여기서는 목이 늘어난 티셔츠나 무릎이 나온 츄리닝 바지 차림의 미국인은 본 적이 없다. (신랑은 그러지 말래도 여전히 이 패션으로 짐에 가는 걸 고수한다. ㅠ)

 

짐(Gym)에서 하는 여러가지 프로그램 중 한동안 가까이 사는 친구와 함께 줌바(Zoomba)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제일 놀랐던 건 줌바 댄스를 하시는 분들은 대다수 연령대가 우리보다 많았는데 다들 완벽 화장을 하시고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이 입는 듯한 줌바옷을 입고 계셨다. 헐렁한 반바지를 입고 갔던 건 나와 내 친구뿐이었다. 짐에서 운동할 때 사람들은 몸에 딱 맞는 땀을 흡수하는 기능성 트레이닝복이 기본이었다.

 

심지어 동네 산책을 하더라도 한국에서처럼 그냥 편안하게 롱스커트를 펄럭이며 쪼리를 신는 게 아니라 걷기 운동, 조깅에 맞게 운동화와 트레이닝복을 갖춰 입는다. 어쩌다 한번씩 롱스커트를 펄럭이며 산책하는 사람을 보는데, 그 분은 십중팔구 한국인으로 보이는 분이었다.

 

운동신경은 없어도 나와는 달리 오래 달리는 건 자신 있다는 신랑은 예전에 하프 마라톤 대회에 몇 번 나갔다. 그때 항상 마라톤이 겨울에 열였는데 아무리 날씨가 춥더라도 그에 맞는 마라톤용/러닝용 반바지를 다들 입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살다 보니, 점점 의지와는 상관없이 각종 운동복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난 어딜 나갈 때 미국 엄마들처럼 트레이닝복 차림은 지양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젠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나마 예쁜 운동복인 테니스옷은 못 입은 지 오래이며, 매일 하는 산책용 트레이닝복 입는 것 말곤 평상복을 입을 일이 없다.

 

산책 말고 유일하게 가는 마트는 마스크를 끼니, 화장을 할 필요도 없으며 그냥 집에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간다. 요즘은 가끔 이런 상황이 싫어진다. 이 바이러스는 언제 물러갈지 징그러운 놈이다. 

 

참고로, 미국 아빠들의 패션은 실상 별 게 없다. 특히 휴스턴은 더워서 늘상 티셔츠(한국처럼 폴로 티셔츠 아닌, 아예 칼라가 없는 스타일)와 반바지 차림이며 간혹 좀 갖춰 입어야 하는 레스토랑에서는 긴 면바지 정도 입어주는 듯하다. 신랑도 회사로 출근할 때는 칼라가 있는 셔츠를 입지만, 평상 시에는 대부분 티셔츠나 후디면 그만인 듯 하다. 아들의 평상복은 이미 예전부터 그야말로 그냥 트레이닝복, 한국에서 보면 딱 츄리닝 스타일(티셔츠&반바지/츄리닝 바지)이다. 

 

 

흔한 미국엄마들 복장 (HBO 드라마 시리즈 Big Little Lies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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