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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넷플릭스 결혼이야기 영화 두 편 vs. 현실 속 미국 부부들

by 헨리맘 2020. 8. 4.

코로나19 때문에 레이오프 당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전에 일하던 회사와 파트타임 계약을 맺어 다시 일을 시작했다며 우린 이런저런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휴스턴에서 사귄 이 미국인 친구는 두 번 결혼을 했고 지금은 두번째 결혼한 남편과 잘 살고 있다. 첫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큰 딸은 헨리보다 한 살이 많은데, 지금은 세 명의 자녀가 더 생겨 애가 넷이나 되어 그녀는 늘 정신이 없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그 친구와 예전에 점심을 먹던 어느 날, 그녀는 반갑게 어떤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얘기를 했고, 그들은 식당을 떠날 때도 우리 자리에 다시 와서 인사를 하고 떠났다. 알고보니 그들은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보이프렌드의 엄마와 여동생이라 했다. 다들 동네 근처에 살아 가끔 만나고 지금도 친하다고 해 우리와는 다른 문화에 다소 놀랐다.   

 

그 친구 생각을 하다가 넷플릭스에서 결혼에 대해 다룬 인상적이었던 영화 두 편이 떠올랐다. 그 영화는 다름 아닌 남편의 아내를 묘사하는 나레이션에 이어 아내의 남편에 대한 묘사가 연결되며 포문을 여는 "Marriage Story(결혼 이야기)"와 본연적인 슬픈 매력을 지닌 라이언 고슬링(Ryan Godling) 주연의 "Blue Valentine(블루 발렌타인)"이다.

 

 

 

 

"Marriage Story"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 대해 묘사하는 첫 나레이션만 들어봐도 둘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왔고 서로 다른 성향을 지녔다는 걸 알게 된다. 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서로가 잘 보완되며 그래서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 아쉽게도 둘은 이혼하게 되며 새로운 각자의 삶을 꾸려 나간다. 

 

이혼 후 현실이 이 영화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이혼했다고 해서 절대 부부가 원수가 되지 않고 애(이름이 우연히도 헨리)를 함께 키우려 노력하며 나름 또 다른 형태의 가족 생활을 만들어 나가는 영화 속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남편의 나레이션]

I get stuck in my ways and she knows when to push me and when to leave me alone. 

(난 내 방식을 고수하는 편인데...그녀는 언제 내게 강요를 해야할지 언제 나를 그냥 내버려 둬야 할지 잘 알아요.)

 

[아내의 나레이션]

He disappears into his own world. He and Henry are alike in that way.

(그는 자기 세계로 사라질 때가 있어요. 그와 헨리 그런 식으로 닮은 구석이 있어요.)

 

이를 보면 둘은 서로 다르지만,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첫만남에 대한 아내의 대화 중]

He didn’t really know who I was - or he did, or he figured it out later - and that was it. He started talking to me. And I talked back...We spent the whole night and next day together, and I just... never left.

(그는 내가 누군지 몰랐는데 - 혹은 그랬던지 아니면 나중에 알았던지 - 대충 그랬어요. 그는 내게 말을 걸었어요. 그리고 나도 얘기를 또 하고...우리는 그 밤을 함께 보냈고 다음 날까지 함께 했어요. 난 그냥...아예 떠나질 않았던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고른다면 부부의 첫 만남에 대해 얘기하는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의 눈빛 연기가 살아있던 이 장면인데, 그녀는 미묘한 떨림, 설렘, 기쁨 등이 섞인 반짝이는 눈빛으로 연기했다. 변호사에게 여러가지 자기 얘기를 털어놓는 장면에서 그녀의 연기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표정과 눈빛이 계속 달라지는데, 진정 연기파 배우다웠다. 

 

 

 

 

"Blue Valentine"

 

결론이 더 비극적이며 좀더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블루(Blue: 우울한)였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 했던 남녀는 사랑에 빠지는데, 이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질 때의 장면들은 매우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반면 열정적으로 사랑하던 그들의 과거 모습과 상반되는 현재의 모습은 너무 아팠다. 변해버린 건지 혹은 원래 그랬던 건데 과거에는 (소위 콩깍지가 씌어) 알지 못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Marriage Story에 비해 더 잔인하며 슬펐다.

 

미국 이혼율 통계를 보면, 기혼자의 약 50퍼센트 정도가 이혼을 하는데, 연령대별로 볼 때 20~25세에 결혼한 경우의 이혼율은 60퍼센트에 달하고 25세 이후에 결혼할 경우 이혼율을 36%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Source:worldpopulationreview.com)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을 보면 첫 사랑에 빠진 철모르던 20~25세 연령대(혹은 더 어린?)인 두 남녀 이야기가 그려진다.

 

[남자의 대화]

I don't know I just got a feeling about her, you know when a song comes on and you just got to dance.

(잘 모르겠어. 그냥 그녀에 대한 감정을 느꼈어, 알잖아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 되잖아.)

 

두 남녀의 사랑스러운 장면, 혹은 헤어짐 전의 장면 등을 보며 이 영화의 8할은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라랜드(La La Land)도 언뜻 연상되며, 그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진정한 사랑, 집착과 찌질함을 다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그의 사랑하는 연기는 멋짐의 끝판왕이면서 찌질한 모습은 또 짜증스러울 정도로 미웠다. 

 

실제로 라이언 고슬링은 에바 멘데스(Eva Mendes) 사이에 딸아이가 둘이 있고 지금껏 함께 하고 있지만, 둘은 공식적인 결혼은 하지 않았다 하니 또 다른 미국의 가정 모습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미국에 살며 한국과는 다른 여러 형태의 부부들을 봤는데 그중 예전 우리 옆집에 살던 집은 싱글대디 가정이었다.

 

헨리의 같은 학교 친구네 집이었는데, 그 친구네 부모는 이혼을 해서 평일에는 우리 옆집에서 아빠와 사는 아이는 주말이면 엄마네 집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생각해보니 헨리 생일 파티에는 엄마가 같이 왔다. 평상시 집에서는 아빠가 애와 함께 농구를 하며 노는 걸 자주 볼 수 있었지만 그 애의 사커팀 활동 때는 늘 엄마가 동행해 다른 엄마들과 함께 했다. 그 아이는 사커를 팀에서 제일 잘했다.

 

Blue Valentine 영화의 여자 주인공처럼 간호사였던 싱글맘이 있었다.

 

그녀는 헨리보다 서너 살 많은 딸과 헨리 동갑의 아들내미가 있는 엄마였는데, 멕시코에 있는 애들 아빠와 따로 떨어져 사는 가정이었다. 그녀의 아들은 헨리와 두어번 클래스가 같아서 학교 행사에서 몇 번 만났는데 그녀의 사촌언니가 한국인과 결혼했다며 한국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녀는 Night Shift Nurse(야간근무간호사)라고 했고 종종 간호사 유니폼인 채로 학교를 오기도 했다. 어느날 우린 길게 대화할 일이 있었는데,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애들 아빠는 미국에서 멕시코로 추방을 당했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그 얘기를 해주는 그녀 모습에 나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당시 그녀의 딸내미가 똘똘해서 공부도 잘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기의 가정 환경과 아빠에 대한 얘기를 편지로 써서 보냈는데 답장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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