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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ng to daily journeys

미국에서 전업주부 벗어나기 여정 첫이야기 (feat. 구직앱 정보)

by 헨리맘 2020. 8. 9.

글을 매일 쓰게 된 일상 자체가 요즘은 즐겁다.

 

지금 떠올려 보면, 미국에 와서 처음 3 년간은 한국모드에서 미국 모드로 나를 바꾸기 위한 시간이었다.

 

여기 생활에 대해 좀 알고 사람들도 익숙해지고 친구도 생기고 좋아하는 운동도 생겼던 게 그 쯤되서인 듯하다. 선수급은 아니지만 2년 동안 USTA(United States Tennis Association) 테니스 대회에도 참가했다. (이것도 추후 언제 소개를...) 아울러 헨리는 자라면서, 점차 낯선 곳에 대한 적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미국에 살고 일년 좀 지나서 친한 예전 직장 동료로부터 연락이 왔고 보고서 영문 번역 작업을 부탁받았다. 그 회사는 번역팀이 따로 있고 영어가 네이티브인 직원도 팀에 많지만, 그땐 회사 전체가 많이 바쁘다며 번역이 밀려 있어 미국에 사는 내게까지 연락이 온 것이다. "혹시 해 줄 수 있느냐?"는 동료의 말이 난 무척 반가웠다.

 

핸드폰이 노트북을 다 대체해주니, 그동안 별로 펼쳐 보지도 않았던 노트북을 펼치고 한 3일 간 보고서 영문 번역을 했다. 그동안 볼 일이 없던 파워포인트 포맷의 마케팅 보고서며 자판을 두드리며 일을 하는 내 모습 모두 오랜만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그 뒤에는 이런 기회가 없었고 한국에 있는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번역 관련 얘기가 나왔는데, 친구는 나더러 영어소설 번역을 한번 해보라고 했다. 아직 번역이 안된 미출간 책을 잘 골라 해보면 될 것 같다 했는데, 좋은 생각이었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좋은 책을 탐색해 영어소설을 계속 읽었지만 이건 생각만 하다가 말았다. (괜히 미출간된 책을 읽어야 한답시곤 당시에 골라 읽은 책 중엔 정말 별로이던 책도 있다.)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자 이 곳에서 새롭게 할 일을 찾고 싶었다.

 

직장과 집안일을 어찌 매니징할지 고려하지 않고, 그때는 무조건 빨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미국인들과 회사 생활을 하며 발전해가는 듯한 신랑과 달리 난 집에 있으면서 뭔가 뒤로 가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아들과 보내는 시간도 즐겁고 늘 옆에 있어 줄 수 있어 좋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허함이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할 적마다 신랑은 나더러 적극적으로 구직을 시도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내가 하던 일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 제품 개발이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반영하는 마케팅 리서치업이었다. 데이터 분석을 하라면 하겠지만, 말을 조리 있게 논리적으로 잘해야 하는 마케팅 필드에 네이티브 스피커도 아닌 내가 들어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10년 이상 긴 경력에 반해 미국 회사 경험은 당연히 전무였다.

 

결국 한번 해볼까 하는 결심이 들었고, 이전 내 커리어와 비슷한 일을 뽑는 회사를 찾아봤다. 오클라호마 쪽은 내 경력인 마케팅 리서치 관련해 뽑는 회사가 거의 없었다. 마켓 리서치 회사가 딱 한 곳 있길래 지원해 봤으나,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래서 눈을 돌려 가까운 큰 도시인 댈러스 쪽 회사에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열 군데쯤 지원했을 때쯤,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Toyota)"에서 연락이 왔고 전화 인터뷰를 했다. 전직 회사 이름값 때문에 되었나 싶기도 했지만 내 레주메에 반응한 회사가 있어 기쁘고 반가웠다. 

 

이전 직장에서 하던 거의 흡사한 일이라 나름 인터뷰 스질문에 대비해 스크립트를 만들고, 답변을 외우고 나름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자동차 리서치 경험이 없던 게 우려되긴 했다. (IT 필드이건 자동차이건 사실 내 일의 본연적 성격은 변하지 않기에 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큰 기대 없이 회사 지원을 하다 생각도 안 하던 인터뷰 초대를 받으니, 만일 된다면 내가 댈러스로 회사를 왔다 갔다 하며 어찌 아들을 키울지 등등 떡 줄 사람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며 엄청난 고민을 했다. 걱정하던 바대로 다음 인터뷰로 넘어가지 못한 채 1차 인터뷰 경험만 해보고 끝났다. (우리집은 그 뒤로 도요타 불매 운동으로 도요타 회사에 소심한 복수 중이다...)

 

참고로, 미국은 보통 1차 인터뷰는 전화로 HR 매니저와 한 후에 이를 넘어가면, 그 팀 매니저 (즉, 회사에 들어가면 함께 일하게 될 상사)와 2차 전화 인터뷰를 하고, 그 이후에 직접 회사를 방문해 임원, 등과 일대다 혹은 일대일 대면 면접을 하는 프로세스인 듯 하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은 총 다섯번도 넘는 인터뷰를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잡을 찾을 때 주로 사용했던 앱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글래스도어(Glassdoor), 인디드 잡스(Indeed Jobs), 링크드인(LinkedIn) 및 그 외 회사별 Careers 내에 있던 잡 공고였다.

 

이 중 "글래스도어"는 가장 유용했고 잘 만들어진 구직 앱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원하는 분야, 지역, 직업군 등 별로 다양한 잡을 써치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잡 공고 리스팅을 메일로 받을 수도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각 기업에 대한 샐러리 수준, 채용 시 인터뷰 과정, 회사의 문화/분위기 등에 대한 리뷰가 자세히 나와 있다. 특히 리뷰를 읽어보면, 직군별로 장점과 단점이 상세하며, 그 회사에 대해 전반적 평가가 별점으로  별점 평가를 했놔서 이런 정보를 미리 알고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는 건 미국인들에게 일반적인 일인 듯 싶다. 

 

참고 삼아 난 내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대해서 찾아봤을 때가 기억난다. 소름끼치도록 정확하게 내가 느꼈던 회사의 장단점이 기술되어 있었고, 그 평가가 날카로워서 이 구직앱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커졌다. 미국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내겐 글래스도어에 있는 사람들의 리뷰는 생생한 정보였고, 내게 잘 맞는 회사 문화인지, 매니지먼트 스타일은 어떤지 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구직하고 있는 잡 타이틀별로는 잡 성격(Job Description/Job Summary)과 회사 소개, 담당 업무(Responsibilities), 지원 자격Qualification) 등에 대한 상세 정보가 나오는데, 대개 그 회사 사이트 Careers 란이 가보면 같은 구직 정보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난 지원 시에는 회사 사이트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디드 잡스" 역시 글래스도어와 비슷한 성격인데, 미국 내 넘버원 잡포스팅 사이트로 사용자가 글래스도어에 비해 더 많다고 한다. 인디드 잡스의 경우 구인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글래스도어와 달리 무료이기 때문에 더 많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고도 한다. 인디드 잡스에서도 기업에 대한 샐러리 수준, 기업 문화 등에 대한 리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그외 "링크드인"은 활발하게 사용하지는 못했다. 개인 프로필을 업데이트해 놓고, 직무 역량 등에 대해 기술하긴 했지만, 나와 팔로우된 이들 대부분은 한국에 계신 분들이었고, 미국에서의 인맥이 없는 나로서는 활용이 쉽지는 않았다. 난 링크드인으로는 도요타 인터뷰 시, 나와 인터뷰를 할 HR 매니저, 관련 팀 사람들 프로필 등을 미리 파악하는 정도로만 이용했다. 

 

미국에도 일하는 엄마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리고 친정이나 시댁 중 한쪽 가족은 인근에 사는 경우가 많아, 한국에서처럼 전적으로 손자 손녀를 봐주시지는 않지만 주말이나 혹은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조부모님들이 손자 손녀를 돌봐주셨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형제자매네 가족이 인근에 살아서,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상대방 애들을 함께 봐주기도 했다. 

 

난 당시 운좋게 직업을 구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오클라호마에 살며 내가 4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댈러스에 있는 회사를 다니고 왔다 갔다 하며 애를 키운다는 게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걸 깨달았고 그 뒤로 구직에 힘쓰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헨리는 초등학교를 잘 마치고 우리는 오클라호마를 떠났다. 휴스턴에 새 둥지를 틀며, 아들은 새 학교에서 6학년 중학생이 되었다. 난 어느덧 중학생 아들을 둔 경단(경력단절)맘이 되었다. 

 

 

 

미국 살던 첫해 날 센치하게 만들던 부엌 창밖 풍경 (J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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