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apting to daily journeys

흔한 미국 직장인 이야기 (직장문화 속 진실/거짓말?)

by 헨리맘 2020. 8. 13.

얼마 전 구글 직원의 경우 적어도 2021년 여름까지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는데, 신랑이 다니는 회사도 3월 중순 이후 시작된 재택근무를 계속 연장, 이번에는 11/1까지로 그 시기를 연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북미 지역 근무 직원 중 212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내용을 공유했는데, 전체 직원이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많은 숫자로 느껴졌다. 사실 신랑 팀 제일 젊은 직원도 최근 코로나에 걸려서 일을 안 하는 중이라 들었다.

 

신랑 보스는 영국인인데, 신랑과 친하고 꽤 잘 맞던 예전 보스가 다른 회사로 떠나면서 다른 팀에서 왔는데 얼마 후면 다시 영국 본사로 팀을 옮길 예정이라 한다. 그런데 그간 신랑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보스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는데, 이 분은 정말 내가 본 중 일을 피하는/미루는/넘기는 최강자였다. 특히 이분에게는 회사 일을 방해하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길래, 이 분의 일하는 방식을 옆에서 보며 느낀 점들에 대해 공유해 보려 한다. 단, 이건 미국의 직장인을 일반화하지도 않으며 내가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부의 모습임을 참고하길 바란다.

 

(1) 재택근무 이후 그의 집 인터넷 서비스는 주기적/간헐적으로 서비스가 잘 되지 않았다.

 

그는 우리집과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휴스턴 광역권인 우드랜드(The Woodlands)에 살고 있다. 우드랜드는 휴스턴에서 오래된 부촌이자 아름다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대도시에 사는데 인터넷이 잘 안 되는 시기(?)란 게 종종 있는건지는 사실 우리집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여서 확인할 바는 없다. 예전 오클라호마에 살 때는 가끔 인터넷이 끊긴적은 있어도 작업을 못할 정도 긴 시간이 아니라 잠깐 날씨 등의 영향으로 속도가 느려지는 정도였다. 휴스턴은 그 곳에 비하면 체감 인터넷 속도는 더 빠르며 끊김도 적다. 

 

그는 보통 아침 일찍 혹은 휴가 후에 이런 메일이나 문자를 신랑에게 보내왔다. 그간 지난 5개월 동안 옆에서 인터넷 이슈에 대해 들은 것만 해도 열 번은 족히 되는 듯싶다.

 

"Just wanted to let you know I am getting period internet interruptions where my internet access is going down.

(우리집 인터넷이 다운돼서 인터넷이 또 잘 안되는 시기라 알려주려고 해.)

-> 인터넷 때문에 결국 일 못 하겠다는 얘기 

 

I am now using the hotspot on my phone which gives me access to email, however I am not sure it will allow me to do ###, etc as the connection is not great.

(폰 핫스팟으로 회사 메일은 확인할텐데, 회사 업무인 ### 등을 하기에는 인터넷 연결이 잘 안 돼서 확실히는 모르겠어.)

-> 회사 이메일은 확인할건데, ### 업무는 못한다는 얘기

 

As always please feel free to text or call me if you have any urgent requests."

(항상 그렇듯이 급한 건, 언제라도 문자나 전화를 주도록 해.)

-> 긴급한 게 아니면 가급적 연락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얘기

 

참고로, 휴스턴은 찾아보니 36개 인터넷 업체가 있고, 이 중 AT&T, Comcast가 가장 대표적인데, 그외 Frontier, Spectrum 등이 있고 우리집은 Comcast를 이용한다. 난 근무시간에 맞춰 일은 하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인터넷을 쓰며 크게 불편함을 느끼거나 인터넷이 다운된다는 건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가끔 전기가 수초 동안 나간다던지, 인터넷이 수초 다운되었다가 복귀되는 경우는 있었다. 다만 신랑의 보스처럼  하루 종일 혹은 다음날까지 연결이 안되는 경우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 집은 신랑 보스만이 아니었고 그 외에 여러 사람들이 종종 인터넷 연결이 잘 안되어 일을 못한다 했다 하니 그간 휴스턴에 인터넷 연결은 정말 흔한 이슈였나 보다.

 

(2) 회사 일 이전에 집안일 애 관련/개 관련 보살핌/돌봄 등 가정 생활이 우선일 때가 종종 있다.

 

신랑 보스는 최근 애를 낳았고 큰 개를 세 마리 키운다고 한다. 재택근무 이후 그는 급한 일이 생겨 종종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일을 다음으로 미룬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다양했는데, 주로 애/와이프가 병원에 가야 해서, 혹은 개가 아파서, 개 병원에 가야 해서, 개를 산책시켜야 해서였다. 애를 낳은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병원 갈 일도 많고 중요한 시기라는 건 이미 겪어봤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개도 세 마리나 되니,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우리집 대비 세 배 이상 손이 갈일이 많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한번은 신랑이 2층에서 내려와서 황당해 했다. 회의 도중에 갑자기 개가 뛰어가서 개를 잡으러 가야 한다면서 갑자기 회의를 중단했다고 한다. 아마도 개 산책을 시키며 동시에 회사 회의에 참석했었나보다. 그는 개를 돌보는 일과 회사 업무를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 스킬을 갖고 있는 능력자였다. 

 

예전 직장에서도 한번은 신랑의 부하 직원이 휴가를 쓰겠다면서 개가 아파서 집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는 얘기를 한 게 떠오른다. 그 당시에 좀 황당해서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듯 한데, 개 때문에 회사일을 못하고 휴가를 쓰는 게 미국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개가 반려동물이지만, 그보다 가족으로 취급해 그런 건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한국에서 워킹맘이던 시절, 임원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내게 워킹맘이니 당연히 워크앤라이프 밸런스가 중요하지 않겠냐던 얘기를 듣고는 억울했던 기억이 났다. 애를 돌보거나 집안일 하는 걸 회사가 이해해 준 적은 없으면서 그런 얘기를 왜 들어야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집안일은 회사업무를 마친 후에 해야 하는 일이었고, 애가 아파도 전화를 하기는 커녕 옆에 있어주지 못했던 적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미국은 개가 아파서 업무를 못한다고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실제로 회사 휴가를 내는 정서가 용납이 되는 곳이었다. 이런 건 한국에서는 사실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그만큼 실질적인 워크앤라이프 밸런스가 지켜지는 나라라서 그렇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랑 보스네 개는 세 마리가 돌아가며 병원에 가는 듯 싶었다.

 

반면 우리집 강아지 해리는 그집 개들에 비하면 정기 체크업 외에는 한번 동물병원 들를 일 없이 건강한 데에 감사한다.

 

물론 최근 들어서 그는 갓난 아이때문에 거의 매일 병원에 가야 했다. 재택근무 이전에 그는 누구보다 아침 일찍 출근해 오후 3시 정도가 되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며 조용히 퇴근하는 스킬을 갖고 있다는 것도 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3) 주말 근무가 있는 경우 반드시 나중에 곱절의 휴가를 썼는데 그때마다 이유는 친구나 가족이 (영국에서) 방문해서라고 했다.

 

파이낸스 직군의 신랑은 바쁜 싸이클이 일반 직장인들과 다른 편이다. 한국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도 편히 휴가를 낼 수 있던 7월 그리고 1월은 신랑에게는 바쁜 시기였다. 미국에 와서도 같은 직군의 일은 싸이클이 결국 같으니 남들 놀고 휴가 쓰는 때 상대적으로 바쁜 편이다.

 

신랑이 미국에서 이직하기 직전 해 7월에도 그는 정신없이 바쁜 7월을 보냈다. 당시 친정 부모님께서 미국을 방문하셨는데, 가까운 근교 관광을 하든 맛집으로 식사를 가든 늘 우리는 바쁜 신랑을 제외한 채 뭔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신랑과 처음 제대로 된 가족 식사를 하시던 친정 아빠께서는 "김서방 얼굴을 미국 오고 2주일 만에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반면, 이직 후에는 예전보다는 덜했지만 나름 바쁜 7월을 보낸 이후 어김없이 신랑의 보스는 2주일 이상 휴가를 가졌다. 주말에 근무해야 하는 필요가 있을 때면 늘 그는 가족이나 친구가 영국에서 방문했다면서 주말 근무 직후 휴가를 냈던 것 같다. 영국에서 휴스턴에 오려면 비행기로 한 10시간쯤 될 듯 싶은데 그들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그 시기에 잘 맞춰 미국에 오는 매우 계획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인가 보다. 

 

미국에서는 맡은 바 업무를 다 하는 사람에게 휴가쓴다고 그걸 뭐라고 하지도 않고, 신랑의 보스는 나름 일을 잘하기로 평가받는 사람 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랑의 재택근무 동안 난 항상 계획이 다 있는 그가 얄밉게 느껴졌고 이제 곧 영국으로 돌아간다니, 그곳에 가서는 어떤 영국 직장인의 모습으로 살지 사뭇 궁금해질 뿐이다.

 

 

 

예전에 많이 걸어다녔던 런던 템즈강가 모습 (July, 20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