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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주마다 다른 미국 교육 (Jr. High School 위주 공유)

by 헨리맘 2020. 8. 16.

곧 가을학기와 함께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미국은 주마다, 지역마다, 동네마다 그 시작 방식이 갖가지인 걸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일괄적으로 온라인으로 학년을 시작해 9/8부터는 온캠퍼스(On Campus) 교육을 선택한 경우 학교에 나가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아들의 학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서베이를 했었는데, 온라인과 온캠퍼스에 대한 선호가 반반 정도로 나왔다. 요즘은 학기 시작을 앞두고 학교에서 온라인 교육과 관련해 하루가 멀다 하고 메일을 보내고 있다. 

 

한편 다른 주에 사는 친구는 온라인, 캠퍼스, 하이브리드(A/B로 나눠서 격일로 학교에 나가 일주일에 2~3일 교육을 받는 형태) 중에 선택했다고도 한다.

 

이렇게 주마다 다른 형태가 나타나는 건 미국의 교육 권한은 주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 과정과 범위도 주에 따라 상이할 수가 있다. 온캠퍼스로 가을 학기 교육을 시작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서 지원하는 펀드를 없애겠다는 연방 정부가 있기에 아직도 코로나 수치가 높은 미국에서 왜 대면교육을 바로 시작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공교육에 대해 국가에서 받는 펀드 외 텍사스에는 Property Tax(재산세)가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주에 따라 유무가 상이하다. 텍사스의 경우 Property Tax의 50퍼센트 이상이 교육으로 들어가 나름 공교육 수준이 높은 주이다. 그래서 텍사스는 집값 대비 세금이 많은 주이기도 하다.

 

텍사스주는 교육의 기본 토대가 TEKS(Texas Essential Knowledge and Skills)이다. 텍사스 내 공립학교의 교육 과정과 범위는TEKS에 기반하지만 이것 역시 미국 전역에 통용되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주에서 전학오는 경우, 기존에 살던 주에서 쳤던 시험은 인정해주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 1~5학년)를 오클라호마에서 마치고 주니어 하이스쿨(Junior High School: 6~8학년)을 텍사스에서 시작했던 헨리가 겼었던 이슈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란히 있는 성조기와 텍사스 국기

 

 

미국은 초등학교 때는 Homeroom teacher(한국식 담임선생님)가 있는 반면, 중학교부터는 이런 Homeroom teacher가 없다. 대신 해당 학년 카운셀러가 있는데, 이들은 학생의 스케줄 관리를 지원하지만 사실 수백 명의 애들을 한국의 중학교 담임 선생님처럼 보살펴 주기 어려운 게 당연할 것이다. 독립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시기가 중학생 때라고 보고, 고등학교의 예행연습 시기라 생각해 이름도 "Junior" High School이 아닐까 싶다. 

 

중학교가 초등학교와 크게 다르다고 느꼈던 점이 하나 더 있다. 아들이 초등학생 때에는 엄마인 내가 미리 뭔가를 필요가 없었다. 학교 Homeroom Teacher 보내주는 자료를 보고, 별도 시험을 치라고 하면 시험을 치면 되었고 아들의 발달 과정과 관계된 일들에 학교가 미리 정보를 주는 편이었다. 중학교 카운셀러는 학교 스케줄 관리 외 별도 테스트 등에 대해 "학생이/학부모가 먼저 알아서 신청을 하면" 그걸 처리해주는 담당이었다. 한 학년당 약 700명을 학생을 담당하는 카운셀러는 한 클래스 내 25명만 챙기면 되던 초등학교의 Homeroom teacher처럼 세세히 아이들을 챙길 수는 없는 게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전학으로 인한 진통을 겪고 아들은 잘 적응했지만, 규모가 큰 학교에서 새롭게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처음에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6학년 아들의 학교 스케줄(Schedule: 학교 시간표)은 학기를 시작하고 한 달이 넘어서까지 여러 번 바뀌었으니 말이다. 미국은 각자의 스케줄대로 해당 선생님 반으로 학생이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는다. 선생님이 반을 이동했던 한국 중학교와는 반대이다.

 

여기 중학교는 4개의 초등학교가 모이는데 예상 외로 전학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같은 학교 출신끼리 형성한 무리 속에서 아들은 처음에 아무도 몰라 힘들어했다. 어릴 적 전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는 이사를 너무 자주했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친구들을 보면 다들 휴스턴에서 태어난 경우가 많다는데, 아들은 나라를 바꿔, 주를 바꿔, 동네를 바꿔 이사를 한 탓에 어린 나이에 비해 이사한 횟수가 많은 걸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친구들이 초등학교 때 추억을 얘기할 때면 좀 서글퍼 질 때가 있다고 한다. 추억을 함께한 아들의 친구들은 다 멀리 사니 그 마음 역시 이해가 간다. 다행히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인 아들은 항상 잘 적응하는 편이어서 모험심 넘친 철부지 엄마, 아빠를 잘 따라준 데 늘 고마운 마음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주를 바꾸며 다시 쳤던 세 가지 테스트에 대해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오클라호마에서 아들은 처음에 영어를 못했으니 ELL(English Language Learners) 클래스를 들었는데, Pull-out Program (특정 수업 시간에 별도의 반으로 가서 ELL 선생님 지도 및 학습을 받는 형태)방식이었다. 다만 공립학교 재정 수준이 다소 좋지 못한 오클라호마는 ELL 교육으로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중간에 한 번씩 테스트를 통해 아들의 영어 향상 추이를 보는데 그쳤다. 약 2년 후에 테스트에서 일정 점수 수준을 넘으니 ELL 교육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었다.

 

텍사스에서는 전학자의 경우 집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 이런 ELL 테스트가 필수였다. 이미 네이티브 수준인 아들은 황당해 했다. 게다가 당시 ELL 테스트 담당자셨던 선생님이 강한 동유럽식(혹은 러시아?) 억양을 쓰고 계셨다. 외국식 영어 액센트를 가진 Tester가 네이티브 액센트를 가진 이를 대상으로 영어 스피킹 테스트를 친다는 상황이 다소 황당했던 기억이다. 헨리는 이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데에 불만이었지만, 역시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동안 4개 영역 (말하기/듣기/쓰기/읽기)의 테스트를 학기 시작 전 모두 쳤다.

 

두번째로 미국의 영재교육과 관련된 테스트이다. 헨리가 초등학교 다닌 지 일 년쯤 뒤에 어느 날 학교에서 퍼즐 맞추는 시험을 보고 왔는데 시험 문제가 재미있다던 아들은 바로 GT(Gifted and Talented Program: 영재교육)에 들어갔다. 미국은 영재교육인 GT 교육을 어릴 적부터 실시한다. 선생님의 추천, 부모의 평가와 아울러 주별로 다른 정량적인 영재 평가 테스트를 친 후에 학생들을 선발해 별도 수업 시간을 만들어서 역시 Pull-Out Program(특정 수업 시간에 별도의 반으로 가서 GT 선생님 지도 및 학습을 받는 형태)을 시행한다. 오클라호마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수업이 있었는데, 아들이 가장 재미있어 했던 클래스이기도 했다.

 

그런데, 텍사스의 경우 다른 주에서 치른 GT 시험 결과가 최근 2년 안에 얻은 것이 아니면 다시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그 바람에 아들은 텍사스에서 시행하는 GT 시험을 중학교 입학 전에 또 다시 쳐야 했다. 

 

텍사스의 중학교는 오클라호마 초등학교와는 달리 GT인 애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선생님이 해당 수업을 담당한다는 것 외에는 별도로 Pull-Out Program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선생님의 역량이 GT 클래스를 맡는 경우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미국은 모든 과목에 대해 한국으로 치면 우열반으로 구분하여 수업을 실시한다. Academic과 Pre-AP(Advanced Placement)라고 나눠서 성적이 좀 더 좋은 학생들은 Pre-AP 과목을 듣고, GT 학생인 경우에도 Pre-AP 클래스와 섞여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아들의 한 학년 700명 중 200명 정도가 Pre-AP 클래스인데, 대부분 아시안 학생들은 교육열 때문에 다들 이 클래스에 속해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엔 이 지역 Pre-AP는 이름이 바뀌었는데, 성격은 바뀌지 않아 무시하도록 한다.)

 

끝으로 미국은 역량이 될 경우 테스트를 통해 한국식으로 말하면 월반이 가능한데, 이 테스트는 CBE(Credit By Examination)이라 한다. 헨리의 경우는 이 테스트도 다시 봐야했다. 이미 오클라호마에서는 Accererated MATH라해 중학교 6학년 수학 과정을 방과 후 과정으로 배웠고, 초등학교 졸업 전 월반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당시 Acceralated Math 담당 GT 선생님께서 헨리가 이사한다고 할 때 수학천재를 텍사스에 뺏겼다면서 농담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마찬가지로 타주 결과는 인정해 주지 않았고, 우리가 휴스턴으로 이사 온 시기에는 이미 시험 신청시기가 지나서, 아들은 이미 다 아는 6학년 과정 수학을 다시 배워야했다.  

 

텍사스 CBE 테스트는 카운셀러에게 신청을 해 치게 되는데, UT(University of Texas)에서 주관하는 테스트를 쳐야 한다. 한 해에 몇 개 특정 기간이 있고 UT 주관인 테스트에서 80점을 넘어야 테스트를 통과가 된다. 단 과정에 대한 준비를 학교에서 별도로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한다. 헨리는 Khan Academy라고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활용해 시험 전 2주간 연습 문제를 풀며 대비했다. 중학교 한 학년 과정을 건너뛴 아들은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일반 고등학교 과정인 Algebra 1를 중학교 7학년에 배웠고, Geometry를 8학년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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