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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t-eats, Must-visits, & Must-sees

텍사스 바닷가에서 테일게이팅(Tailgating)

by 헨리맘 2020. 8. 24.

휴스턴에 살며 산을 쉽게 접하지 못해 아쉽지만, 텍사스와 어울리지 않을 법해도 근방에 가까운 바닷가들이 있다. 플로리다 해변과 같은 코발트 색상을 띤 아름다운 해변은 비록 아니지만, 텍사스의 한적한 바다는 그 자체로 운치가 있다. 

 

텍사스는 걸프 만(Gulf Coast)를 끼고 350마일이나 이어진 해변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바다 빛이 예쁘다는 South Padre Island는 멕시코 국경과 접해 있고, 다른 텍사스 해변에서 보기 어려운 하얀 모래사장이 있다고 한다.  이 곳은 코로나 확진자가 1만 명에 가깝게 나오며 기승을 부리던 한 달 전쯤 바닷가를 빼곡히 매운 사람들 사진으로 접했다. 블루빛 해변 옆의 거리두기나 마스크 없이 파라솔 아래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은 충격적이었지만, 당시 사진을 보면서 텍사스에도 이런 피서지 느낌의 예쁜 바다가 있었나 생각을 했다.

 

우리 가족이 올해 여름 들렀던 곳이 아마 텍사스에서 제일 한적한 바다가 아닐까 싶다. 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Matagorda Bay Nature Park는 사람도 적고 대부분 당일치기 여행을 오는 곳인 듯 했다. 휴스턴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바닷물이 더럽다는 오명을 갖는 Galveston 바닷가에 비해 매우 깨끗했다. 일단 관광지 보다는 오가는 길의 풍경이 어촌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다들 차 트렁크문을 열고, 그 안에서 혹은 그 앞에 아웃도어 의자 등을 세팅해 놓고 음악도 틀어놓고, 간식거리 등을 즐겼다. 이런 걸 테일게이팅(Tailgating)이라 해 종종 미국에서 접하는 광경이다. 예전 살던 동네에서는 길거리에서 스노우콘(Snow cone: 얼음을 갈아 만든 미국식 팥 없는 빙수라 보면 될 듯한 간식거리)을 파는 여름이면 그 작은 상점 뒤 주차장은 스노우콘 먹는 테일 게이팅 차들로 가득했었다. 최근엔 코로나로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서 멀찍이 사람 없는 공간에 차를 세운 채 트렁크를 열고 그 안에서 식사를 하는 이들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장 신났던 건 주차해 놓은 공간 앞 바다는 우리만의 전유물이라는 점이었다. 다들 거리두기를 지키며 차를 띄엄띄엄 주차했기 때문에 차들 간의 거리도 꽤 되었고, 바다에서 놀 때도 마치 금을 그어놓은 것처럼 사람들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각자 놀았다. 이런 거리두기 없이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다니는 건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뿐이었다. 집에서만 갇혀 있다가 바닷물에 흠뻑 젖으며 가족끼리 함께한 그 날 이후 한번 더 가기로 하고선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자유로이 날아다니던 갈매기떼

 

해변가 옆 거리두기하며 테일게이팅 (June, 2020)

 

 

 

마지막으로 소개할 바다는 텍사스에서 가장 깨끗한 해변가로 알려져 있는 Rockport Beach이다. 특히 큰 파도가 없고 수심이 낮아 아이들이 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날씨가 쌀쌀한 때 갔고 생각보다 추워서 바닷가에 발을 담그지는 못했다. 

 

Rockport Beach는 휴스턴에서 남서쪽으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란 곳에 있다. 코퍼스 크리스티는 인구가 대략 34만 명쯤 되는 해안 도시로 텍사스에서 예쁘고 깨끗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울러 이 곳은 처음 휴스턴에 이사왔다고 하면 미국인들이 가보라며 추천한 곳 중 하나였다.

 

우리 가족이 간 시기는 땡스기빙(Thanksgiving) 때라 그런지 더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겨울 바다를 찾았을 때처럼 사람이 적고 자연 경관 자체가 주는 특유의 쓸쓸한 느낌이 있는 겨울 바다인 듯싶다. 여름이면 BBQ 그릴이나 피크닉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날씨가 좋을 때 다시 한번 와야지 했던 코퍼스 크리스티 해변의 Rockport Beach는 내가 본 텍사스의 바닷가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뭘 보고 있었을까. 바다를 바라보던 아들과 나 (Nov, 2018)

 

 

뭐가 저리 웃겼을까~ Rockport Beach 해변에서 빵 터진 아들

 

 

 

터키(Turkey: 칠면조)를 먹기로 유명한 땡스기빙은 미국인들에게 가족이 모이는 한국 명절 같은 때라 학교도 일주일  방학을 한다. 가족 대부분이 한국에 있는 우리는 땡스 기빙 방학이면 외로운 명절 느낌을 피하려고 여행을 다녔다. 

 

이땐 처음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도시나 대도시가 아닌 인근 지역을 택해 우리 가족은 한껏 여유를 만끽했. 하지만 땡스기빙 전날  당일은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는다는  미처 몰라 밥 먹을 적마다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맛집이라고 찾아간 식당을 물론이고 Yelp(옐프: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맛집 찾기 ) 찾아 전화해 본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 결국 365 문을 여는 팬케익점인 IHOP 이틀 연속 갈 수 밖에 없었. 보통 가볍게 아침 먹을  가는 곳이지만, 그나마 휴일에 문을 열어 다행이었고 환한 불빛을 밝히던 길거리 싸인 보드가 반갑기도 했다. 아울러 오갈  보이는 창밖의 바닷가 경치도 나름 위안이 되었다.  

 

참고로, 근처에 바다 위 뮤지엄인 USS렉싱턴이 있다. 인상적인 바다 위에 있는 항공모함 자체가 뮤지엄인데 2차 세계대전 때 미 해군이 사용했다고 한다. 갑판 전시된 다양한 비행기를 둘러보는 시작으로 전시물을 보니 하루 반나절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선상 내부는 좁은 계단이 많은데 미로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도 있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조종실, 숙직실, 치과 카페테리아 다양한 내부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생생한 역사를 알려주는 사진과 영상도 지루하지 않아 뮤지엄에서 보여주는 영상을 끝까지 집중해 처음이었다. 주변 바닷가 광경도 괜찮아, Rockport Beach에 갈 일이 있다면 들러봐도 좋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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