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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넷플릭스 영화 릴리로 살고싶던 대니쉬걸 & LGBTQ 이야기

by 헨리맘 2020. 8. 29.

한국에 있을 때 연말이면 TV를 통해 각종 시상식을 보며 한해가 갔구나 실감했는데, 미국에서는 새해를 시작한 후에 음악과 영화 시상식이 1~2월에 방영이 되었다. 일 년 정도 미국에 살고 처음 시청한 게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이었고, 너무 과도한 무대 설정과 옛날 가수들이 많이 나와 생각보다 별로였다. 반면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은 아는 영화가 있어서인지 더 눈길을 끌었고, 나오는 배우들의 수다를 이해하기 위해 초집중해 봤던 기억이 난다. 나름 재미 있었다.

 

당시 전혀 모르던 영화인데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여러번 그 제목을 들으며 머릿속에 남아있던 영화가 "대니쉬걸(The Danish Girl)"이었다. 

 

넷플릭스에서 몇 달 전 보게 되었는데, 오늘 소개해보려 한다. 좋아하는 연기파 배우인 에디 레드매인(Eddie Redmayne)이 주연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전혀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했다. Historyvshollywood.com에 따르면 실화에 바탕을 두었고 "Men into Women"이란 책이 있다. 책을 찾아 읽어볼 생각은 못 했다. 여성, 남성의 성정체성이 구분된 사회에서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자기 안의 여성 자아를 뒤늦게 찾게 되고, 그걸 추구하고자 애쓴 트랜스젠더의 선구자격인 릴리의 모습을 그려낸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그는 마치 한 몸 속에 남성과 여성이 정말 공존하는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였다.

 

영화에서 나오는 화가 부부의 남편 역을 에디 레드메인이 한다. 어느 날 부인의 초상화 모델이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남편에게 아내는 모델 역을 부탁하게 되는데 이때 그는 처음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느끼게 된다. "Men into Women" 책에서 그는 그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고 한다. 

 

 "I cannot deny, strange as it may sound, that I enjoyed myself in this disguise," Einar wrote. "I liked the feel of soft women's clothing. I felt very much at home in them from the first moment."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때 변장한 후에 내가 느낀 즐거움을 부정할 수 없어요...나는 여성의 부드러운 옷의 감촉이 좋았어요. 처음으로 정말 집에서 편안한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와 현실 속 인물 비교 (출처: historyvshollywood.com)

 

 

 

성정체성에 대한 이슈는 민감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난 그저 미국이 대표하는 가치인 다양성의 일환으로 LGBTQ문화를 존중하는 편이다. LGBTQ는 Lesbian(레즈비언), Gay(게이), Bisexual(양성애자), Transgender(트렌스젠더), Queer/Questioning(성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없는 경우)의 앞 글자를 땄는데 성소수자를 의미한다.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기에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 영화가 상영 금지되기도 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 우연의 일치이지만, 그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화가가 있었다. 뮤지엄에 근무하는 그녀는 참 예쁘게 생긴 백인이었는데 파트너인 다른 여성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원래는 레즈비언이 아니었지만 첫 남편과의 결혼으로 인해 아픔을 겪은 후, 동성애자로 전향했다고 다른 친구에게 들었다. 그녀의 전시회를 몇 번 갔는데 늘 화폭이 담은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있어 왜 그녀의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녀는 동성애자는 아니었다. 그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고 내 시선은 변하지 않았지만, 당시 관찰할 수 있던 건 그녀의 페이스북 친구들의 태도의 변화였다. 원래 한 포스팅에 몇 백명이 넘게 좋아요 등이 달리고, 많은 팔로워들이 있던 그녀가 다른 여자 파트너와 가정을 이룬 이후, 그녀의 포스팅에 달리던 그 많던 좋아요는 사라졌다. 그저 몇 십명 수준으로 바뀌어 있어 그때 난 간접적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에 대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끔씩 접하는 그녀의 근황을 보면 여전히 여성 파트너와 함께 전 남편과의 사이에 뒀던 아들과 딸을 키우며 행복한 모습을 보이며 살고 있다. 최근 그녀의 애들이 엄청 커버린 모습에 놀라기도 했는데, 그녀의 딸은 헨리와 동갑이고 아들은 서너 살 많았다.

 

성소수자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다른 성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현대 사회에서는 중요한 가치일 듯 싶다.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1930년대에는 이들은 거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옛날인데, 영화를 보다보면 정신과 상담 후 당시 의사들은 그를 정신분열자로 몰고 가기도 한다. 그의 진실된 목소리를 들어줬던 의사로 인해 짧으나마 그토록 바라던 릴리로 살 수 있었던 그녀의 스카프가 절벽 위 하늘로 날아가던 마지막 장면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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