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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ng to daily journeys

할로윈 데이 풍경, 올해도 아이들 즐길 수 있을까?!

by 헨리맘 2020. 9. 11.

미국에서 아이들이 가장 신나는 날이 있다면 그건 할로윈 데이일 듯 싶다. 매해 10월 31일, 할로윈 분장을 한 아이들은 해질 무렵이 되면 집을 나서 Trick-or-Treaters가 된다. 이웃들 집에 가서 "Trick or Treat."을 외치면 다들 나와 한웅큼씩 사탕을 주는데, 보통 12살 이하 아이들은 부모들이 멀찍이 따라다닌다. 가끔 부모들도 멋진 코스튬을 차려입은 채 아이들과 함께해 할로윈 데이는 할로윈 장식을 단 이웃집들, 길거리를 활보하는 다양한 코스튬의 아이들, 그리고 우리집을 두드리며 "Trick or Treat" 외치는 귀여운 꼬마들을 맞이하며 사탕을 주는 재미 등이 어우러진 미국의 어린이 날 축제 같다. 

 

CNN에 따르면 올해 LA 카운티에서는 할로윈 행사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특히 야외에서의 모임, 귀신의 집(Haunted House attractions), 페스티발, 카니발 등은 금지되고 대신 할로윈 축하를 위한 온라인 파티, 차를 이용한 퍼레이드 등을 제안했다 한다. 텍사스도 찾아보니 고심 중인 듯 하나 아직 별다른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올해 팬데믹과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발생한 1918년 독감 팬데믹(1918 Influenza pandemic) 때 할로윈 행사가 처음으로 취소되었는데, 당시 가을 독감의 2차 파동으로 전세계 5천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20세기 최초의 팬데믹과 유사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올해 할로윈은 어떻게 될까 한번 생각해봤다. 얼마 전 동네에 꼬마 친구가 생일인지, 여러 차들이 그 집 앞으로 와서 한껏 축하해주고 가는 걸 봤다. 생일이야 차량 Honk(클락션)를 "빵빵빵" 울리고 선물을 집 앞에 놓고 가면 된다지만, 할로윈 때 우르르 몰려다니며 여럿이 하는 행사를 어찌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은 듯하다.

 

아들 헨리도 매해 할로윈 데이면 한 달 전부터 (예전같으면 지금쯤) 미리 사둔 코스튬을 한껏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매해 아들의 할로윈 데이 컨셉은 바뀌었다. 뉴스에서 듣기로 이런 할로윈 코스튬, 사탕/초콜릿, 집 장식 등에 미국인들은 9 Billion 달러(한화 6조원)나 쓴다하니 할로윈 시장 규모로 봐도 얼마나 큰 행사인지 가늠이 될 듯 하다. 올해는 게다가 할로윈 데이가 토요일이며 휘엉청 밝은 보름달마저 볼 수 있다고 하니 Spooky Halloween(으스스한 할로윈)에 제격인 셈이다.  

 

아울러 할로윈 데이는 우리 부부도 덩달아 바쁜 날이었다. 난 아들의 일행을 따라다니며 동네를 걸어다니며 (혹은 차를 타고 다니며)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동안, 신랑은 우리집으로 온 아이들마다 문을 열어주며 사탕을 나눠주느라 둘다 색다른 경험에 재미있으면서도 해가 다 지고나면 체력이 완전 방전된 날이기도 했다. 

 

첫해 아들과 함께 경험한 할로윈 데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헨리의 컨셉은 당시까지 엄청나게 좋아하던 레고 닌자고의 "카이"로 변신, 레드 닌자복을 입고 칼까지 허리춤에 찼다. (나중에 칼은 너무 불편해 내가 들고 다녔지만...ㅋ) 아들 친구네 동네로 가서 1차로 동네집들을 모두 돈 후에, 그 엄마가 모는 트럭 뒤에 애들을 몽땅 다 태우고 이웃 동네까지 여기저기를 돌았다. 다 끝나고 이날 하루 동안 받은 많은 양의 사탕과 초콜릿을 아이들이 그 날 밤 바로 먹어치우는 걸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할로윈 데코레이션 가득한 집앞 풍경 (Oct, 2015)

 

 

닌자고 카이인 아들과 친구들 사탕 받고 있는 모습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대문 앞 거미 포인트 데코가 멋졌던 집

 

 

픽업 트럭 뒤에 몽땅 올라탄 아이들과 헨리

 

 

 

이후 다음해 아들의 초등학교 때 베프인 친구네와 함께 헨리는 드라큘라로 변신했다. 이 베프는 나중에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서 헨리가 마음 아파했는데 아들만큼이나 말이 너무 많아 우리집에서 놀 때면 정말 수다가 많은 친구였다. 얼마전 아들과 오랜만에 통화하던 그 친구 목소리를 들었는데 변성기의 저음으로 변해있어 놀랐지만 수다쟁이인 건 여전했다. 헨리 역시 사춘기 아들은 말이 없어진다는데, 가끔 우린 밤이 늦도록 진지한(?!) 대화를 할 때가 있다. (물론 난 아들의 눈높이에 맞춰 리액션을 하고 끝까지 들어주는 엄마를 지향하긴 한다...) 당시 인근 동네를 걸어다니며 집을 돌았는데 늘 날씨가 좋다가 할로윈 데이만 되면 갑자기 심술을 부려 추웠는데 이날 유달리 추웠던 기억이다. 물론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즐겁게 보냈다. 

 

 

 

드라큘라 헨리와 친구, 그 형 셋이서 받은 사탕 먼저 까먹기~ (Oct, 2016)

 

 

할로윈 데이 제일 유명한 데코, 호박등불 잭오랜턴(Jack o'lantern)

 

 

불 밝힌 크고작은 잭오랜턴들~

 

 

 

이후 다음 해에는 총까지 든 좀비 헌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이 코스튬 분장을 했던 건 도끼 든 제이슨이었다. 그간 해마다 당일 사두고 남은 사탕과 초콜릿, 아들이 받아온 사탕 꾸러미는 꽤나 오랫동안 집 안에 남아 있어 헨리 친구들이 놀러오면 먹고,  결국엔 신랑이 한웅큼씩 회사로 들고가 처치했다. (아들은 입맛이 날 닮아 사탕, 초콜릿 등 단 것을 종종 먹지만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러더니 작년에는 좀 컸다고 Trick or Treating은 안 하겠다며 대신 친구들을 왕창 집으로 불러다 놓고 함께 무비 파티를 하며 놀았다. 아이들은 사탕과 초콜릿 대신 치킨과 피자, 팝콘을 실컷 먹었고, 신랑과 나는 번갈아 초인종이 울리면 나가 멋진 코스튬을 한 꼬마들에게 사탕을 나눠졌다. 올해 할로윈 데이 땐 지금 같은 코로나 상황이면 (여전히 텍사스는 일 2천~5천명씩 확진자 수 추가) 아마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긴 힘들 듯 하니 아들의 아쉬움이 크겠구나 싶다.

(올해 어찌 이것만 아쉬운가...) 

 

 

 

그럴싸한 좀비 헌터 아들과 그 무리들 (Oct, 2017)

 

 

도끼 든 제이슨으로 분장한 아들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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