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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of life - Books & Movies

쿼런틴 동안의 시간여행 (두 편의 드라마 및 영어소설)

by 헨리맘 2020. 6. 13.

어릴 적 남동생이 대사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봤던 영화가 백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시리즈다. 총 3편으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시간여행, 스케이트보드 타던 마티와 흰 곱슬머리 닥터, 시간 여행을 위한 번개와 자동차 등이 여전히 생생히 그려진다. 그때 그려졌던 미래가 2015년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으니 그 당시 그리던 미래보다 훨씬 먼 미래를 내가 살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일어나는 코로나 19 양상은 영화에서나 보던 상상하지 못하던 미래 사회의 모습 같기도 하다. 바이러스 최초 출현 시점으로 돌아가 과거를 고칠 수만 있다면. 

 

재택근무하는 신랑, 온라인 수업 듣는 아들과 함께 집에 머물며 세 가족 함께 다양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셜록 시리즈 팬인 헨리 성향에 맞춰 찾아 시청한 인상적인 한국 드라마를 추려보니 역시 시간여행과 밀접히 관계가 있다.

 

 

빈지워칭(Binge Watching: 몰아서 한 번에 보기) 그 첫 단추를 강렬히 끼었던 드라마는 "시그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로 볼 수 있으며, 2015년 현재를 사는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역)과 1989년 과거의 이재한(조진웅 역) 형사가 얽혀 사건을 풀어나가는 범죄 드라마이다. 무전기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며 두 시공간에서 함께 범인을 찾고자  들이는 치열한 주인공의 사투에 마음을 졸이며 보게 되던 드라마였다. 

 

등장인물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이 드라마의 백그라운드 음악 역시 일품이다. 특히 헨리에게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이던 조진웅이 열연한 이재한 형사가 등장할 때면 흐르던 "떠나야 할 그 사람~" 하는 노래는 지금도 아들이 가끔씩 즐겨 듣는다. 들을 때마다 참 애절하다.  이 곡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잉키(INKII)의 노래였는데, 이소라와 이은미, 알리의 보이스를 섞은 듯한 느낌이었다. 

 

 

 

 

또 한 편의 범죄 드라마로 재미있게 본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는 촌스러움 가득한 1988년을 꽉 차게 만든 박성웅이란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던 드라마다. BBC 시리즈 원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라고 해 영국 원작을 찾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아직까지 원작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함께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회차 끝으로 가며, 과거 없이 2018년 현재 모습만 나오던 회가 있었다. 그 에피소드를 보며 갑자기 지금껏 보던 드라마와 다른 드라마를 보는 건가 할 정도로 현재에 비해 과거가 더 탄탄하고 과거를 연기하던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크게 돋보였다.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하는 결말이 나왔던 걸까. 

 

이 드라마의 영국판 원본 시리즈도 한국 버전처럼 음악이 좋았을 거라는 짐작이 드는데, 그 이유는 이 드라마를 살린 내용에 딱 맞는 기가 막힌 배경 음악 때문이다. 예컨대, 주인공이 과거를 살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가는 시점에는 흘러나왔던 윤종신의 "환생"은 주인공의 과거를 잃은 그 허망함을 더 배가해주었다.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이 같은 팀 사람들이 함께 한 차를 타고 범죄 현장으로 출동하는 길,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가 끝장면으로 나온다. 그때 주인공의 표정은팀 사람들과 함께 마치 즐거운 소풍을 가듯 설레이며 기뻐하는 느낌을 주었다. 햇살 가득한 맑은 날, 차를 타고 가는 길 모두가 환한 함박웃음을 지으며 함께 일하러 떠나는 그 장면은 "미지의 세계로~"하며 나오는 조용필의 노래가 은은히 깔리면서 주인공이 새로운 삶의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을 주며 묘하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국판 시리즈는 시즌 2도 나왔다 들었는데 한국 리메이크판은 시즌2 얘기는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다. 언제 영국판 BBC 원작을 꼭 찾아서 시즌 1, 2 모두 보고 싶다.

 

 

 

 

다음은 쿼런틴 시작하며 읽었던 책인 "Recursio (재귀)." 처음에는 읽기 시작하며 FMS(False Memory Syndrom)이라는 게 나와 바이러스병인가 하며 마침 코로나 19가 미국에 퍼져가기 시작했던 때라 꽤 흥미로웠다. Si-Fi 장르도 좋아하는 편이라 기억을 기반으로 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을 독특하게 다루는 이 책은 몰입도도 있고 신선했다.

 

다만 중반 이후부터는 주인공인 NYPD 형사 Barry와 과학자 Helena의 무한 반복되는 기억 재생 및 시간 여행, 느닷없는 정부의 등장 등으로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가는 느낌을 받으며 책을 덮었다. 시간여행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며 과거를 바꿀 때 멋진 결말을 내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한국어본은 아직 출판 전인 듯하고 넷플릭스 시리즈물이 제작 중이라 한다. 드라마로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된다. 오히려 소설에 비해 시리즈물을 잘 각색해 그린다면 왠지 흥미로운 걸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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