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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to live in US

미국에서 선생님 되기, 텍사스 ACP 과정

by 헨리맘 2020. 9. 15.

올해 8월 블로그를 시작할 무렵 마음을 비웠다. 코로나의 여파로 많은 것들이 제한되었지만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오늘 주제와 관련이 깊다. 아울러 내년을 기약하며 잠시(?) 보류 중인 미국에서 "선생님" 준비과정에 대해서도 공유하려 한다.

 

휴스턴으로 이사를 하면서 학교 카운셀러와 연락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러면서 학교 카운셀러일에 관심이 생겼고, 과정을 찾아보니 다행히 집과 가까운 학교도 있었다. 예전에 내가 공부를 좀더 해보려다 말았던 걸 종종 아쉬워하는 신랑은 다시 시작해봐라 혹은 내가 새 관심 분야를 찾을 때마다 해보길 권유하는 편이다. 특히 신랑은 나와는 달리 뭐든 원리/원론 등 공부로 시작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타입이라 지금도 회사를 다니며 온라인 학위를 듣는데, 아마도 그가 할아버지가 되면 그 때까지 다닌 학교와 취득한 학위가 열 개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이런 신랑은 내가 카운셀러 얘기를 꺼냈을 때 굉장히 반겼다. 다만 텍사스는 2년의 선생님 경력이 카운셀러의 조건이라는 걸 알고는 내가 바로 포기해버리자 그럼 선생님을 먼저 해보는 건 어떠냐 했다. 단 한번도 살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직업이라 당시엔 "웬 선생님~"하곤 그냥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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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작년 9월 학교에서 열리는 Open House(새학년이 되면 부모들을 초대해 과목별 선생님 및 교육 과정을 소개하는 날)에 참석했다. 그때 만났던 선생님 중 한 명과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그 선생님이 빈 교실에 우두커니 있길래 왠지 말을 걸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난 어색한 침묵을 잘 못참는 편이다. 인사를 하며 그녀의 교실로 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툭 튀어나왔던 말이 "선생님되는 데 관심이 있어서요. 질문을 해도 될까요?"였다. 그 선생님은 Spedu(Special Education:특수교육) 수학 담당이었는데, 반갑게 자기도 ACP(Alternative Certification Program)로 선생님이 되었다며 친절히 들었던 과정을 알려주고 내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텍사스 교사양성 프로그램(EPP: Educator Prepation Program) 중 교육 대학을 나오지 않은 학사 이상 학력 보유자들이 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ACP가 있다. 텍사스 TEA(Texas Eduaction Agency)가 인가하는 대학 혹은 온라인 과정을 통해 ACP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텍사스 ACP 관련 사이트]

 

 

Becoming a Certified Texas Educator Through an Alternative Certification Program | Texas Education Agency

Becoming a Certified Texas Educator Through an Alternative Certification Program Alternative certification programs (ACP’s) offer a nontraditional route to certification that may allow you to teach while completing the requirements. These programs are lo

tea.texas.gov

 

 

 

난 왠지 이번에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작년 10월 경부터 온라인 ACP 과정을 시작했다. 참고로 내가 했던 건 A+ Texas Teachers Alternative Certification Program이다. 나처럼 미국이 아닌 곳에서 대학, 대학원을 나왔다면 기존 보유 학위를 검증 기관 공증을 거쳐 확인받는 절차가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학위증명서와 성적표를 내면 심사해 Report of Educational Equivalency 공증 결과를 기관으로 보내준다.

 

학교 대비 온라인 과정의 장점은 본인 페이스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나는 마치는데 6개월 정도 걸렸다. 온라인이라고 해도 매 챕터별 짧은 에세이 답변과 퀴즈, 섹션별 시험 등을 통과하면서 진행해야 했다.

 

ACP 과정에서 필수인 오프라인 과정으로 30시간의 School Observations(학교 참관)이 있다. 절반은 온라인도 가능했지만 나는 실제 학교를 경험해 보고자 30시간 동안 학교 수업에 참관하였다. 본인이 참관하고자 하는 학군/지구(텍사스의 경우 ISD: Independent School District)로 연락해 일정을 잡고 참관을 마친 후 완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 3월 이후부터는 수업참관이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 작년 학기에 마친 것이 큰 다행이었다. 당시 만났던 선생님들 중 몇 분은 내게 큰 용기를 주셔서 인상적이었고, 학교 수업 전 과정을 보는 건 꽤 유용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가르칠 과목(Subject Area) 테스트 통과이다. 텍사스 주에서 시행하는 이 테스트를 패스해야 해당 과목에 대해 인증(Certified) 받은 선생님 자격 보유자가 된다. TEA 사이트에 가입을 통해 ID를 발급받은 후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데, 난 아들에 맞춰 중학교 수학(Mathematics Grade level 4-8)을 택했다. 시험은 90문항을 5시간 동안 치게되고 300점 만점 중 240점 이상되야 패스가 된다.

 

대학 전공이 사회학이었기 때문에 고려해봤던 Social Studies(소셜 스터디)는 텍사스, 미국 역사가 섞여 있어 해당 지식도 없고 새로 공부를 하기에는 무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어릴 적 수학은 잘했으니 영어인 것만 감안하면 똑같겠지 하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수학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중학교 과정 테스트지만 시험은 고등학교 수준에 맞춰 나와 여기 과정인 Algebra, Geometry 등을 다 알아야만 한다.

 

수학 공부는 한 달 정도 했다. TExES (Texas Examinations of Educator Standards) Practice test 1세트 문제, Khan Academy (온라인 강의 사이트)로 개념을 파악했고, Univ. of Houston 제공 해당 시험 관련 온라인 테스트를 다 풀었다. 나름 어릴 적 공부했던 가닥이 남아 있었는지 처음에는 이런 걸 배웠었나 싶던 게 점차 풀리고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르는 건 신랑찬스를 써서 설명을 듣고 익혔다. 

 

(어릴 적 중학교 때 올림피아드 시험 대회는 못 나갔어도, 전교에서 뽑혀 남학생들만 있던 시험 준비반에 함께 어깨를 겨뤘었다. 고등학교 때도 수학은 틀려본 적이 없어 신랑에게 내가 수학을 어릴 때 잘했다고 말하면 그는 반신반의했는데, 테스트 점수가 나오고 한번에 시험에 통과하자, 그제서야 내가 "어릴 적 수학을 잘했던 여학생"이었던 걸 믿었다.^^)     

 

 

 

테스트 결과 (268/300점 만점)

 

 

 

기쁨은 여기까지, 4월에 온라인 ACP에서 시행한 Virtual Teacher Job Fair(온라인으로 선생님 구직 행사)에 한번 참가하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올해 학교에 들어갈 생각은 여름쯤 접고 말았다. 원래대로라면 5월 경부터 여름까지  Substitue(대체교사) 경험을 좀 쌓고 올 가을 학기부터는 ACP 마지막 과정인 1년 인턴쉽을 하기 위해 중학교에서 수학 선생님 일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경험도 없는데 내가 얼마나 첫 해를 잘 보냈을지는 상상이 안 간다.

 

일단 그 1년 간의 인턴쉽(Intern Certificate 하에 선생님을 하면서 프로젝트 수행 및 TExES PPR(Pedagogy and Professional Responsibilities) 테스트 패스 필요)을 마치면 선생님 정규 자격증(Standard Teacher Certification)을 얻게 된다. 

 

사실 선생님 처음 시작을 원어민도 아닌 내가 "줌" 온라인 클래스로 운영할 자신은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서인지 학기 시작 전까지 많은 학교에서 잡오프닝이 있단 메일을 받았지만, 이 시기 가족의 건강과 안전이 제일이라 생각했다. 아울러 집에서 학교수업을 하기에 집에 있는 아들도 있고 쉽사리 시작하기엔 올해는 아무래도 난관이 컸다. 내년에 기회가 닿는다면 학교를 찾아 시작을 해봐야할텐데 그땐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니 차라리 고등학교 수학 과정 테스트를 추가로 준비해볼까 생각하는 중이다. (늘 공부는 한번 손을 놓으면 다시 시작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ㅋㅋ)

 

이렇게 미국에서 전업주부 벗어나기 여정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마침표를 찍을 날 언젠가 글을 공유하게 되길 바란다.

 

 

 

워싱턴 DC WWII 메모리얼 내 텍사스 기둥 (De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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