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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to live in US

미국의 기프트카드 문화 및 최대 명절 시즌

by 헨리맘 2020. 9. 18.

추석을 생각하면 집에 가득했던 선물 세트와 한가득 사온 상품권을 정리하시던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업상 혹은 친척들에게 줄 상품권 속에는 늘 내 몫도 끼어 있었다. 그땐 구두 상품권이 꽤 유행이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는 백화점 상품권이 널리 쓰였던 것 같다. 고급스럽게 생긴 봉투 속에 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상품권이 더 실용적이고 값어치가 있게 받아들여져 그랬을 듯 싶다. 한편 예전 회사에서는 명절 때 재래시장 진흥을 위한 온누리 상품권을 주었는데 그 상품권으로 우린 고기도 사고 그 김에 동네 시장 구경도 몇 번 했다.

 

미국에 와보니 기프트카드(Gift card)가 흔하게 주고받는 선물로서 자리 잡고 있었다. 역시 현금의 역할을 하니 기프트카드의 유용성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기프트카드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마트에서부터 운동복, IT스토어, 음식점, 커피점, 백화점 등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상점이면 거의 기프트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손글씨를 쓰는 카드 속에 기프트카드 꽂이가 붙어있는 타입의 카드도 시중에서 많이 판다.

 

 

 

시중에 파는 다양한 기프트카드 모습

 

 

 

보통 미국은 선물이나 기프트카드를 주더라도 선물 봉투에 넣어서 주는 게 예의이다. 한국은 포장지로 선물 포장을 했다면, 미국은 선물 봉투가 포장지인 셈인데 봉투 안에 얇은 종이 등을 꽉 채워 선물/기프트카드를 덮어 주는 게 일반적이다.

 

 

 

선물 봉투 들고 있는 내 모습, 봉투 안에 선물/카드와 함께 구겨넣은 얇은 색의 습자지가 잔뜩 채워져 있음 

 

 

 

가장 많이 기프트카드를 사게 되는 때가 아이 친구들 생일 때이다. 아들이 어릴 적엔 남자애들 선물은 보통 레고면 되었지만 중학생쯤 되니 기호가 달라 기프트카드가 더 적절한 듯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절친인 경우에는 $30에서 많게는 $50, 일반 친구라면 $15~20 선의 기프트카드면 적정한 듯 했다. 아이들은 보통 스포츠 의류/용품점(Academy 등), 의류(나이키 등), 게임, 아마존 등의 기프트카드가 무난하다.

 

한편 한국의 설날/추석과 비슷하게 가족이 모이고 연휴가 있는 때가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있는 겨울 할러데이 시즌이다. 이 때 흔하게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 편이다. giftcard.com에 따르면 연말 할러데이 시즌에 가장 큰 기프트카드 매출이 일어나는데, 제일 많이 구입하는 기프트카드로는 음식점 기프트카드, 비자/마스타 기프트카드, 백화점 기프트카드 순이었다고 한다. 아울러 사람들은 디지털 기프트카드(eGift card)에 비해서 전통적 카드 형태로 생긴 기프트카드를 훨씬 선호한다고 한다. 이건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한번은 아들 운동 코치에게 디지털 기프트카드를 보냈다가 이메일 미전송 사태가 발생했다.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을 준 후, 메일 수신여부를 여러번에 걸쳐 확인해야 했던 난감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낀 12월은 연말을 제외하면 가족과 보내기 보다 그간 못 보던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바빴다. 그래서 12월의 밤거리는 늘 분주했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과 그간의 못했던 엄청난 양의 수다를 다 끝내고도 늘 헤어지기 아쉽던 그런 사교(?)의 달이었다.

 

반면, 미국은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학교는 2주일 동안 겨울방학을 하고, 주변 친구/지인들은 이 기간에 한국의 명절 때처럼 양가 부모님 댁을 방문하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연휴를 함께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우리처럼 달랑 가족 셋인 경우면 사실 타지에 살며 명절 분위기를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우리 가족도 너무 따뜻한 12월 연말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시 신랑이 타 회사로 이직을 하기 바로 전이라 시간이 좀 여유로워서, 그간 미국에 살며 마음만 먹고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던 친구네 집을 갔다.

 

이 친구는 언젠가 포스팅할 때 언급한 적이 있긴 한데,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인 친구이다. 당시 신랑의 여친이던 시절 알게 된 오래 친구인데 그의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미국인이다.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지금도 그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데 미국에 와서 살면서도 우리는 물리적 거리로 인해 감히 엄두를 못 내다 마침내 재작년 친구네를 방문했다.

 

트럼프가 있는 백악관도 구경하고 워싱턴 볼거리 관광도 즐거웠지만, 그보다는 오랜 친구의 쿨한 와이프와 귀여운 두 딸내미들과 함께 지낸 연휴 기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했다. 5일 간 그 친구네 집에서 지내며 텍사스와는 사뭇 다른 동부의 도시 풍경도 보고, 겨울의 찬 공기도 마셔보고, 아울러 예전에 한국에서 한번 만나봤던 어머님 또 뵙고 너무 자상하셨던 아버님, 아울러 친척/친구들 크리스마스 모임까지 다 함께 참석해 우린 미국 와서 처음으로 북적북적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본 창밖 풍경, 마치 숲속에 있는 색다른 느낌이었음 (Dec, 2018)

 

 

 

특히 당시 너무 인상적이었던 건 가족들 모임에서 서로 선물을 교환하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 역시 크리스마스 때는 기프트카드보다는 선물포장을 한 선물이 더 맞는 듯해 보였는데 역시 포장지 뜯는 재미가 있구나 싶었다. 우린 친구네를 따라 한국인 친구들과의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도 함께 했는데 다들 교포들이어서 대화는 일단 영어로 진행되었지만, 뭔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한국인의 정서가 느껴졌고 마음이 편했다. 가족들 모두 다같이 지하에서 함께 게임도 했는데 헨리가 마지막까지 남는 행운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 가족이 아닌 오랜만에 느낀 명절 느낌에 참 따듯했다.

 

 

 

친구 와이프가 감사의 허그를 아버님께~ 

 

 

친구네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 파자마파티가 컨셉~

 

 

 

우리 가족은 이전에 오클라호마 시골 동네 살 때에는 함께 어울리던 마음 맞는 친구네 가족들이 있었다. 특히 한 친구는 미국에 시월드가 있는 나보다 좀 어린 친구였는데 신랑끼리도 잘 어울리고, 헨리 보다 어렸던 그집 애들은 같은 초등학교를 다녀 친 형제자매처럼 가깝게 지냈다. 그집 막내 아들은 헨리와 인상이 닮아  한국인이 거의 없던 그 초등학교 사람들은 우리를 친척이라 생각해 가끔 내 친구에게 와서 헨리 얘기를 하고가는 엄마도 있곤 했다. 그 친구는 무엇보다 요리를 너무 잘해 자주 "언니~ 밥 먹으러 와요."하곤 나를 위한 점심을 뚝딱 차려줬었다. 늘 그 마음 씀씀이가 어찌나 예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휴스턴에서는 지금 2년여 살았지만 아직 그런 가까운 사이가 있지 않아 아쉽다. 한국은 이제 추석 분위기라서 명절 느낌이 한껏이겠지만 시기가 시기인만큼 그 즐거움은 좀 덜 할 듯도 싶다. 미국의 명절이 다가올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에는 우리 가족은 조촐히 보내겠지만, 다들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이렇게 북적북적 가족 모임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또 생긴다. 

 

 

(한국에서 계시는 분들 모두 추석 명절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리 인사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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