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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마스크 끼고 펼쳐진 아들의 수영경기

by 헨리맘 2020. 9. 22.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수영이다. 헨리가 수영을 시작했던 건 다섯 살 무렵이었다. 아들은 갓난아이일 적부터 목욕할 때면 즐거워했고 물놀이를 신나 하길래 난 유독 물을 좋아하는 아이라 생각해서 시킨 게 수영이었다. 당시 잘 선택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아들은 여전히 어느 운동보다 수영을 사랑하고 매일 하는 수영에 에너지를 쓰고 즐거워하며, 그렇게 수영하는 아들로 크고 있다. 또한 미국에 살다 보니 운동은 일상에서 늘 하는 환경이어서 아들이 오랜 기간 수영을 해올 수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 살던 마지막 해 동네 어린이수영장 경기 때 아들 (Apr, 2014) 

 

 

 

스테이홈 명령으로 올해 3월 중순 이후 모든 게 정지된 이후 가장 먼저 복귀했던 게 수영이었다. 아웃도어 풀장만 이용하며, 코치도 아이들도 모두 마스크를 썼다. 수영하기 전까지 아이들은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고 풀장에 입수할 때에만 마스크를 풀고 수영을 해왔다. 9월이 되어 새로운 숏코스 시즌이 시작되었는데, 그간 안전수칙을 지키며 수영장에 나가던 아들은 지난 주말 첫 경기를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로운 규칙 하에 진행된 첫 숏코스 경기였는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동네까지 가서 대회를 했다.

 

사실 이번은 대회라고 하기엔 규모가 크지 않은 게, 원래 정상적인 시절 수영경기가 있을 때면 인근 휴스턴의 여러 개 클럽이 같이 진행하는데, 12살 이하 혹은 13살 이상 등 연령별로 나눠 여러 이벤트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대개는 서너 시간 정도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번 경기는 헨리네 수영 클럽 아이들만 참가했고, 참가 이벤트 수도 줄이고, 연령대별로 주말 이틀을 나누고 시간대 역시 나눠서 최대한 사람이 모이지 않는 방향으로 계획해 이루어졌다. 

 

얼마나 예전에 했던 9월 경기와 차이가 있는지는 사진으로 확연히 비교해볼 수가 있는데, 먼저 수영 경기를 하기 전에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 전 경기장의 모습은 이러했다. 각 레인별 타이머를 하는 2명의 부모들과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 그 다음 차례의 아이들이 다 함께 준비를 하던 모습이다. 옆 쪽에는 자기 이벤트가 아닐 때 대기하는 팀 아이들이 함께 있다. 그래서 늘 옆에서 보면서 느낀 건 수영 경기하는 날은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이 팀 전체 친구들과 어울리고 노는 날이기도 했다. 

 

 

 

헨리 수영 전 대기 모습 (Sep, 2019)

 

 

 

반면 이번 경기는 아웃도어 풀장에서 진행되었다. 풀장 가는 길이 마치 허허벌판의 시골길 같았는데, 수영장도 넓직한 공터가 있는 학교 옆에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매우 쉬운 환경이었다. 경기 진행 전에 선수들 모두 체온 체크를 했고, 아이들은 자기 이벤트 차례 직전에 풀장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이벤트가 끝나야 다음 차례인 아이들이 들어갔다. 부모들 역시 체온 체크를 먼저 했고 한 선수당 한 명의 부모만 경기장에 입장이 가능했다. 경기장 안에 발러티어하는 부모들도 멀찍하게 서서 타이머를 했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자기 차례 전 대기하는 아들 (Sep, 2020)

 

 

 

경기장에 들어와 아이들은 가방을 내려놓고 마스크를 벗자마자 캡을 쓰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둥 마는 듯한 상태에서 이벤트가 바로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썰렁할 정도로 텅 빈 매우 안전해 보이는 경기장에서 대부분 아이들은 기록이 예전보다 느리게 나왔다. 헨리는 또래에서 수영을 꽤 잘하는 편인데, 이 날의 기록은 세 이벤트에서 모두 예전보다 느리게 나왔다. 옆에서 경기 진행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벤트를 적게 하다 보니, 한 개 이벤트 후에 아이들은 웜다운할 시간도 없다. 게다가 들어온 입구와 정반대 쪽에 있는 나가는 입구로 나가 허겁지겁 돌아와 다음 이벤트 경기를 곧바로 해야 했다. 그냥 경기를 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하는 수준이었다. 

 

 

 

수영 경기 때 부모들이 앉는 관중석 (Sep, 2018) 

 

 

 

수영 경기를 따라다니다 보면 비좁은 수영장 관중석이 늘 불편했다. 게다가 공간도 협소해서 늘 옆의 사람들과 매우 정답게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어야 했었다. 반면 이번 경기는 부모들은 수영장 밖 공터에 마련된 벌판에 아웃도어 의자나 텐트를 치고 대기를 하면 되었다. 거리두기를 위한 표지가 있어 위치에 맞춰 수영하는 아이들도 각자 의자를 펼쳤고, 부모들도 다들 마스크를 낀 채로 밖에서 그렇게 앉아 있었다.

 

 

 

이번 경기 때 부모들 대기석 모습 (Sep, 2020)

 

 

 

이번주 오는 아열대성 폭풍 주의보(Tropical Storm Warning) 때문인지 그날은 오히려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 덥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흡사 소풍 분위기였지만, 신랑과 함께 마스크 끼고 대화하며 앉아 기다리는 동안 '자꾸만 이게 뭐하는 짓이람' 하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다. 장시간 마스크를 쓴 게 이 날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코로나 팬데믹 시대 수영 경기는 결국 안전한 형태로 열렸지만 그동안 익숙했던 경기 때의 풍경이 모두 사라지니 그 아쉬운 마음이 컸던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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