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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과 나이키 스니커즈 (feat. 중국 소비자)

by 헨리맘 2020. 9. 30.

중학생 무렵인 듯한데 LA기어 농구화가 유행이었다. 평범한 운동화와 달리 목까지 올라오던 신발을 우린 신었고 그걸 우리끼리의 스타일이라 여기며 멋지게 생각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 마케팅이 만들어낸 또래문화였을 수 있고, 지금 생각해보면 농구도 안 하며 친구들과 굳이 신고 벗기 불편한 농구화를 왜 신었던 건가 웃음도 난다. 

 

최근 나이키가 빈티지 스니커즈 매출로 인해 코로나 시기 큰 타격 없이 매출 성과를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경쟁 운동복 브랜드인 룰루레몬의 승승장구와 맞물려 나이키 스니커즈 역시 사람들의 소비욕을 자극했나 보다. 사람들은 점점 편안한 일상복으로 운동복을 찾고 관련 제품에 눈을 돌리는 소비 행태를 통해 수혜를 본 셈이다.

 

매출에 큰 기여를 한 두 제품이 모두 빈티지 스니커즈이다. 레트로 감성이라고 불리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는 애착은 제품 이상의 무언가 때문이다.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과 아울러 좋은 시절에 대한 추억을 연상시켜주는 제품이기 때문일 듯 한데 사실 이런 제품을 내놓는 건 기업의 꿈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는다고 되는 일은 아닌데 역시 나이키가 대단하다 싶었다. 운동화 하면 바로 떠오르는 나이키 브랜드 이미지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1982년 론칭된 나이키 에어포스 1(Nike's Air Force 1)은 Yahoo!life에 의하면 2020년 베스트셀링 넘버 1. 스티커즈이자 론칭 후 꾸준한 매출을 보인 효자상품이라 한다. 특히 최근 소셜미디어상 젊은층에게 영향력 있는 이들이 이 신발을 애용하는 모습을 공유해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젊은 여성층의 틱톡 신발이라 불린다고도 하는데, 맨날 틱톡을 보며 깔깔대는 아들을 생각하면 틱톡의 영향력이 꽤 크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들 말로도 여자애들은 틱톡 스타들의 댄스를  많이본다 한다. 에어포스 1을 신고 댄스를 하면 더 춤이 잘 춰지는 건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은 지금 보기에도 무난하고 깔끔해 보였다.

 

 

 

나이키 에어포스 1 (사진 출처: Nike.com)

 

 

 

아울러 Forbes에 따르면 나이키의 이번 분기 매출 상승을 견인한 건 바로 중국 소비자의 씀씀이 덕이기도 했다. 1984년 론칭되었던 에어 조단(Air Jordans) 스니커즈가 최근 중국에서 대히트를 쳤는데 이는 ESPN에서 방영한 조단 다큐멘터리 "The Last Dance (더 라스트 댄스, 넷플릭스 방영 중)"의 덕이기도 하다. 

 

 

 

1998년 마이클 조던 경기 (사진 출처: WSJ.com)

 

 

 

문득 7년 전 중국에서 했던 소비자 조사 생각이 났다. 제품 개선점/신제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마케팅 조사였는데 그 대상이 최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었다. 보유 제품에 대해 대체 왜 선택한 건지 어떤 특장점이 좋은지를 질문하는데, 정말 한결같은 대답만 하는 소비자들을 보며 애먹었다.

 

그 한결같던 그들의 대답은 "신제품은 무조건 좋다. 그 이유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먼저 사용하기 때문이다."였다. 그럴 수 있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보고서를 쓰기엔 어려워 좌담회 모더레이터를 시켜 이리저리 돌려 이유를 캐물었지만, 그 이상의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였던 그들은 겉으로 보이는 걸 중시했는데 최신형 제품은 나오자마자 바로 써야 하며 그래야 유행에 뒤지지 않으며 첨단을 앞서가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서라 했다. 적정 가격 포인트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에 비해 더 고가인 걸 선호했다. 당시 조사는 북경 및 상해 지역에 한정되었고 일부만 본 것이니 중국의 많은 인구를 대표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상해 일끝내고 밤거리 어딘가 (Aug, 2013)

 

 

 

다만 레트로 제품에 대해 중국 소비자들이 그렇게 열광했다는 게 예전에 그들에게서 들었던 바와 사뭇 달라 과연 어떤 이유인지가 궁금했다. nike.com을 찾아보니 에어 조단 스니커즈는 에어포스 1에 비해 다소 고가였다. 대부분 USD150 전후로 가장 비싼 건 USD250 이나 되었다. 내 궁금증은 이내 해소가 되었다. 신상품인 클래식 에어 조단 스니커즈를 사러 매장 앞에 꽤 길게 줄선 중국 소비자들에게 농구계의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의 위력이 분명히 컸을 테지만, 고가 스니커즈가 주는 과시욕을 나이키가 적절히 마케팅한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나이키 스니커즈가 대세라 해도 난 아디다스 스니커즈가 더 좋다. 나이키 보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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