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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s"R"us와 제이크루 파산 뉴욕 여행 가던 해, 제일 큰 규모였던 Toys "R" us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를 방문했다. 각종 장난감에 둘러싸인 아들은 이 멋지고 거대한 장난감 왕국이 그 해를 마지막으로 문 닫는다는 말에 많이 아쉬워했다. 그때만 해도 이 Toys "R" us 장난감 업체가 정말 망할 거라곤 상상을 못 했다. 그 후 이년 뒤 파산 신청 기사를 접했다. 과도한 부채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가는 시대적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게 바로 장난감 왕국 몰락의 원인이었다. 헨리도 초등학생 땐 동네 근처 Toys "R" us 매장에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들렀다. 한참 시간을 들이며 이것저것 구경한 후 제일 마음에 드는 한 두 개 장난감을 고르는 일은 아들에게 꽤 신나면서도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제 .. 2020. 6. 29.
미스터킴의 옛 학교탐방 필드 트립(Field Trip) 이번 주 내내 비가 오다 말다 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리다. 내가 초등학교 때 소풍 가는 날은 오전 8시 날씨가 매우 중요했다. 그때 비가 오면 그날의 소풍은 취소되었는데, 딱 한 번인가 비가 와 소풍은 못 가고, 김밥을 싸들고 학교로 가던 울적한 발걸음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매해 헨리도 Field Trip을 갔다. 올핸 오케스트라 클래스에서 휴스턴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샌안토니오 (San Antonio)로 Field Trip을 갈 예정이었다.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딱 맞는 곳, 테마파크 Six Flags Fiesta가 행선지였다. (안쓰럽지만 물론 취소되었다.) 예전에 헨리 초등학교 시절에 클래스 Field Trip을 한번 따라갔다. 100년도 넘은 옛 학교를 재현한 Rose H.. 2020. 6. 28.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열릴 수영경기 신혼 때 기억이다. 신랑과 해운대에 놀러 갔다. 다른 커플은 대개 남자가 옆에서 수영을 하며 튜브에 탄 여자를 밀어주는데, 우리는 그 정반대였다. 그때 난 물에 떠 있었고 신랑은 튜브를 타고 있었다. 그는 그때부터 항상 입버릇처럼 수영을 배워야겠다 했지만, 여지껏이다. 대신에 수영하는 아들을 따라 수영장은 많이 다니고 있다. 어릴 적 난 수영을 배웠는데, 고급반까지는 못가고 중급반까지 다녀 자유형과 배영만 할 줄 안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동네 아파트에 있던 야외 수영장을 찾았고, 좀 크면서부터는 버스를 타고 실내수영장에 갔다. 특히 야외수영장이 오픈하던 첫날은 공짜여서 그날은 온 동네 애들을 수영장에서 다 만났다. 수영장은 내게 여름마다 친구들과 놀러 가는 즐거운 곳이었다. 수영하는 아들을 따라다니며 텍.. 2020. 6. 27.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소비자를 대변했을까?! 직장에서 하던 일이 마켓 리서치였다. 보통 신제품 출시 아이디어를 도출하거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얻고자 다양한 소비자 조사를 했다. 소비자 조사는 흔히 뉴스나 신문에서 봤던 여론조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선거철만 되면 "서울 및 4대 도시(대전, 대구, 광주, 부산) 거주하는 만 20~65세 성인남녀 대상으로 총 2,500명 샘플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더니 누구를 더 선호하였다는 걸 들어봤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제품을 출시하기 전 소비자의 목소리를 궁금해한다. 내가 한국에서 주로 하던 일은 이런 소비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 마케팅에 적용하는 일이었다. 기업별로 연간으로 진행되는 여러가지 마켓 리서치 조사가 있다. 가장 대규모로 진행되는 건 소비자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조.. 2020. 6. 26.
마법천자문과 why책 (feat. 할아버지 사랑) 헨리 초등학교 때, 매달 헨리 앞으로 박스가 배달되었다. 다름 아닌 한국에 계신 외할아버지께서 보내주셨던 책꾸러미. 마법천자문은 아들 유치원 때 한참 유행이었는데, 한자를 모티브로 한 학습만화책이다. 한자 학습보다는 손오공이 악당을 물리치고 겨루는 스토리를 아들은 좋아했겠지만, 최근 48권까지인가 거의 끝까지 읽었다. 가끔 신간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헨리 외할아버지는 서점에 또 좋은 책이 있다며 "why"책도 골라 함께 보내주셨다. 마법천자문은 어떤 편은 반복해 읽곤 해 책이 다 너덜너덜해지기도 했고, why 시리즈 중 "사춘기와 성"과 "마술과학"은 헨리가 여러 번 읽었던 생각이 난다. 사실 우체국에 내는 배송비가 책값보다 더 비쌌겠지만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해 서점에 들르고 신간이 나왔나 보고,.. 2020. 6. 24.
영어 엑센트는 올리지 말고 떨어뜨릴 것! 예전에 댈러스로 장 보러 가던 시절, 단번에 한국인 아줌마임을 알게 하는 한 마디가 있었다. (물론 인상착의로도 알지만, 가끔 헷갈린다). "Excuse me." 미국에서 매우 많이 쓴다. 어려운 표현도 아니다. 상대편과 대화 중 못 알아들어 다시 한번 확인할 때, 대화를 중단할 때, 혹은 마트 같은 좀 복잡한 곳에서 남 앞을 지나갈 때 흔히 듣고 말하는 표현 중 하나이다. "Sorry."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쓰는 반면, "Excuse me."는 앞으로 일어날 불편함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의미가 강하다. (영국식 영어에서는 "Excuse me"와 동일하게 더 쓰인다.) ["익스큐즈미 이이 이" (점점 엑센트가 올라가며 끝부분을 길게 뺀다)] 이렇게 들릴 경우, 거의 백 프로 한국말을 잘하시는 한국인.. 2020. 6. 23.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며칠 바람이 좀 심상치 않더니, 아침부터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다. 휴스턴은 멕시코만을 낀 바다를 접하고 있어 덥고 습한 편이다. 그래서 비가 올 때면 한국의 봄비보다는 장맛비를 연상시킨다. 장마도 집중호우 때 내리는 비의 모양새고, 거기에 차가 흔들릴 듯한 강풍을 더하면 딱이다. 어느덧 6월도 월말을 향해가니, 이미 허리케인 시즌에 접어들었다. 허리케인 시즌은 6월에서 11월까지이다. 삼 년 전, 약 백 년 만에 휴스턴 지역을 강타한 카테고리 4의 무시무시한 허리케인, 하비(Harvey)를 겪었다. 당시는 우리가 이사 오기 전인데 신랑 동료의 집이 잠겼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헨리 친구들은 그래서 엄청난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면, 꼭 "하비 같은데" 한다. 친한 이웃은 우리 살던 동네가 당.. 2020. 6. 23.
엄마는 발런티어 (미국 교육) 한국에선 바쁘게 회사를 다니고 게다가 해외 출장도 잦은 엄마였다. 기억하는 가장 긴 출장은 삼 주 정도인데, 헨리가 나중에 하는 말이 내가 그때 두 달이나 출장을 갔다 한다. 이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사람은 헨리 외할머니였다. 미국에서 난 전업맘(/경단녀?)이 되었다. 헨리 초등학교 때 멋 모르고 그냥 학교 행사면 다 참석했다. 우선 아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보고 싶었고, 한편으론 미국 학교 모습도 궁금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엄마들의 발런티어 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조금 과장하면 어쩌면 엄마들 없이 학교가 잘 안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처음 참석한 게 발렌타인 데이 파티였다. 선생님은 미리 사인 업 (SignUpGenious: 이벤트 스케줄링/플래닝 하는 앱) 메일을 보냈다.. 2020. 6. 22.
뉴욕, 뉴욕! T.rex가 있는 자연사 박물관 (American musuem of natural history)! 뉴욕을 처음 간 건 회사 출장 때문이었다. 월스트릿이 있는 세계 파이낸스 중심지, 트렌디한 패션, 다채로운 문화가 넘치는 도시를 한껏 기대하고 갔지만, 워낙 빡빡한 일정으로 타임스퀘어 밤거리를 보고 온 게 다였다. 아쉽지만 당시 뉴욕은 내게 큰 감흥을 남기지 못했다. 한편 당시 출장 목적이었던 하이엔드 소비자를 리쿠르팅해 모였던 맨하탄 부자들 그룹 좌담회(Focus Group Discussion)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 마이클 잭슨을 꼭 닮은 모더레이터와의 토론에서 그들은 일 년에 몇 번씩 한다는 해외여행에 대해 꽤나 길게 얘기꽃을 피웠다. 여유가 있는 그들을 공략하고자 엿봤던 초고소득층 소비자의 라이프를 기반으로 마케팅 보고서를 써야 했던 난 그들을 꽤나 부럽게 바라봤던 게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 2020. 6. 21.
털사, 그곳의 기억 내일 털사(Tulsa) BOK center에서 열릴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페인 랠리로 뉴스가 떠들썩하다. 이미 1백 명쯤 신청했고, 내부에만 18,000명이 들어찰 예정이라 하니 이 시기 다들 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털사가 이렇게 뉴스거리가 되다니. 트럼프나 랠리보다 더 눈에 띄고 요즘 생각나는 털사는 내겐 익숙한 곳이다. 몇 년간 그곳에 살며 난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배우고 적응했다. 털사에서 우리가 살던 동네는 털사 남부였는데 동네 이웃들 대부분 백인이었다. 아들의 초등학교에는 Pre-K부터 5학년까지 각 학년당 약 100여 명이 있었다. 역시 거의 대부분 백인, 아시안이나 흑인은 우리 애 빼고 한 학년에 서너 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였다. Bruno Mars 공연을 했.. 2020. 6. 20.
한국에서 12년 간 영어를 배운다고? 여기서 태어난 한국애들은 한국어 구사가 능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모가 집에서 한국어를 쓰더라도 보통 Pre-K (유치원 전 단계)인 서너 살부터 학교를 다니며 애들은 자연스럽게 영어가 더 편한 아이가 된다. 애가 크며 부모는 애 수준의 영어가 안되고, 애는 한국어를 잘 못해 단순한 얘기 말곤 서로 대화가 전혀 안 되는 경우도 주변에서 봤다. 다행히 우리 아들은 한국어가 능숙해 그런 염려는 없지만, 헨리는 커가며 뭔가 거슬리는 엄마의 발음을 지적한다. 특히 따라 하려 해도 네이티브처럼은 안 되는 R 발음은 알파벳에서 빼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엄마는 너무 과하게 R발음을 굴린다며, 놀려대는 아들이 언제는 얄밉기까지 하다. 어느 날 헨리 6학년 때 Social Studies(소셜 스터디) 시간 세계의 지.. 2020. 6. 18.
아들의 주크박스 변천사 얼마 전 헨리가 이승철이 누구냐 묻는다. 엄마 어릴 적 가수인데 지금은 나이 많은 사람일걸 하니, 이 노래가 좋다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듣는다. 어찌나 반갑고 듣기 좋던지. 내가 중학교 때 여름 방학, 아파트 단지 근처 화실이 새로 생겼다. 유명한 선생님이라 해 그곳으로 미술 학원을 옮겼고, 뭘 그렸는지 이런 건 생각도 안 나지만, 긴 생머리의 화실 선생님은 늘 라디오를 틀어놓으셨다는 게 기억난다. 낮에 주로 화실에 갔는데, 라디오 DJ도 프로그램명도 생각나지 않지만, 이젤 건너편에서 흘러오는 발라드 노래가 너무 좋았다. 그때가 내겐 아마도 소위 요즘 말하는 90년대 발라드에 푹 빠져들게 된 시발점이었고, 그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수는 김동률이다. 우리집에서 엄마/아빠가 틀어놓은 음악이 .. 2020.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