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헨리가 이승철이 누구냐 묻는다. 엄마 어릴 적 가수인데 지금은 나이 많은 사람일걸 하니, 이 노래가 좋다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듣는다. 어찌나 반갑고 듣기 좋던지.
내가 중학교 때 여름 방학, 아파트 단지 근처 화실이 새로 생겼다. 유명한 선생님이라 해 그곳으로 미술 학원을 옮겼고, 뭘 그렸는지 이런 건 생각도 안 나지만, 긴 생머리의 화실 선생님은 늘 라디오를 틀어놓으셨다는 게 기억난다. 낮에 주로 화실에 갔는데, 라디오 DJ도 프로그램명도 생각나지 않지만, 이젤 건너편에서 흘러오는 발라드 노래가 너무 좋았다. 그때가 내겐 아마도 소위 요즘 말하는 90년대 발라드에 푹 빠져들게 된 시발점이었고, 그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수는 김동률이다.
우리집에서 엄마/아빠가 틀어놓은 음악이 아닌 아들이 선택한 음악이 흐르게 된 건 헨리 4학년~5학년 때쯤이다. 당시 우리집엔 Bruno Mars(브루노 마스) 노래가 매일 울려 퍼졌다. 왜 좋아하게 된 건지는 잘 생각이 안 나지만, 헨리는 Bruno Mars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떻게 가수가 되었는지 옆에서 설명했다.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고 가끔 노래에 맞춰 춤도 추고 Bruno Mars의 전 앨범 전 곡을 정말 좋아했다. 이 엄마가 볼 때 가장 좋아했던 건 Count on me. 요즘도 가끔 헨리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면(?) 이 노래를 듣지 않나 싶다.
그러던 헨리가 6학년에 접어들며 Bruno Mars 노래는 우리집에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들의 음악 사랑은 One Republic(원리퍼블릭), Twenty One Pilots(21 파일럿츠), Weezer(위저) 등 밴드 뮤직으로 옮겨갔다. 그 외 미국인들이 많이 사랑하는지 운전할 때 라디오 틀면 단골로 나오는 Imagine Dragons(이매진 드래곤스), Maroon 5 (마룬5) 노래도 가끔 듣고, 내가 좋아하는 Cold Play(콜드플레이) 곡까지 다 록밴드 음악들이었다. 대부분 옆에서 듣기에도 신나고 특히 이 중 추천할 말한 Weezer의 Teal Album 전 곡이 리메이크인데 듣고 있자면 청량감이 느껴지는 보이스가 매력적이다.
두둥! 어느덧 7학년 되고 지금까지 헨리가 심취한 음악은 Eminem(에미넴)이다. 랩의 신이고, 닥터 드레가 키웠고, 지금까지 가끔 하는 랩배틀에서 도전자를 여전히 이기는 그의 근황도 자세한 헨리의 설명으로 잘 알고 있다. 난 무슨 얘기던 헨리 말을 늘 잘 들어주는 엄마를 지향한다. 하지만, 랩의 신을 모독하는 건 아니나, 내게 그의 랩송은 듣고 있자면 미안하게도 시끄러운 노래이다.
사춘기 아들에겐 그 시끄러운 랩송이 뭔가 철학적인 노래쯤으로 들리나보다. 헨리 말로는 Eminem 노래는 비트도 좋지만, 다른 의미 없는 랩송 가수들과 달리 Eminem 노래는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거라 한다. Enimen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얘기하고 늘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해서 좋다고 한다. Eminem 노래는 옆에서 듣다 보면 난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공감이 또 어렵다.
이제 8학년는 앞둔 여름 방학이 지나면, 다시금 바뀔 헨리의 음악 취향을 기대해 본다. 그런데 Enimem은 생각보다 너무 오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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