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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ng to daily journeys

한국에서 12년 간 영어를 배운다고?

by 헨리맘 2020. 6. 18.

여기서 태어난 한국애들은 한국어 구사가 능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모가 집에서 한국어를 쓰더라도 보통 Pre-K (유치원 전 단계)인 서너 살부터 학교를 다니며 애들은 자연스럽게 영어가 더 편한 아이가 된다. 애가 크며 부모는 애 수준의 영어가 안되고, 애는 한국어를 잘 못해 단순한 얘기 말곤 서로 대화가 전혀 안 되는 경우도 주변에서 봤다.

 

다행히 우리 아들은 한국어가 능숙해 그런 염려는 없지만, 헨리는 커가며 뭔가 거슬리는 엄마의 발음을 지적한다. 특히 따라 하려 해도 네이티브처럼은 안 되는 R 발음은 알파벳에서 빼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엄마는 너무 과하게 R발음을 굴린다며, 놀려대는 아들이 언제는 얄밉기까지 하다. 

 

어느 날 헨리 6학년 때 Social Studies(소셜 스터디) 시간 세계의 지역/나라 이런 토픽을 배우는데, "South Korea"가 나왔단다. 한국은 Wi-Fi가 빠르고, 심지어 지하철 내 Wi-Fi도 심지어 여기 학교보다 빠르다며 으쓱해했다. 반면 자신 있게 자기가 다 알 거라 생각했던 헨리의 의구심을 일으킨 내용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은 한국어, 영어를 말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12년간 영어를 배운다"는 점이었다. 의아해하는 헨리에게 맞긴 해 하니, 그런데 왜 할머니는 Hello, Thank you만 알고 자기가 본 한국인 엄마들은 다 그렇게 영어를 오래 배웠는데 왜 잘 못하는 거냐 한다.

 

헨리 학교에서 가르친 한국의 영어 교육 내용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도 하다.

 

언어학자들이 말한 최적의 언어 습득 시기 때 분명히 나는 한국에서 영어를 배웠다. 너무 오래 전이라 지금은 다르겠지만, 중학교 때 영어 수업은 매일 있었고, 나는 분명 선생님 발음을 열심히 따라 했고, Dialogue라 해 챕터 시작 때 나오는 회화도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다. 다만 더 큰 비중을 두고 배운 건 챕터 별 있던 긴 지문의 글 이해였다. 당시 난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영어 시험을 잘 치는 학생이었던 셈이다. 

 

영국에 산 적이 있다. 당시 런던에서 대학원을 다녔는데, 그때 접했던 영국식 영어는 또 다른 세계의 영어였고 어찌나 듣기 힘들었는지 모른다. 여기 미국에 살며 오클라호마에서 처음 접했던 약간 늘어지는 듯한 억양의 남부 사투리도 마찬가지였다. 토플 시험을 칠 때 공부하던 또박또박 발음은 실생활에선 존재하지 않았다. 점차 익숙해지긴 했지만, 정말 간단한 말도 처음에는 어찌나 안 들리던지.

 

 

Sherlock Holmes Season 2

 

그런데, 셜록홈스 시리즈를 애청하는 아들을 보면 영국식이던 미국식이던 들을 때 그에겐 다 같은 영어일 뿐이다. 

 

아들이 이번 학년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번은 치과에서 직원끼리 스페인어를 쓰는데 옆에서 알아듣기도 하고 꽤 재미있어한다. 아울러 어렵기도 하다며 아들은 엄마의 발음 고충을 조금은 이해했다. 이번 온라인 수업 때 집안일을 직접 하며 말하는 동영상 찍어 보내기 숙제가 있었다. 엄마, 아빠는 각자 동영상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문득 스페인어 배우는 과정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숙제며 메이저 테스트이며 헨리가 배우는 스페인어는 전부 말하기 듣기 위주였다. 선생님은 스페인어가 모국어이고, 항상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배우며, 긴 지문의 글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그 시절, 나도 영어가 모국어인 선생님께 긴 지문 해석이 아닌 말하기와 듣기 위주 영어를 배웠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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