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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ng to daily journeys

시츄와 비숑 사이, 우리집 펫

by 헨리맘 2020. 6. 16.

 

해리가 낮잠자기 좋아하는 햇살 좋은 내 공간

 

 

세 가족, 한국에 살 때 우리 집 말고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가족 모습이었다.

 

미국에 오니 이게 웬걸, 주변에 가장 흔히 보이는 가족은 다섯 가족인 엄마, 아빠, 애들 셋. 거기에 기르는 펫까지 합치면 가족수는 더 늘어났다. 집마다 개 한 마리쯤은 다들 있었고, 개 두세 마리 혹은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집도 많았다. 혼자인 걸 그다지 개의치 않던 헨리는 미국에 살며 날마다 펫 타령을 시작했고 이런 아들의 염원은 일 년 후쯤 이루어졌다. 

 

먼저 많이들 쉘터(Animal Shelter)에서 개를 입양한다고 해 여러 곳을 찾아 가봤다. 쉘터를 방문하면 그곳에 있는 다양한 개를 둘러보게 해 준다. 그리고 입양을 원하는 개에 대해 지원서를 작성하면 된다. 지원서에는 개를 키워본 경험, 집을 소유/렌트하는지, 개를 혼자 두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왜 이 개에 대해 관심을 갖는지 등등 기입하게 되는데, 매번 열심히 작성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가끔 쉘터에 가면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이 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헨리는 그 강아지들 모습이 귀여워서 너무 흥분해 신나했던 기억인데, 연락을 안 줬던 건 아마도 우리의 경험 부족이 큰 원인이지 아니었을까 싶다.

 

한 지인은 개 두 마리를 쉘터에서 입양해 키우셨는데, 개 한 마리는 쉘터로 오기 전 겪었던 아픔 때문에 사람을 잘 안 따르는 바람에 길들이기가 힘들었다고 하셨다. 쉘터로 강아지를 보러 다닌다고 하니 이전에 키운 경험이 없으면 쉘터에서 데려온 반려동물 키우는 건 가족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러다 우연히 로컬 신문에 난 사진 광고를 보고 개 브리더 하우스를 찾아갔다. 신문에 난 강아지는 흰색 비숑 프리제였다. 연락을 해보니 이미 다 팔렸다며 대신 8주된 비숑 시츄 믹스가 있는데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 이전에 쉘터를 가보곤 할 때 그나마 찾아봐 알았던 정보로 개는 어릴 적에 데려오는 게 좋다던 게 생각나 바로 찾아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무식이 용감이라는 말이 딱 맞다.

 

결국 두 시간 정도 멀리 운전해 찾아간 동네는 한참을 달려야 띄엄띄엄 하우스가 하나씩 보이는 시골 마을이었다. 브리더의 하우스를 찾으니, 드넓던 야드 앞 작은 펜스 안에 꼬물꼬물 귀여운 강아지 여섯 마리가 있었다. 그중 세 마리가 수컷, 오기 전 펫 남동생을 마음에 두고 있던 헨리가 고른 개는 그중 주인이 둘째라 했다. 블랙과 화이트 절묘히 믹스된 털이 귀여웠다. 특히 머리에 있는 하얀 번개 모양 털이 해리포터 같던 그 녀석은 그렇게 우리 가족 "해리"가 되었다. 

 

 

우리집 온 후 삼주쯤 뒤, 내 무릎 위를 너무 편하게 여기던 베이비 해리

 

 

그 뒤 사실 한동안 어찌나 고생이었는지 모른다. 너무 반려동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게 패인. 펫 정보를 읽고 해리가 집에 익숙해질 수 있고 사회성 있는 강아지로 키우기 위해 나름 하라는 건 다 하려 노력했다. 마치 애 하나 더 키우듯이. 하지만, 집안 곳곳은 해리 냄새로 가득 찼고, House-breaking potty training(배변훈련)은 쉽지 않았다. 특성을 찾아보니, 비숑도 시츄도 모두 무난한 성격을 가진 종이라 해리 역시 착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었지만 다 알아들은 듯 똑똑하다가도 실수를 범할 때면 그 처리가 참 힘들었다. 심지어 해리가 집에 온 지 며칠 만에 밤에 낑낑대는 해리를 보고 신랑은 딱 한 달만 키워보고 더 키울지 고민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심각해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해리가 어릴 적에는 동물병원에 자주 들러야 했는데, 각종 예방접종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거금을 들여 해리는 덴탈 클리닝과 치료까지 받았는데, 그 이유가 해리 이의 크라우딩(Crowding: 치아 공간 부족) 이슈가 있고 유치 중 하나가 안 빠지고 영구치 옆에 남아 있어서 그걸 또 제거해 줘야 했어서였다. 당시 친구들/지인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다들 들으면서 박장대소를 했던 기억이다. 개의 이도 크라우딩 이슈가 있다니...  

 

 

 

인형은 내친구~

 

 

 

그러던 해리가 지금은 우리 곁에 3년을 함께 했고 이젠 네 살이나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 가족이 집에 있으니 사실 이 시기 가장 큰 수혜자 같다. 예전과는 달리 매일 엄마(=나)와 함께 하는 산책, 혼자 집보는 시간 없이 늘 함께 하는 가족, 백야드에서 함께 놀아주는 헨리 형, 이쯤이면 해리에겐 요즘이 가장 즐거운 때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오히려 온 가족이 너무 집에 있어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한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해리는 산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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