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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엄마는 발런티어 (미국 교육)

by 헨리맘 2020. 6. 22.

한국에선 바쁘게 회사를 다니고 게다가 해외 출장도 잦은 엄마였다. 기억하는 가장 긴 출장은 삼 주 정도인데, 헨리가 나중에 하는 말이 내가 그때 두 달이나 출장을 갔다 한다. 이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사람은 헨리 외할머니였다. 

 

미국에서 난 전업맘(/경단녀?)이 되었다. 헨리 초등학교 때 멋 모르고 그냥 학교 행사면 다 참석했다. 우선 아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보고 싶었고, 한편으론 미국 학교 모습도 궁금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엄마들의 발런티어 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조금 과장하면 어쩌면 엄마들 없이 학교가 잘 안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처음 참석한 게 발렌타인 데이 파티였다. 선생님은 미리 사인 업 (SignUpGenious: 이벤트 스케줄링/플래닝 하는 앱) 메일을 보냈다. 파티 때 필요한 스낵/음료, 티슈/컵, 게임 진행 등 항목에 하고싶은 엄마들이 택해 당일 준비해 오면 된다. 난 보통 가장 사기 쉬운 음료를 택했다. 파티 당일 날 온 엄마들은 진행요원이다. 

 

 

 

Valentine Day Party (Feb, 2015) 때 게임하는 학생들과 발런티어맘들

 

스낵도 먹고 카프리선도 마시고~

 

 

그중 가장 기억나는 건 페이스페인팅을 2학년 학교 마지막날 행사이다. 트램펄린이나 다른 게임에 비해 내가 하기 좋겠다 싶어 신청했다가, 그날 난 드래곤을 수도 없이 많이 그렸다. 붓도 물감도 다 부족했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어느덧 내 앞엔 남학생들이 연달아 줄을 섰다. 그날따라 민소매 옷을 입고 가 뜨거운 땡볕에 뒷목, 팔 다 너무 타서 나중에 살이 까지기 까지 했다. 그래도 애들이 그날 제일 좋아한 이벤트 중 하나여서 보람이 컸고, 헨리 얼굴에는 그날 내가 그려준 베트맨이 방과 후까지 남아 있었다. 

 

 

 

Super Kids day (June, 2015) 스쿨 마지막날 행사 페이스페인팅 발런티어맘들

 

내가 그날 수도없이 그린 드래곤

 

요 페이스페인팅 샘플을 보고, 학생들이 원하는 걸 얼굴에 잘 그려주는 게 임무 

 

 

이런 직접 몸으로 발로 뛰는 발런티어 외 학교 밖에서 열리는 행사 차 라이드도 역시 엄마들 몫이다. 헨리 4, 5학년 때 대표팀에 뽑혀 다른 초등학교들과 실력을 겨루는 퀴즈대회인 아카데믹 볼(Academic Bowl)에 나갔다. 이웃 학교에서 열린 퀴즈 대회에 엄마들은 올 적 갈 적 라이드 담당이자 진행 시 점수 검산 담당이기도 했다. 물론 퀴즈 경기하는 애들을 응원하는 역할은 기본이고 말이다.

 

 

 

댑~! 4학년 때 아카데믹볼 팀 친구들(Jan, 2017)

 

5학년 때 퀴즈대회 진행 모습 (Nov, 2017)

 

 

 

엄마들 참여가 많은만큼 늘 초등학교 행사는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이 어우러져 함께 했다. 학교의 문턱은 낮았고, 그래서인지 헨리의 초등학교는 늘 친근한 곳이었다. 또한 선생님들과의 만남도 항상 어색함 없이 반가웠다. 큰 행사는 공식적인 PTA(Parent-Teacher Association)가 학교와 함께 주관했고, 한 달에 한번 미팅도 하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엄마들이 직접 참가해 기꺼이 다 같이 하고자 했던 그 마음이었다고 본다. 갖가지 행사를 함께 했던 나도 분위기에 이끌려 늘 즐겁게 돕고 참여했다.

 

헨리가 중학생이 된 후엔 올해 한국인 엄마들과 함께 준비했던 인터네셔널 페스티벌 말곤 학교 발런티어를 한 일이 그러고 보니 없다. 그보단 매달 있던 수영 경기 발런티어를 많이 했는데, 신랑과 나는 번갈아 기록을 재는 타이머를 주로 했다. 가끔 수영팀 엄마들 중에는 발런티어 이상 거의 경기 주최 측에 가까운 듯이 많은 일을 하는 이들도 있다. 아마도 이런 엄마들의 열의가 미국의 발런티아 문화를 단단히 하는 데 큰 몫을 했을 거라 본다.

 

 

 

주니어 하이 International Festival 때 "South Korea" 코너 (Ma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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