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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열릴 수영경기

by 헨리맘 2020. 6. 27.

신혼 때 기억이다. 신랑과 해운대에 놀러 갔다. 다른 커플은 대개 남자가 옆에서 수영을 하며 튜브에 탄 여자를 밀어주는데, 우리는 그 정반대였다. 그때 난 물에 떠 있었고 신랑은 튜브를 타고 있었다. 그는 그때부터 항상 입버릇처럼 수영을 배워야겠다 했지만, 여지껏이다. 대신에 수영하는 아들을 따라 수영장은 많이 다니고 있다.

 

어릴 적 난 수영을 배웠는데, 고급반까지는 못가고 중급반까지 다녀 자유형과 배영만 할 줄 안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동네 아파트에 있던 야외 수영장을 찾았고, 좀 크면서부터는 버스를 타고 실내수영장에 갔다. 특히 야외수영장이 오픈하던 첫날은 공짜여서 그날은 온 동네 애들을 수영장에서 다 만났다. 수영장은 내게 여름마다 친구들과 놀러 가는 즐거운 곳이었다.

 

수영하는 아들을 따라다니며 텍사스 이곳 저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대회를 함께 했다. 

 

시즌이 있는 타 운동과 달리 수영은 일년내내 한다. 9월부터 시작해 3월 경까지 숏코스(Short course), 4월부터 7월까지는 롱코스(Long course) 시즌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인근 휴스턴에서 경기를 시작해, 매 경기별 수영 기록을 만들어 시즌이 끝날 무렵 GAGS (Gulf Age Group: 텍사스 지역을 나눠 휴스턴이 포함된 남부 쪽 그룹) 챔피언쉽에 나간다. 마지막 열리는 TAGS (Texas Age Group: 텍사스 전체) 챔피언쉽 경기는 텍사스주 기록이 있어야만 나갈 수 있어 소위 텍사스에서 수영 가장 잘한다는 애들이 모이는 경기이다. 헨리는 올해 TAGS 숏코스 기록을 아홉 개나 만들더니 파이널까지 몇 경기를 나갔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번 롱코스 시즌 경기는 일찍이 다 취소되었다. 

 

여러 수영 대회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GAGS 경기는 아웃도어 풀에서 열렸다. 그런데 마치 캠핑을 온 듯 부모들, 애들 할 거 없이 다들 텐트 및 아웃도어 의자를 이고지고 나타났다. 수영장 뒤편 공터는 부모들이 쳐놓은 텐트가 정렬을 했고 애들은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영 경기를 하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분간이 안 갔다.

 

 

작년 GAGS 경기 때 (July, 2019)

 

수영장 뒷편 부모들/수영선수들의 야외 대기석

 

헨리와 친구들 아지트, 펜스 건너편이 수영 경기장

 

 

크던 작던 수영 대회를 하면, 많은 연령대 애들이 함께 차례대로 이벤트를 치르기 때문에 경기 중간중간 대기 시간이 길다. 그러니 애들에게 수영 경기가 있는 날은 본인의 수영 기록을 갱신하는 날이자 아울러 주말 내내 이틀 혹은 삼일 간 하루 종일 친구들과 떠들고 게임하는 즐거운 날이기도 하다.

 

게다가 하루 종일 수영을 하고도, 경기 후 몸을 풀어주기 위해 또 수영을 하는 (나로서는 늘 이해가 안가는) 웜다운(Warm down)을 헨리는 오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수영대회 때면 마지막에 경기장을 나온 적도 허다한데, 그럴 때면 신랑도 같은 마음인지, 그렇게 수영을 하고도 또 재미있나 하며 아들이 친구들과 대충 끝내고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엄마인 난 수영 경기 때면 헨리 경기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담당이자 긴 대기 시간 동안 신랑과의 밀린 수다 상대이기도 했다.

 

매달 있던 그런 경기가 없으니 뭔가 허전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수영 경기를 못하겠지 했는데, 7월 초에 롱코스 수영 경기가 위스콘신에서 열릴 예정이라는 기사를 봤다.

 

그 대회에서 애들은 수영 경기 중간에 더이상 함께 모여있을 수 없고, 친구와 길게 웜 다운을 할 수도 없다. 텐트를 치고 앉아 기다릴 일은 더더욱 없으며, 부모도 더 이상 타이머 역할을 안 해도 되었다. 새로운 방식의 경기라도 아예 없는 것보단 반가운 일인데, Swimswam 기사를 읽으며 왠지 뭔가 빠진 듯한 반쪽 짜리 수영 대회인 듯한 허탈감은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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