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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ng to daily journeys

우리집 강아지는 독립기념일을 싫어해! (불꽃놀이 문화)

by 헨리맘 2020. 6. 30.

이번 주말이면 미국인들에게 큰 축제 중 하나인 독립기념일 (Independece Day/July 4th: USA의 탄생일, 영국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날)이 돌아온다. 

 

이 날은 미 전역에서 낮부터 퍼레이드, 콘서트 등이 펼쳐지고 밤이 되면 크고 작은 불꽃놀이로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는 대규모 큰 행사가 취소되고 온라인(Virtual)으로 대체된다 하는데, 일부 행사는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도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보통 불꽃놀이는 밤 9시경부터 시작하는데, 그보다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은 불꽃놀이 행사가 있는 거리를 꽉 채운다. 이 때에도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아웃도어 의자는 필수품이다. 하늘을 가리는 건물이 없는 명당자리는 이른 저녁부터 의자로 빼곡하고, 불꽃놀이 행사가 벌어지는 주변 레스토랑은 만원이다. 물론 낮에는 온갖 종류 푸드 트럭이 거리를 메우는 날이기도 하다.

 

재작년 여름, 미국에 오셨던 친정 부모님과 우리 가족은 이른 저녁부터 동네 행사 거리로 나섰고 축제 분위기의 흥겨운 인파 속에서 다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큰 규모로 펼쳐지는 불꽃놀이는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모두의 환호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한 구경거리였다.

 

예전 오클라호마에서 봤던 불꽃놀이보다 규모도 더 컸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옆에 계시니 헨리의 기쁨 또한 더한 듯 했다.

 

특히, 오클라호마와 달랐던 건 불꽃놀이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동네 사람들의 불꽃놀이는 얼마간 지속되었다. 간간이 "펑, 펑" 하는 폭죽 소리가 들려왔는데, 해리는 그 소리가 날 적마다 짖어댔다. 점차 폭죽 소리는 잦아졌고 그날의 열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올해는 취소된 동네 불꽃놀이 행사 거리의 초저녁 인파

 

 

그런데 작년 독립기념일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평소 우리집 펫 해리는 9시면 숙면에 든다. 온 가족이 깨어 있어도 어릴 적부터 들인 습관이라 그런지 (하루종일 그렇게 많이 자고도) 밤마다 그 시간이면 또 잘 자는 강아지다. 대개 해리의 Home(벽난로 앞 해리 방석)이나 혹은 본인 자리라 생각하는 듯한 일인용 소파가 평상시 그의 잠자리이다. 

 

 

 

해리 Home, 그 옆은 해리가 제일 사랑하는 코끼리

 

해리가 꿀잠 즐겨 자는 소파

 

처음 보고 깜짝 놀랐던 해리 잠자는 모습 (아주 편할 때 개는 이런 자세로도 잔다 함)

 

 

우리 가족은 그날 피곤하다는 두 남자들 의견에 따라 이번엔 어디 나가진 말고, 맛있는 음식이나 사먹고 집에 있자 했다. 

 

난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초저녁이 되자 동네 곳곳에서 연신 "펑, 펑, 펑" 소리가 엄청나게 나더니, 우리집은 일층 안방, 거실 창문 밖으로 그냥 불꽃놀이가 보였다. 나름 모양새도 예쁘고 어디 밖에 나가 보는 불꽃 못지않아 처음엔 집 안에서 편히 불꽃놀이를 감상하니 좋네 했던 마음이 밤이 깊도록 끝날 생각을 안하니, 점차 소음처럼 느껴졌다.

 

아울러 해리는 잠들지 못하고 영 불안해 보였다. 실은 우리 앞집도 초저녁부터 거라지 밖에 의자를 내놓고 폭죽놀이 준비에 한창이었는데, 나중엔 우리집 쪽으로 "펑, 펑" 거렸다. 초저녁부터 자정이 넘도록 온 동네 사람들이 터뜨려대는 폭죽 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해리는 짖어대는 걸 떠나 나중엔 귀를 떨구고 나만 연신 졸졸 쫓아다녔다. (본인이 생김새만 다를 뿐, 가끔 해리는 나를 정말 엄마라 여기는 듯 싶기도 하다.) 

 

그날의 끝 없는 폭죽 소리가 너무 무서웠나 보다. 

 

개는 원래 천둥소리나 폭죽 소리 같은 큰 소음을 싫어한다고 들었지만, 평소 천둥소리가 나도 해리는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휴스턴에 이사와 재작년에 살던 동네는 폭죽 소리가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때까지 우리 해리가 폭죽 소리를 매우 무서워한다는 걸 몰랐다.

 

자정이 넘어도 끊이지 않는 "펑, 펑, 펑" 소리에 우리 가족은 소음이 없는 잠자리를 포기하고 다들 자러 들어갔지만, 해리는 거실에서 여전히 연신 짖다 말다를 반복했다.  

 

결국, 이제껏 한번도 침대 위 엄마 곁에서 자본 적 없던 해리는 그날, 엄마 품으로 왔고 그제야 짖지도 않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숙면을 취했다. 다만 이 엄마는 해리 옆에서 조그만 개가 잘 때 자리를 참 많이 차지하고 잔다는 걸 처음 느끼며, 온몸을 자꾸만 내 쪽으로 뻗는 편안히 잠든 해리 옆에서 비좁게 잘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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