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apting to daily journeys

농구대와의 사투, 의문의 2패!

by 헨리맘 2020. 7. 13.

얼마 전 드디어 기다리던 농구대가 배송되었다!!

 

그간 집 백야드에서 농구하던 아들은 간간히 집 앞 초등학교 농구대도 찾았지만, 점점 사람이 많아졌고 집에서 머물며 지내야 하는 이 생활이 예상보다 길 듯해 농구대를 한 달 전쯤 샀다. 사실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보통 이런 운동기구 등을 파는 아카데미(Academy:스포츠용품 전문매장)에 가니 예전에 동이 났다고 했고, 온라인을 뒤지니 원하던 사이즈의 농구대는 아예 품절이었다.

 

결국 며칠간 틈틈이 온라인을 뒤진 끝에 약간 작지만 비슷한 사이즈 농구대를 찾아 아마존에서 구입을 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보였던 배송 후 받은 농구대 박스

 

 

지인 말로는 Stay Home 명령 이후 제일 잘 팔려 사기 힘든 품목 중 하나가 자전거와 농구대였다고 하니, 그간 다들 이미 농구대를 사 갔었나 보다. 뒤늦게 산 게 다행이었으나, 진짜 이슈는 바로 매뉴얼에도 적혀있듯이 "3시간"쯤 걸린다는 농구대 조립이었다.

 

미국에 살면서 부러운 한국의 편리한 점 중 하나가 물건 구매 후 완제품이 오던지, 혹은 조립이 필요할 경우 기사님이 제품 조립을 깔끔히 완성해 주셨던 서비스이다. 대개 그분들은 숙련된 기술이 있어, 조립도 긴 시간 안 쓰고 정말 후딱 해주고 가셨던 기억인데, 미국은 웬만한 제품을 사면 박스채 배송만 해준다. (혹은 배송비 없이, 본인이 직접 픽업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조립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된다. 

 

미국인들은 제품을 직접 만들고 조립하는 걸 진짜 좋아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게, 가끔 다른 집 거라지 안에 엄청난 종류의 공구세트가 한 벽을 가득 채운채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가끔 그 안에서 열심히 뭔가를 자르고 만들고 있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쉽게 마주치는 흔한 광경이다. 아마도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다들 직접 만들고 조립하는 게 더 경제적이고, 그래서 더 생활화되었을지 모르지만 사실 모두가 맥가이버일 수는 없다. 

 

특히 뭘 만들고 이런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제품 조립은 즐겁지 않은 일 중 하나이다. 난 직관적으로 그림을 보고 매뉴얼은 참고만 해 만드는 스타일이라면, 신랑은 모든 스텝별로 매뉴얼을 매우 꼼꼼히 따져가며 조립하는 스타일인데, 내가 볼 땐 타고난 맥가이버과는 아니다. 

 

드디어 농두대를 조립하기고 한 날, 아들은 꽤나 의욕을 보이며 들떴다. 신랑은 이 농구대 만드는 게 시간을 가장 많이 쓰고 어렵다고들 겪어본 이들에게 들었다며 아들과 박스를 풀기 시작했고, 난 두 남자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중간중간 신랑의 "매뉴얼 읽었어?", "매뉴얼 읽어야지."연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Out-of-Box 모습은 농구대 백보드가 정면에 보이는 이런 모습

 

 

절반쯤 완성됭 농구대 백보드와 옆 바닥에 보이는 건 농구대 지지대

 

 

두 남자는 농구대 조립과 씨름을 했고, 난 뭐 갖다 달라 잡아라 뭐해라 등 간단한 도움을 주었다. 이윽고 3시간 가량이 흘렀지만, 그들이 완성한 건 반쯤 완성된 농구골대가 달린 백보드, 지지대, 밑판이었다. 이제 이 세 개 파트를 가볍게 잇기만 하면 완성일 듯 했으나, 그걸 하기엔 두 남자 모두 지칠테로 지친 모습이었고 일단 나머지는 다음번으로 미루자며 손을 뗐던 게 일주일 전이었다.

 

매뉴얼엔 분명 3시간 정도 걸린다 했는데, 우리 집의 속도를 보면 이건 절반 정도쯤 완성이 된 건지조차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걸로 농구대와 씨름하던 두 남자는 의문의 1패를 얻었다.

 

아마도 완성에 3시간 걸리는 건 맥가이버들이 만들 때의 기준이었나 보다. 

 

게다가 들어보니 많은 개수의 나사(/볼트?)를 조이고 박았어야 하는데, 구멍과 나사 크기가 정확히 맞지 않아서 다시 맞추고 풀고 이런 작업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나중에 아들이 이실직고하기를 매뉴얼을 잘 읽고도 엉뚱하게 나사를 박는 바람에 안 빠지는 나사를 다시 빼느라 여러 번 고생을 했다고 했다. 구멍부자가 따로 없다...

 

그러다가 어제 늦은 오후, 한쪽으로 미뤄뒀던 농구대 파트를 꺼내고 매뉴얼을 펴고, 오늘은 꼭 마무리를 하자며 두 남자는 다시 조립을 시작했다. 게다가 오늘은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나까지 함께 돕기로 하고 셋이 일을 시작한 게 4시쯤이었다.

 

백보드 농구대 뒷면 마무리부터 시작했는데, 부품을 고정하고 나사를 조이고 맞추는 게 생각보다 힘도 많이 들고 정확해야 했다. 그래도 꽤 순조롭게 시작해  한 시간쯤 지나니, 이젠 진짜 밖에 나가 세 파트를 잘 잇고 밑판에 모래만 넣으면 끝이었다. 이때까지는 희망적이었다.

 

모래도 바로 사 오고, 작업 공간을 위해 거라지를 열고 동선도 확보하고, 농구대 지지대와 밑판을 잇고 농구대 자리도 확보했다.

 

이젠 드디어, 골대가 달린 백보드만 연결하면 정말로 마무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셋다 땀은 줄줄 흘렀고 어느덧 시간은 꽤 흐른 듯 했다. 대략 한 세 시간쯤 쓴 셈이니 매뉴얼보다는 두 배 시간이 걸렸어도 드디어 끝이구나 싶었다. 

 

특히 마지막 작업이었던 골대와 지지대 연결은 구멍이 작아 셋이 한 명은 골대를 잡고, 한 명은 지지대 위치를 맞추고, 나머지 한 명이 볼트를 넣는 합동작업이었는데, 사다리까지 빼 지탱을 하고 셋이 역할을 바꿔가며 낑낑대다가 결국 하나를 완성했다.

 

이제 다음 하나만 더 연결하면 정말 끝이었다.

 

그런데, 반대쪽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골대를 꺾어 연결하는 바람에 아래쪽 구멍에 연결해야 할 걸 위쪽에 잘못 연결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아니 그 중시하던 매뉴얼을 두 남자는 읽었던 건 분명하다. 그 순간 세상이 어찌나 어둡게 느껴졌던지 모르겠다. 

 

 

잘못 연결한 농구골대와 지지대

 

 

아, 게다가 아주 작은 구멍에 꽉 맞게 맞췄던 볼트를 다시 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세 가족 모두 허탈해 한참을 웃다가 볼트를 빼려는데, 연결 때도 어려웠던 게 빼는 건 더 어려웠다. 짜증은 나고 잘 빠지지는 않는 볼트를 빼기 위해 두 남자는 각을 정확히 맞추느라 이랬다 저랬다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던 중, 막판엔 내가 볼트를 돌려보려다가 갑자기 괴력이 생겼는지, 확 잡아당겼는데 반쯤 나왔던 볼트가 쑥 드디어 나왔다. (신랑은 그때 딱 각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 했는데,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덧 8시가 넘었고 그렇게 농구대와의 사투에서 의문의 2패를 당한 채 우린 작업을 중단했다. 땀에 쩔고 배는 너무 고팠고, 게다가 맨날 툭닥툭닥 엄청 뭔가 잘만드는 앞집 아저씨가 왠지 웃으며 창문 너머 우릴 보고 있었을 것만 같아 창피함마저 밀려왔다. (아니면 온 이웃들의 관심사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문득...) 

 

오늘 아침, 어제의 과오를 뒤로 유투브를 찾아 보며 어제 왜 그렇게 힘들었던건지 깨달았다. 또다시 의문의 3패를 당하지 말자며 세 가족은 오전을 꼬박 쓰고 결국 완.성.했다.

 

장장 우린 이 농구대 조립에만 꼬박 "10시간"이 걸렸다.

 

 

완성된 농구대의 위엄있는 모습~ (얄밉기까지 하네 ㅋ)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