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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ing...

미국 내 인도인, 이웃 인종 이야기

by 헨리맘 2020. 7. 29.

휴스턴에 살며 생각보다 많은 인도 출신 미국인들을 접해 처음에는 놀랐다. 우리 동네를 보면 절반은 백인, 절반은 인도인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여기에서 인도인을 구분 짓자면 큰 범주에서 한국인과 같은 아시안이다.

 

자세히 살펴 보면, 우리 가족이 주기적으로 다니는 병원 중에서는 안과 빼곤, 내과 의사 및 치과 의사 (물론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둘 다 인도인이며, 신랑 말로는 회사 메일의 절반 가량은 인도 이름을 가진 송신자로부터 받는다고 했다. 그들 중 상당수는 IT 업무 담당자이나, 그 외 모든 직군에서 다양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인도인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 이해가 갈 듯하다.

 

예전에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 구글과 파트너십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로부터  '순다'라는 구글 직원 이름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동료의 카운터 파트인데 매우 똑똑한 친구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내가 일하던 때에는 크롬북(Chromebook) 관련 담당자였던 그는 내가 미국에 온 첫 해에 구글의 사장이 된 그 순다(Sundar Pichai)였다.

 

그만큼 미국에서 인도인이 IT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큰데, 그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소위 똑똑한 브레인(혹은 이미지) 때문에 휴스턴의 메인 산업인 오일&가스 및 메디칼 산업에도 이들이 상당수 종사하고 있다. 우리 이웃들을 봐도 그들은 오일&가스 회사의 엔지니어들이거나 그 회사 내 IT 종사자인 경우가 많다.

 

통계 자료를 찾아보니, 이들은 아시안 아메리칸 중 중국인 다음으로 두번째로 많은 인종이자 미국 평균을 상회하는 아시안 중에서도 최고소득 계층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안 미국인 인종별 분포 (출처: PEW Research Center)

 

아시안 미국인의 인종별 소득 분포 (출처: NCRC)

 

 

아울러 내가 직접 봤던 인도에 대한 얘기도 덧붙여보려 한다.

 

회사 다닐 적에 큰 규모의 매력적인 시장인 16억 소비자 마켓을 이해하기 위해 난 인도에 세 번이나 출장을 갔다. 특히 마지막 인도 관련 조사는 예상과 달리 조사가 잘 안 되는 바람에 윗분께 욕도 많이 얻어먹으며 고생을 한 데다가 추석 기간을 끼고 연거푸 출장을 가야 했어 시댁에 미안했던 기억도 있다.

 

맨 처음 인도 출장을 갔던 해에는, 인도 영업 담당자뿐 아니라 내가 인도에 나간다는 걸 아셨던 인도를 방문해 보셨던 많은 분들마다 오셔서 한 마디씩 했던 기억이 난다. 모 부장님은 인도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마셨다가 배탈이 나서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출장 기간 내내 아파 고생이었다, 생수를 꼭 싸가야 하며 거기 가서도 아무데서나 주는 물이나 음료수를 절대 마시면 안 된다, 꼭 호텔에만 있고 업무하는 곳이나 법인 외에는 가면 안된다, 등등 정말 다들 인도를 간다니 내심 걱정이 많으셨던 것 같다. 

 

반면, 난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좀 털털한 편이고 원래 걱정을 잘 안 하는 성격이다.

 

그래도 생수를 챙겨가라 했으니, 삼다수 1리터짜리 하나는 캐리어에 넣었지만 인도 델리(New Dehli)에 있던 출장 기간 동안, 호텔 밖 시장에서 사 먹었던 과일 쥬스도, 인도 업체에서 주었던 물도 다 마셨고 맛없던 샌드위치도 사먹었지만 (어쩌면 다행히도?!) 난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게다가 시장에서 생각없이 사먹었던 생과일 주스는 심지어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반면 같이 갔던 남자 동료분은 한 번도 그런 정체불명 길거리 음료는 드시지 않았고, 항상 캔에 든 콜라만 사드셨다. 

 

단, 델리에 도착해서 공항을 내렸을 때 맡았던 그 매쾌한 냄새를 잊지 못하는데 뭔가 타는 듯한 지독한 공해의 냄새(?!)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살짝 재미있으면서 충격적이던 건, 도로가 삼차선 도로인데 차들은 오차선을 만들어 모두가 "빵빵"거리며 달리는 장면이었다. 인도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하는 말이 다들 빨리 가야 하고 다들 horn(한국에서 말하는 클락션)을 누르기 때문에 뒤지지 않으려면 눌러야 한다는 그 설명이 어찌나 문화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또한 도로에서 지나가며 길가에는 사람들 외 유유히 걷는 소들 뿐만 아니라 개떼도 볼 수 있었고, 뚝뚝이라고 하는 귀여운 인도차도 열을 지어 달리던 광경이 내가 정말 다른 나라에 와 있구나 하는 걸 어느 곳에서보다 진하게 느꼈던 곳이다.

 

그리고 인도에서도 소비자좌담회(Focus Group Discussion)을 지켜보는데, 모더레이터(Moderator: 좌담회 진행자) 말을 막 끊으며 참가자들이 너도 나도 말을 다같이 많이 해서 중간 중간마다 모더레이터가 녹음을 해야 하니, 한 명씩 차례대로 말해달라는 얘기를 시작부터 끝까지 했던 기억도 난다. 난 인도어를 모르니 당연히 동시통역사가 하는 영어로 그들의 얘기를 보고 듣고 있었지만, 그 말을 통역할 적마다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때 본 인도 아저씨들은 내가 본 어느 나라 좌담회와 비교해봐도 정말 최고 수다쟁이들이었다.

 

 

 

과일 쥬스 사먹었던 호텔 앞 인도 시장 (May, 2013)

 

이름 모를 마켓 풍경

 

차 창 밖 유유히 길가를 거니는 인도 소님들

 

 

휴스턴에 오기 전에는 이런 인도 출신 미국인들이 많지 않아 몰랐지만, 여기 살면서 아들을 통해서도 듣고 주변을 통해서도 들으면 학교에서도 공부로 탑을 차지하는 건 인도 학생들인데, 매해 이 지역은 해당 학군 고등학교별로 졸업생 중 수석(Valedictorians), 차석(Salutatorians)을 신문 지상, 소셜미디어 등에 알린다. 그 지면을 꽉 채우는 학생들도 대부분 인도 학생들이다. 

 

학교에서 아들과 친한 인도 친구들도 많은데, 한번은 헨리 친구가 집에 놀러와 같이 얘기를 하며 내가 인도에 갔던 경험을 말하니, 이 년에 한번 정도 인도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을 보기 위해 그 친구는 인도를 방문한다고 했다. 인도에 가면 길이 너무 무질서해 정말 한번 한눈을 팔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설명을 하는 걸 보니, 미국에 살다 인도에 갈 때마다 이 친구도 나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구나 싶었다.  

 

또한 아들 말로는 인도 친구들은 대부분 사이언스 과목을 꽉 잡고 있으며, 그중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며 코딩에 정통한 친구들도 몇 있다고 하니 중학생이 벌써 그렇다면 이들의 IT 능력은 타고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언젠가 들은 팟캐스트에서는 미국 내 아시안 중 인도 출신이 유독 CEO로 많은 이유로 윗사람 얘기에 반하려 하지 않고, 남 앞에 잘 나서지 않으려는 문화적 특성을  갖는 한국/중국/일본계에 비해 인도는 그 문화가 다소 경쟁적이며, 남 앞에서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자신 의견을 명확하게 피력하는 화법을 쓰는 편이라 적극적인 의사 개진이 이루어지는 미국의 비즈니스 분야에서 리더로 활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같은 아시안 이민자라 할지라도 아마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의 특성이 미국으로의 진입 장벽을 더 낮출 수 있었을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똑똑함은 미국 사회에 이미 정평이 나며 큰 자리를 하나씩 꿰차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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