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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ing...

Z세대 아들과 X세대 부모

by 헨리맘 2020. 8. 20.

버추얼러닝(Virtual Learning)으로 아들의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학기말에는 학생 스스로 페이스에 맞춰 진행하면 되었지만, 이번 학기는 벨 스케줄에 맞춰 매 시간 Zoom으로 모든 클래스를 접속해야 한다. 나름 (어쩌면 꽤 오래갈지도 모를 새로운 방식 수업에) 최적화된 아들의 학습 환경을 위해 이리저리 장소를 옮기고, 인터넷 체크 등등 2층 계단을 수 차례 오르락내리락 하며 오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겠다.

 

팬데믹으로 인해 특이한 형태의 학습이 시작되었지만, 이런 IT 환경과 사용성은 사실 아들에게는 낯선 것이 아니다.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속한 세대를 Z세대 (Gen Z)라 한다. 어릴 적부터 이미 테블릿과 스마트폰에 익숙했고, 인터넷이 없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늘 IT기기는 연결되어 있는 거라 생각했기에 아들은 심지어 와이파이와 LTE 데이타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냥 늘 연결(Connected)되어 있는 게 당연한 세대였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을 위해 Zoom으로 영상을 본다는 점이 달라졌지만, 이미 아들의 모든 수업 과정은 캔버스(Canvas: 학교 인프라 사이트로 수업 일정, 자료, 메일, 학습관리 등이 구축된 교육 관련 솔루션)를 사용하고 있었다. 수영 경기, 오케스트라 등으로 학교를 빠져야 할 때면 수업 자료를 위해 캔버스에 접속만 하면 되었다. MS 워드를 사용하기 이전에 이미 학교 사이트와 연동되는 구글닥스(Google Docs)에 익숙한 아들은 저장이라는 개념에 익숙치 않았다. 꼭 저장을 해야했던 MS 워드와 달리 구글닥스는 그냥 문서 작업을 하다가 닫아도 모든 게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Z세대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소셜미디어인 틱톡(Tik Tok) 인수를 놓고, CNBC 뉴스에 따르면 최초 손을 뻗친 마이크로소프트 외 트위터, 오라클까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 세 기업 모두 다른 성격을 갖고 있지만, 한 가지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바로 세 기업 모두 소비자에게 다소 보수적이고 올드한 기업 이미지를 지녔다는 점이다.

 

PC회사에서 출발해 지금은 교육 외 클라우드 관련 B2B 사업을 꽉 잡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비슷하게 오라클도 고객데이타 관리 등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B2B 사업 위주의 회사이다. 두 기업 모두 전통적인 IT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반면 트위터는 30, 40대가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Z세대의 전유물인 틱톡을 인수한다면 이 세 회사 모두 젊은층의 소비자를 흡수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젊은 기업으로의 이미지 제고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10, 20대에 친화적인 브랜드가 되는 건 기업들의 로망인 듯 싶다. 1965년에서 1981년 사이에 태어난 X세대인 내게 기억에 남는 SK텔레콤 TTL광고는 당시 개인주의가 강한 세대이던 X세대를 부각시키며 '네 멋대로 해라'로 공감을 얻어냈다. X세대는 당시 전 세대에 비해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개인주의 성향 및 야망이 강한 세대라 칭해졌다. 아울러 우린 자라면서 몸소 기술 혁신을 체험했고 미디어의 진화와 함께 한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이미 진화된 세상에서 태어난 Z세대인 자녀를 두고 있다. 

 

대학 때 신랑과 나는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 모뎀을 통해 연결되던 PC통신 시대에 만났다.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접속"이란 영화가 있었는데 PC통신으로 만난 사랑에 대한 그린 이 영화처럼 만났다고 한때 접속 커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시 좀 연세가 많으신 교수님께서 (아마도 컴맹이셨을 듯 한데) 학생들이 당시 많이 사용하는 PC통신에 대해 궁금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통신 상에서 직접 인터뷰를 하고 그걸 바탕으로 레포트로 쓰는 숙제를 하기 위해, "숙제 도와 주실 분"이란 방을 만들어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당시 신랑은 그 방에 들어와 대화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 인연으로 5년 간 연애 후 결혼까지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PC통신은 어느덧 사라졌고, 웹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가 주를 이루었다. 아울러 핸드폰이 없던 어린 시절, 집 전화를 붙잡고 왠종일 친구들이나 남자 친구와 전화기가 뜨거워질 때까지 전화를 했다. 부모님으로부터 "전화 좀 끊어라"는 잔소리를 종종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피처폰 시절을 거쳐 지금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회사에서 MS워드나 엑셀을 사용해 일을 하다 작업한 걸 저장해 놓지 않아 다 날려먹은 일이 꽤 많았다. Ctrl+S 버튼은 하루 종일 일한 걸 다 날려버린 허무한 경험이 있은 후부턴 매 분, 매 초마다 손에 붙어 있던 키였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민주화 운동에 가담하거나 운동권이었던 내 윗세대의 집단주의 사고방식과 비교해 너무 개인주의가 강하다며,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한 우리를 보며 기성세대로부터 비판 아닌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한편 예전에 마켓 리서치 일을 할 때 거의 매해 선행기술에 대한 소비자 선호 조사를 했다. 항상 개발자들이 궁금해 하는 보이스 인식 기능에 대한 소비자 선호 질문을 했는데 당시 대상 소비자가 대개 20~40대였고, 조사를 통해 파악한 바에 의하면 보이스로 기기와 얘기한다는 게 그 모습이 너무 어색해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늘 보이스 기반 기능에 대한 소비자 선호는 낮은 편이라 보고했다. 하지만, 지금 Z세대인 아들의 디바이스 사용 행태를 보면서 그 결과는 바이어스가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들은 무조건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창에 궁금한 내용을 쳐서 찾거나 관련 앱을 보기 이전에 "Hey, Siri"하며 시리에게 먼저 물어본다. 시리를 통해 검색이 되지 않을 때에 비로소, 예컨대 날씨가 궁금하면 날씨앱을 보던지 관련 기사를 찾던지 한다. 틱톡은 당연히 아들과 제일 친한 소셜미디어앱이며, 친구들과는 하루종일 그룹으로 문자 혹은 페이스타임으로 전화를 한다. 아들은 집 전화라는 게 따로 있던 시절을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대해서도 알려주면 깔깔거리고 웃는다. 

 

어린 시절 즐겨보는 프로그램 시간을 기다려 제 시간에 맞춰 TV를 보던 X세대인 우리와는 달리 Z세대인 아들은 텔레비전 정규 방송은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관심도 없을 뿐아니라 이보다는 스스로 취향에 맞는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본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 모두 능통한 아들에게 유튜브 채널은 그 종류와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고든램지의 요리 프로부터 한국 유튜버 파뿌리의 먹방까지 보고 싶은 시간에 맞춰 보고 "Always On"인 아들의 세대가 커서 만들 새로운 세상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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