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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ing...

Toys"R"us와 제이크루 파산

by 헨리맘 2020. 6. 29.

뉴욕 여행 가던 해, 제일 큰 규모였던 Toys "R" us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를 방문했다. 각종 장난감에 둘러싸인 아들은 이 멋지고 거대한 장난감 왕국이 그 해를 마지막으로 문 닫는다는 말에 많이 아쉬워했다. 그때만 해도 이 Toys "R" us 장난감 업체가 정말 망할 거라곤 상상을 못 했다.

 

그 후 이년 뒤 파산 신청 기사를 접했다. 과도한 부채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가는 시대적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게 바로 장난감 왕국 몰락의 원인이었다.

 

헨리도 초등학생 땐 동네 근처 Toys "R" us 매장에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들렀다. 한참 시간을 들이며 이것저것 구경한 후 제일 마음에 드는 한 두 개 장난감을 고르는 일은 아들에게 꽤 신나면서도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제 아들은 장난감 가지고 놀 나이가 아니지만, 지금 나이 어린 꼬마들은 어디서 헨리처럼 그런 시간을 보낼까 문득 궁금해진다.

 

 

뉴욕 타임스퀘어 근처에 있던 Toys "R" us 매장 모습

 

 

한편 저번 달쯤인가 제이크루(J. Crew: 미국 패션 브랜드)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텍사스는 정말 크고 넓은 주인데, 크기로 따지면 한국의 9배나 크다. 휴스턴 광역권 (Greater Houston: 케이티인 내가 사는 곳까지 합친 넓은 의미의 휴스턴 지역) 크기를 따지니 그 크기가 서울의 40배를 훌쩍 넘는다. 그러다 보니 옷을 사기 위해 나가는 게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이 된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쇼핑은 시간을 많이 쓰는 일이었다. 헨리 아주 어릴 적 유모차에 타면 너끈히 한두 시간 낮잠 자던 때, 신랑과 함께 용인에 있던 아울렛에 자주 갔다. 타임/마인/SJSJ 등 내겐 이제 추억의 브랜드인 옷이 한가득 있는 창고형 아울렛 매장인 그곳은 아들 자는 틈을 타 재빠르게 쇼핑하기에 좋았다. 브랜드별로 옷이 순서대로 열을 맞춰 있어 한 열씩 훑어보며 옷을 고른 후 마지막에 한꺼번에 피팅룸에 들어가 입어보고 살 옷을 고르면 되었다.

 

미국에선 쇼핑몰에 가면 원하는 매장들이 대개 멀찍이 떨어져 있어 어쩔 땐 몇 곳 들르지도 못한 채 벌써 두 남자의 집에 가자는 성화가 시작된다. 아울렛몰은 주로 도심지에서 좀 떨어져 있어, 역시 한번 맘 잡고 온 가족이 함께 장시간 운전해 가야 하는 곳으로 아들은 이미 가기 전부터 엄마는 딱 세 곳, 네 곳만 볼 것을 약속하며 집을 나선다. 그렇다고 혼자 쇼핑을 하러 길을 나선다 해도 오후 2시면 시작하는 교통 체증 때문에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내 맘대로 여유 있게 천천히 둘러보며 온라인 쇼핑으로 옷을 사는 게 내 일상이 돼버린 지 오래 전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에선 거의 일 년 내내 세일도 해 매장에 없는 제품을 오히려 손쉽게 살 수 있다. 또 미국은 한국에 비해 옷 가격도 훨씬 저렴한 편이다.  

 

아마도 이런 나 같은 쇼핑 습관이 매장 위주의 제이크루 식 사업 운영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였을 거라 짐작한다. 

 

J.Crew 매장 모습

 

 

제이크루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을 접하자마자 떠오르던 친구가 있다. 지금은 애리조나에 살고 있는 그녀가 당시 이사를 갈 때 난 망설임 없이 제이크루 기프트카드(gift card: 한국으로 치면 상품권)를 선물했다.

 

그녀는 제이크루를 정말 좋아해 옷부터 신발까지 제이크루를 입고 신었고, 헨리보단 좀 어린 그녀의 딸내미도 항상 제이크루 키즈 옷을 귀엽게 입고 있었다. 얼마나 제이크루를 좋아했던지 급기야 제이크루 카드도 만들었다 했고, 나중에 거기 취직해 맨날 그 옷에 둘러쌓여 살았으면 좋겠다 했다. 만일 그랬다면 그녀가 있던 매장은 그녀의 진심 어린 미소 때문에 상품들이 더 돋보였을 것이다.

 

제이크루가 망한다는 소식에 그 친구가 행여나 상처 받았을지 모르겠다. 제이크루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메이드웰(madewell: 제이크루 자회사 브랜드)도 안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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