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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to live in US

넥스트도어와 잔디 관리, 미국 살며 신경써야 하는 것들

by 헨리맘 2020. 7. 30.

문제가 된 거라지 도어(Garage Door)

 

 

이 동네에서 흔한 집 앞 풍경이다. 저 거라지 도어(Garage Door)를 열면 차고, 혹은 집에 따라 창고(차는 밖에 세워두고 거라지 내 물품 등을 엄청 쌓아두는 집을 보는 건 흔한 일)가 나온다. 이 사진에 나오는 집이 HOA(Homeowners Association: 주택소유주 협회, 한국식으로 치면 동네 반상회 협회쯤?!)에서 HOA 규약을 위반(Deed restriction violation)했다는 고지를 받았다면, 대체 무엇 때문일지 한번 추측해 보길 바라며, 미국 살며 신경 써야 할 성가신 점들에 대해 공유하려 한다.

 

이삼일 전 아침에 일어나 확인한 넥스트도어(Next Door)에는 이 거라지 도어 이슈 때문에 동네가 난리였다.

 

"넥스트도어"란 미국판 반상회 앱인데, 같은 동네 사는 사람들끼리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여, 가까운 동네 이웃들끼리 이슈를 서로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다. 긴급한 날씨 예보뿐 아니라 펫이 목줄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면 사진을 찍어 올리며 잃어버린 사람 없니, 코로나 19 시작과 함께 발생했던 휴지 품절 사태 때는 어디 갔더니 휴지가 있으니 빨리 가봐라, 옷 도네이션 할테니 도와줄래, 혹은 팔 것/살 것 등등 다양한 논의가 다뤄진다.

 

미국은 같은 동네 내에서도 지역이 Subdivision(구역)으로 나뉘는데, 이 앱은 가입하기 전 살고 있는 주소에 대한 인증을 거친 후에 가입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신뢰할 만하고, 구역별 사는 정보도 나오는데 일단 동네 사람들끼리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갖고 서로 수다 떨고 있는 이슈가 뭔지를 가끔 살펴 보는 재미가 크다. 

 

그럼 최근 우리 동네 사람들의 화두가 된 이 거라지 도어의 문제로 돌아와서, 그 HOA 위반 공지의 이유는 바로 "Faded door (빛바랜 도어색)"였다. (혹시 알아채셨나요? ㅋ)

 

사실 자세히 사진을 보지 않고서는 발견할 수 없는 그 이유로 HOA에서 위반 공지를 받았다면 나라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웃들의 반응은 웬일이냐 그냥 어쩔 수 없어 비슷한 도어색을 사서 칠해라, 사실은 색이 좀 달라서 그런 공지가 왔을 거야, 이런 시기 정말 이건 세기의 범죄 나셨군하며 반어적으로 HOA를 비꼬는 이웃에서부터, 차라리 이런 거 없는 캘리포니아 쪽으로 이사해라 등등 정말 다양한 반응이 있어 나도 웃펐다.

 

언젠가 아들에게 보여주니, 완전 어른판 틱톡(Tiktok:10대들 사이 유행하는 소셜미디어 앱)인데 하며 배꼽을 잡기도 했다. 가끔은 정말 유치한 이슈를 갖고 이웃들끼리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논의하는 걸 보면 좀 10대스러울 때가 있는 것 같다.

 

한국도 드라마를 보면, 반상회 아줌마들이 무서운 눈빛을 하며 그 동네 집값을 떨어뜨리는 주민에게 경고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으로 HOA에서는 거라지 도어 색상이며, 농구대를 설치할 때는 얼마 이상 높이여서는 안 되고, 지붕색은 어때야 하며 등등의 규정이 있는데 사실 그걸 다 일일이 확인하며 산다는 건 쉽지 않겠지만, HOA는 동네 미관에 특히 신경을 쓰기 때문에 나름 지켜야 할 주택 관리 규정들이 많은 듯하다.

 

게다가 매해 주택소유자는 HOA에 동네별 세금을 따로 또 내야 한다. 동네에 레이크(Lake)를 낀 산책로가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더 내야 하고, 커뮤니티 수영장, 테니스 코트, 놀이터 등 관리에 대한 세금까지 포함되는 것이라 한국으로 따지면 일종의 동네 관리비인 셈이다.

 

그런데 이 HOA가 신경쓰는 것 중 하나가 미국에서 살며 가장 성가신 "잔디 관리"이다.

 

미국은 그 동네 수준을 알려면 그 동네의 잔디 깎은 상태를 보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잔디 관리는 HOA가 매우 신경 쓰는 점 중 하나이며, 커뮤니티 책자나 메일이 오면 항상 "이 달의 아름다운 야드로 뽑힌 집"이라며 사진을 보내는데, 난 그걸 볼 때마다 마치 잔디 관리 잘해야 하는 거 알고 있지 하는 경고를 보내는 느낌이 늘 든다.

 

트루먼쇼 같은 미국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잔디를 깎는 장면이 자주 나왔는데, 살다보니 그 이유가 이해가 되는 게 잔디는 정말 엄청난 속도로 자란다는 점이다. 게다가 잔디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이름 모를 잡초들도 HOA의 적인데, 잔디 상태가 안 좋으면 노티스를 받는다. 심한 경우 벌금도 내야 한다. 그래서 다들 잔디에 엄청 신경을 쓰는데, 직접 깎던지 주로 잔디 서비스를 담당하는 잔디맨 아저씨들이 깎던지 한다. 

 

지금 같은 여름이면 2주에 한 번씩은 잔디를 깎아줘야 하며, 물도 적절히 2~3일에 한번 줘야 하고, 잡초도 신경써서 뽑거나 약을 뿌려야 잔디 관리가 된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미국에 오니 이런 야드 관리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처음 산 하우스인데, 이전 하우스는 렌트라 덜 신경을 썼지만 유난히 잡초가 야드에 많아서 잔디 관리하라는 경고장을 두어 번 받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잔디 깎는 기계 자체 가격도 만만치 않고 우리 같은 경우는 기술도 전혀 없기에, 2주일마다 오시는 잔디맨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들은 주로 멕시칸이며 동네 미관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분들이다. 대부분 영어보다는 스페인어를 잘해 가끔 언어가 안 통하지만, 잔디만 잘 깎아준다면 그쯤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집 앞, 잔디 깎는 기계를 실고 다니는 잔디맨 아저씨 차량 모습

 

 

 

게다가 잔디 뿐 아니라 가끔 크고 작은 나무들의 가지 치기를 해줘야 하는데, 이건 잔디맨들이 일 년에 한 번씩 해주지만 백야드의 작은 나무가지는 수시로 직접 쳐주지 않으면 너무 무성하게 자라 버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년에 이사왔으니 일 년이 된 멀치(Mulches:사진에서 보면 나무뿌리를 덮어주는 검은색 물질)를 갈아줘야 하는데, 신랑은 이번 기회에 다른 이웃들처럼 멀치 교체 작업을 직접 시도해 보겠다 했다. 하는 걸 보니, 단순 막노동이었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랑을 내버려 둘 수 없어 결국 나까지 나가 멀치 교체 작업을 도왔고 일단 거라지 도어와 맞닿은 작은 공간만 완성했다.  

 

신랑은 일단 시작했으니 앞으로 나무 뿌리가 작은 곳만 직접 더 교체해보고, 가장 큰 공간인 농구대 뒷편 바닥은 업체를 알아봐서 멀치를 가는 게 좋겠다 했다. (나도 적극 찬성!) 이웃들은 뚝딱하는 일을 직접 해보면 우린 어찌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미국 생활은 아직도 적응이 멀었나 보다. (신랑은 한다는 말이, 자긴 이제 취미로 Gardening을 추가해야 겠다 한다 ㅋ)

 

 

 

기존에 있던 멀치를 다 파낸 후 새로 멀치를 깔기 시작

 

헨리맘 손길 닿고 새롭게 완성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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