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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to live in US

로드트립과 텍사스 휴게소(Buc-ee’s) 소개

by 헨리맘 2020. 8. 1.

미국에 살며 아직 못해본 게 5시간 이상 걸리는 로드트립(Roadtrip)이다. 한국에 있을 때 친정이나 시댁이 먼 친구들은 명절에 몇 시간씩 차가 막히며 내려가고 오고 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양가 부모님들께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계셔 그런 경험이 없었다. 그나마 오클라호마에서 댈러스 쪽으로 장을 보러 다니게 되며 4시간 정도 걸리는 운전은 자주 하다 보니 익숙해졌지만, 그 이상은 사실 엄두를 못 내었다.

 

미국인 친구들을 보면 여름 방학 때 가족 여행으로 한 이삼 주간 길게 로드트립 하는 걸 봤는데, 후기를 들어보면 "어렵지 않아. 그냥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쭉 운전하면 저녁 6시면 도착하거든. "하며 그 긴 시간의 운전을 대수롭지 않아 했다. (와~ 정말 가능할까?)

 

미국은 기름값이 싸고 다른 도시로 갈 때 도로가 막히는 게 아니라서 그 친구의 얘기처럼 릴레이 하듯 여러 명이 운전한다면 가능할 듯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보통 8~10시간 이상 걸리는 목적지 사이 중간 도시까지 간 후에 일박 정도 하면서 한번 쉬고, 다음날 또 움직여 가는 게 더 일반적인 듯해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미국에는 크고 작은 호텔이 많은 편이다. 

 

그런 미국인 친구들의 휴가를 보며 부러웠던 건  일단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2주일 이상의 여름휴가 기간을 가진다는 점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캠핑카를 차에 달고 로드트립을 하기도 해서 여름에 먼 곳으로 운전을 하다 보면 그런 캠핑카를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편 한국에서도 여행을 다니다 보면,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꼭 들르게 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들이 맛있던 기억이다. 휴게소에 들르면, 늘 우동과 떡볶이에 구운 오징어 등을 맛있게 먹곤 했다. 또 화장실도 널찍해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편리했다.

 

미국도 다른 주에는 비슷하게 고속도로 중간에 보면 Rest Area(쉼터)라는 곳이 있어 간단한 음료수와 과자 등을 파는 자동판매기와 생수대가 비치되어 있고 화장실이 한쪽 코너에 있다. 아니면 고속도로에 있는 주유소에는 보통 맥도널드를 끼고 있는 편의점이 있어 여기에서 간단한 과자, 음료, 소시지 등을 살 수 있다.

 

특히 미국 도로는 대도시 부근을 벗어나면 가로등도 없고 앞에 가는 차가 한 대도 안 보일 적도 많다.  중소도시 인근 마을을 지나칠 때에서야 비로소 주유소나 편의점 등이 나타나곤 하는데, 이 때를 지나치면 또다시 황량한 도로 위를 달리게 된다.

 

텍사스는 "The Lone Star State (외로운 별)"이란 닉네임에 걸맞게 텍사스에만 있는 것들이 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텍사스 내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인 Buc-ee's(버키스)이다. 

 

말하자면 한국식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슷한 컨셉이 아닐까 싶다

 

즉석에서 바로 만들어 파는 버키스 버거, 저키(Jerky: 육포), 따뜻한 넛츠류, 캐러맬 팝콘, 샌드위치, 과일 등 먹을 거리가 매우 다양하고 한편에는 비버인 Buc-ee가 들어간 티셔츠 등의 기념품샵이 있다. 아울러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넓은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익살스러운 페인팅이 그려져 있고, 밖에는 주유를 할 수 있다. 가끔 난 동네에서 Buc-ee's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나 텀블러잔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도 있고, 페이스북 미국 친구들 중엔 꼭 텍사스를 들르면 이 Buc-ee's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걸 보면 나름 사람들이 좋아하는 특색 있는 휴게소인 듯하다.

 

 

 

바로 만든 Buc-ee's 버거와 소시지류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넛츠류 (땅콩, 카슈, 아몬드 등 다양)

 

깔끔한 샌드위치, 샐러드, 과일류

 

 

 

귀여운 비버 모양은 왠지 큰 걸 사랑하는 텍산과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84개의 화장실이 있는 Buc-ee's도 있다 하니 규모로도 승부를 거는 듯하다. 총 48개 Buc-ee's 휴게소가 분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텍사스 외 플로리다, 앨라배마에도 하나씩 생겼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텍사스의 도시와 도시 간 도로 주변엔 뭘 심었는지 모르겠는 널찍한 밭이 펼쳐져 있고 한참을 달리다 보면 드문드문 집이 보일까 말까인 곳도 많고 주유소를 찾기가 힘들 때도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가 아닌 도시 간을 연결하는 국도 길로 접어들게 된다면 이런 Buc-ee's 간판은 만날 일이 없거나 중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우리 가족도 가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는데, 간판이 갑자기 사라지는 걸 겪었던 적이 있다...)

 

 

 

우리 동네에도 있는 Buc-ee's

 

 

 

한편, Buc-ee's 간판이 일단 나오기 시작하면, 꾸준하게 앞으로 몇 마일 남았다는 걸 소개하는 간판이 길가에 계속 나오는 데 그 멘트 중 재미난 몇 가지를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이런 시기 멀리는 못 가고, 우리 가족은 가까운 근교 레이크(Lake)로 오늘 휴가를 갈 예정이라 나름 아침부터 마음이 들뜬다. 가는 길에는 오랜만에 이 귀여운 비버를 만나러 Buc-ee's에 들러야겠다.

 

 

[먹거리를 홍보하는 싸인]

WARM & CRISP BEAVER CHIPS 64 MILES (따뜻하고 바삭한 비버 칩이 있다니까. 64 마일 남음)

RISK IT FOR THE BRISKET! 2 MILES (브리스킷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길! 2마일 남음)

OMG! BEAVER NUGGETS 51 MILES (이야아~~! 버키스 너겟이다 51 마일 남음)

 

[화장실 관련해 재치 있게 표현한 싸인]

ONLY 262 MILES TO BUC-EE'S. YOU CAN HOLD IT. 262 MILES (262마일만 가면 버키스야. 참을 수 있어! 262마일 남음)

LET US PLAN YOUR NEXT POTTY 52 MILES (다음번엔 화장실 들를 생각을 해. 52마일 남음) 

HELL IS REAL. 9 MILES (지옥이 사실이지. 9마일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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