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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to live in US

페스트 콘트롤 (쥐들과의 동거 후 퇴치기)

by 헨리맘 2020. 8. 19.

텍사스에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바퀴벌레 크기가 어마무시하다는 점이다. 그 크기가 내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가 되는데, 사실 한국에서 바퀴벌레를 매우 싫어하고 무서워했지만 그 크기가 커진 바퀴벌레는 낯설어 그런지 덜 무서웠다. 아니면 처음에는 생김새가 낯설어 바퀴벌레가 아닌 다른 큰 벌레인 줄 착각했던 것도 같다. 뜨거운 여름날 땅거미가 지고 해가 질 무렵 가끔 바퀴벌레들이 동네 주변 맨홀에서 기어 나오는 걸 목격할 수 있다. 

 

후덥지근하고 여름이 긴 텍사스는 이런 바퀴벌레뿐 아니라 각종 이름 모를 벌레들도 이 날씨를 힘겨워해 집 밖에서 서식하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그래서 집집마다 신경써야 하는 게 페스트 컨트롤(Pest Control: 해충 방제 서비스)인데, 우리집은 1년에 4번 정기적으로 받는다. 페스트 컨트롤을 받으면 집 안팎 곳곳에 소독약을 쳐주고 가는데, 벌레 천국인 텍사스의 개미, 거미, 쥐, 바퀴벌레 등을 관리하기 위해서이다. 꼬박꼬박 페스트 컨트롤을 받게된 데에는 이전에 살던 렌트 하우스에서의 지독한 경험 때문이었다.

 

난 원래 도시녀였는데, 텍사스에 살며 이제는 큰 바퀴벌레 쯤은 휴지뭉치로 눌러 죽이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한국 바퀴벌레와는 달리 몸이 커서인지 이놈들은 속도가 느린 편이라 충분히 잡을 수가 있다. 그뿐인가, 백야드에 날아오는 말벌(Wasp) 역시 눈에 띄기만 하면 잽싸게 나가 빗자루로 냅다 휘저어 쫓아보내는 신공을 발휘하고 있다. 말벌은 여름에 처마 밑에 집을 짓는다고 알려져 처음에 집을 짓기 위한 염탐꾼 말벌 한 마리만 보여도 조심해야 한다. 한 번은 말벌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왔는데, 허공 위를 날아다니길래 난 결국 진공청소기를 가져와 말벌을 빨아버렸다. 아~ 그 말벌이 얼마 있다 진공청소기 관을 뚫고 살아 나와서 다시 잡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쥐! 징그러워 몹시 싫어하는 이 동물과 우린 자그만치 6개월을 동거(?)했다. 2년 전 여름, 우리가 휴스턴으로 와서 살았던 하우스에서 어느 날 밤 자려다가 물을 마시려고 잠깐 나갔다가 난 새끼 쥐와 부엌에서 조우해버렸다. 그날 내가 본 쥐는 한국에서 봤던 징그럽던 큰 쥐가 아니라 정말 생쥐였는데 인형이라고도 할 만큼 모습은 귀여운 쥐였지만, 꼬리는 엄청 길어 재활용병을 모으는 바구니 뒤로 잽싸게 숨던 쥐의 꼬리만으로도 난 무서움이 엄습했다.

 

그때 그간 일어난 일들이 설명이 되기 시작했다.

 

그 집은 이상하게 이층에서 덜거덕 거리는 소리가 가끔 났었는데 알고보니 그건 쥐들이 신나게 달리는 소리였던 것이다. 심지어 그 해 여름에는 친정 부모님께서도 방문 중이셨는데, 가끔 위에서 소리가 자꾸 들린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린 여름이면 종종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많이 와 들렸던 그 소리가 바람 때문에 집이 덜거덕 거리는 소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쥐들이 살림을 차리고 사는 소리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우스를 렌트할 경우 집 주인에게 집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 알려야 한다. 보통 갖가지 고장이나 이런 이슈를 처리하는 건 집주인이 직접 해주는 경우도 있고 우리는 Property Management(집 관리) 회사가 별도로 관리를 했다. 당시 쥐 관련 이슈에 대해 처리 요청을 한 게 11월이었으니, 그 집에 쥐들이 언제부터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집이 비어있던 기간 동안 들어와 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이사 들어가기 전부터 살았던 그들은 장장 6개월 간을 밤이면 자기들 세상인 양 그 집을 들쑤시고 다녔을 게 아닌가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했다.

 

미국은 이런 이슈가 처리되려면 신청하는데 며칠, 약속 잡는데 며칠, 결국 이슈를 확인한 후 2주일쯤은 후딱 가버린다. 쥐의 존재를 모를 때는 상관없었는데, 쥐가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 그 집 안에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또 쥐가 나오려나 무섭기도 하고 쥐 잡는 전문가 아저씨가 1차로 방문을 하기 전까지 난 심정적으로 괴로운 날들을 보냈다. 아들은 한다는 말이 쥐는 귀엽다며 사람을 헤치지 않아 괜찮다 했지만, 미키 마우스는 어린이의 친구일 뿐 내 친구는 절대 될 수 없는 동물이었다.

 

쥐를 잡으러 좀 연세가 드신 백인이 왔는데, 한국 라면을 좋아하신다며 신라면 얘기를 엄청 하셨다. 그러면서 팬트리(Pantry: 부엌에 있는 음식 보관 장소)에 쌓여 있던 라면 및 음식을 몽땅 다 치우라며 다락과 백야드에 쥐덫과 약을 놓고 가니 추이를 보라고 했다. 그 이후 신랑이 다락을 확인하니 쥐가 한 마리 덫에 걸렸고 난 얼핏 백야드에서 생을 마감한 쥐를 봤지만 너무 무서워 그날 헨리에게 부탁해 그릇을 살포시 덮어놨다.

 

이후 뒤처리는 우리에게 그냥 맡긴 채 라면 얘기만 엄청하시던 쥐 아저씨는 그 뒤로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위에서는 소리가 들렸고 우린 극도로 예민해져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Property Management 회사에 우리는 이슈에 대해 다시 얘기하며 항의했고, 2차로 쥐 잡는 전문가 아저씨가 방문했다. 그때 왔던 분은 지금 우리집 관리를 맡아주시는 분인데 이 분은 방문하자마자 전문가의 느낌이 확 났다. 일단 집 안팎을 모두 확인하더니 그 집이 작은 구멍이 많다면서 쥐가 드나드는 구멍을 먼저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걸 Caulking(코킹: 틈새를 매워주는 작업)이라고 한다.

 

덮어놓고 쥐덫만 놓던 1차 방문 쥐 아저씨와는 달리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듯해 믿음이 가고 우리는 지켜만 봤다. 그 이후 집 안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쥐똥의 잔재가 집안 곳곳에서 발견이 되었다. 팬트리 제일 위 선반은 말한 것도 없고 클라짓(Closet: 방에 딸린 작은 옷방) 제일 위 선반들, 런더리룸의 세탁기와 건조기 뒤쪽 및 거라지에 있는 신발장 뒤쪽 등등 쥐의 실재를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집 밖 구멍을 메우는 공사를 해 일단 집 안에 있는 쥐가 드나들 수 없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 집은 거라지 문 사이에도 꽤나 큰 틈이 있었다. (이후 난 우리 집을 사기 전 집을 보러 갈 적마다 항상 거라지 사이 틈을 얼마나 눈을 크게 뜨고 살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집 안에는 다락 및 필요한 곳에 약을 놓았다.  이후 쥐 아저씨는 우리 집을 일주일 간격을 두고 두 번 더 집을 방문해 철저히 모든 곳을 체크해 쥐를 퇴치할 수 있었다. 사실 쥐가 이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던 그분의 말을 듣고도 우리는 혹시 어딘가 쥐가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그 집을 떠나기 전까지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다행히 지금 사는 우리 동네는 집집마다 고양이를 많이 키우고 있어 동네 주변에서 쥐를 본 적도 없고, 종종 우리집 백야드에는 이웃 고양이들이 놀러 왔다 가니 그때마다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끝으로 텍사스는 벌레 천국이기도 하지만, 좋게 보면 자연 친화적인 동물의 왕국이기도 하다. 동네 곳곳에 보이는 토끼들은 코로나 이후 더 많아진 듯 뛰놀며 산책 때마다 우리 강아지 해리를 흥분시킨다. 손가락만한 작은 크기의 도마뱀을 보는 건 거의 매일이며, (어디서 온건지 알 수 없는) 백야드에 놀러온 귀여운 거북이까지 본 적이 있으니 더 이상 얼마나 더 자연친화적일 수 있을까.

 

 

 

고양이가 놀러오는 우리집 백야드, 꼭꼭숨어라 강아지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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