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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ing...

포트나이트/비디오게임이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by 헨리맘 2020. 9. 9.

헨리의 친구들 중에는 포트나이트(Fornite: 2017년 출시 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온라인 비디오 게임) 박사들이 있다. 특히 락다운으로 미리 맞았던 방학 같던 지난 학기 동안 아이들은 그동안 못했던 게임을 실컷 하기도 했다. 아들 역시 그동안 장식품이던 PS 4 Pro를 업데이트했고, 한동안 안 하던 게임, 어릴 적에 하던 게임까지 소환했던 게 그때이다. 당시엔 본인 페이스대로 시간 조절이 되었던 온라인 학교 과정 후 하루 종일 포트나이트에 매진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부모들 입장에서도 처음 맞던 집콕 생활이라 아이들의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미국 부모들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아이들의 스크린타임에 대해 다소 관대한 편이다. 일단 아이들이 해야 할 일들(학교 숙제, 튜터/과외, 운동 등)만 마치면 그 외 생활에 대해서는 그게 장시간 게임이 되더라도 크게 관여하지 않는 듯하다. 헨리 친구들 중 포트나이트 박사님들은 들어보면 시도 때도 없이 그 게임만 하지만, 그 친구들은 공부나 운동도 꽤 잘하며 승부욕 강한 친구들인 경우가 종종 있다. 단지 그들은 여가 시간을 비디오 게임에 쏟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재미를 느끼나 보다 짐작했다.

 

 

 

예전 포트나이트 1주년 때 받았던 메일 (July, 2018)

 

 

 

이런 비디오 게임과 관련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어 공유하려 한다. 아들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일부는 공감도 되고 또 한편으로는 의구심도 들지만, 뭐든 그렇듯이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비디오 게임에 대해 다소 긍정적 결론을 도출하였다. National Literacy Trust에서 나온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은 읽기/쓰기, 커뮤니케이션, 정서적 안정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걸로 나타났다. (National Literacy Trust 참조, UK 거주 11-16세 남녀 4,626명 대상 서베이 결과)

 

아이들은 비디오게임에 대한 흥미로 관련 글을 자발적으로 찾아 읽었는데 전체 약 79%가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게임 관련 자료를 찾아 읽는다 했다. 아울러 전체 약 63%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틱톡, 비디오게임 블로그(Vlog), 포럼 등에 게임 관련 글을 쓰는 걸로 나타났다. 이런 흥미 기반의 자발적 글 읽기와 쓰기는 아이들의 자신감 고취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걸로 나타났다. 특히 블로그 등의 글을 쓸 때는 게임 지식을 알려주고자 더 전문적으로 글을 쓰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비디오 게임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대화 주제이기도 했다. (전체의 약 76%) 이런 게임 관련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연결되고 또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게임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소속감을 느끼기도 했고, 사교성이 적은 아이들은 게임에 대한 대화가 친구들을 사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비디오 게임에 대한 11-16세 아이들의 인식 (출처: National Literacy Trust 2020)

 

 

하지만, 언어능력인 읽기/쓰기에 대한 긍정적 영향력을 통계적으로 보여준 건 아니고, 서베이 응답에 기반한 거라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들 헨리와 아들에게서 들었던 친구들과의 대화, 게임 관련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전반적 결과에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게임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대화의 소재이자, 친구들과의 연결고리, 문화인 건 맞아 보인다. 헨리가 6학년 때, 포트나이트가 나오고 막 엄청난 인기를 얻었을 무렵이었다. 당시에는 모든 남자애들이 포트나이트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당시 남자애들은 학교에서 쉬는 때 어떤 대화를 하며 뭘 주로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헨리는 천연덕스럽게 "당연히 게임하지." 아니면 "게임 얘기하지."했다. 또한 아들이 좋아하던 유튜브 스타 중에 닌자란 닉네임을 가진 유튜버가 있었는데, 그는 삼성 브랜드 광고 모델로도 한때 나오기도 했다. 그는 포트나이트를 초창기부터 하며 유튜브를 통해 게임하는 법을 중계해 인기를 끌었는데, 무엇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그의 재미있고 선구자적 이미지 때문에 삼성이 모델로 기용했을 거라 본다. 

 

(물론 아들 말에 따르면 예전에 비해 포트나이트를 계속 하는 친구들은 소수인데, 그 친구들은 처음부터 계속 해와서 거의 도사급이 된 친구들이라 한다. 아울러 지금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좀더 다양한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게임 대화만 하는 건 분명 아니긴 하다. ^^ 요즘은 오히려 모두를 아우르며 인기를 독점한 게임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11-16세 아이들의 스크린 기반 읽기 매체 (출처: 상동)

 

 

 

가장 인상적이었던 아이들의 스크린 기반 읽기 매체 결과는 아들의 행태를 잘 보여줘 마치 헨리가 만든 것 같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여가 시간에 스크린 속에서 게임을 가장 많이 하고, 유튜브를 보며 산다. 미국에서 조사했다면, 틱톡(Tiktok)이 좀더 선명하고 큰 글씨로 나타났을 것 같다. 

 

아들은 포트나이트보다는 좀더 캐주얼한 모바일 게임을 더 선호한다. 가끔 친구들과 장시간 집에서 페이스타임을 할 때 살짝 들어보면 헨리가 즐겨하는 게임인 클래시 로얄(Clash Royal)에 대해 얘기한다. 그런 걸 보면 남자애들에게 게임은 사교의 장이자 친구들과 함께 노는 매개체라는 생각도 든다. 서베이 결과처럼 비디오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공유하는 문화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과 연결된 느낌을 갖게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사실상 비디오 게임은 혼자 하는 듯 하지만, 아이들은 혼자가 아닌 게임 상에서의 친구들과 혹은 주변 친구들과 함께 가상공간에서 만나 함께 노는 놀이 문화인 셈이다. 언어 능력 향상까지 게임을 통해 얻기를 바랄 수는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중독 수준이 아니라면, 게임을 통해 긍정적인 또래 문화 및 사회성을 형성해 궁극적으로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게임에 상당한 시간을 쓰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들에게 살짝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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