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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ing...

베스트바이 미스테리 쇼퍼와 단골 신랑

by 헨리맘 2020. 8. 27.

"미스테리 쇼퍼(Mystery Shopper)"란 소비자 조사 기법이 있다. 직접 쇼핑하는 것처럼 손님 행세를 하며 매장 및 서비스를 평가하는 마케팅 조사인데 주로 한국에서는 대기업들이 매장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많이 사용했다. 특히 기업에 따라 그 매장 평가 점수가 추후 인사고과 점수로까지 연결되다 보니 예민한 조사이기도 했다. 

 

이런 미스테리 쇼퍼가 되어 항상 미국 출장 시 둘러보던 매장이 바로 "베스트바이(Best Buy)"였다.

 

 

 

동네 베스트바이 매장

 

 

 

체험형 매장의 선구자격인 애플스토어와 함께 소비자가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직원의 시연을 경험하는 정서를 대중화시킨 건 베스트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스토어는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자율을 주는 반면, 베스트바이는 특별히 교육받은 직원들이 제품에 대해 설명해주고 친절하기까지 했다. 또한 애플스토어에 비해 베스트바이에서는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서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 쇼핑의 즐거움도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상품기획 담당자들과 함께 베스트바이를 들를 때면 서로가 목적이 달랐지만, 늘 얻는 게 많은 시간이었다. 상품기획자들은 본인이 기획한 제품이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식으로 설명되는지 궁금해했고, 난 마케팅 소구 포인트가 잘 전달되도록 직원들이 판매를 하는지 궁금했다. 손님 행세를 하며 직원들에게 뭐가 좋은지, 어떤 제품들이 경쟁 구도에 있는지,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 뭔지 등등 물어보며 생생한 매장의 경험을 듣는 건 소비자의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였다.  

 

미국에 살게 되면서 진짜 소비자가 되어 베스트바이를 이용하게 되었다. 우리집 대부분의 쇼핑 관련은 내 영역이지만, IT기기나 가전제품 구입은 신랑이 담당하는 편이다.

 

알고보니 그는 베스트바이를 매우 좋아했고 로열티가 있는 소비자였다. 보통 그는 사려는 IT 제품을 직접 테스트 하는 걸 좋아해 온라인으로 바로 사기보다는 베스트바이에 들렀다. 혼자서 잘 놀다 오는 곳이 베스트바이였는데, 거기 가서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지만, 내가 쇼핑하러 옷 상점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을 때의 재미와 비슷할거라고 이해했다.

 

난 그를 따라 가끔씩 베스트바이를 가긴 했지만 예전과는 달리 썩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아마도 이제는 관심 있게 봐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사라져서일 수도 있고, 미스테리 쇼퍼가 아닌 단순한 소비자가 되어서인 듯도 싶다. 예전에는 새 IT제품이 나오면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며 먼저 써봐야 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이 분야에 서서히 흥미를 잃어가는 내 모습이 가끔 낯설다. 

 

한 번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구입하려는 신랑을 따라 베스트바이를 갔다. 예전에 회사에서 했던 마지막 업무인 프리미엄 이어폰 관련 소비자 조사로 나름 이어폰 관련 지식이 있어 보스(Bose) 중에서 사면 될 거라는 내게 신랑은 굳이 같이 가서 보자했다. 매장에서 신랑은 전시된 제품을 보고, 직원의 설명을 듣고, 혼자 여러 가지 이어폰을 다 들어보고 테스트 후, 나에게도 들어보라 하며, 결국에는 가장 마음에 들며 가성비가 적절했던 보스 이어폰을 구입했다. 구입 전에 아마존과 재빨리 비교해 가격도 따져봤는데, 베스트바이에서 산 제품의 가격은 아마존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런 베스트바이의 체험형 매장, 가격 경쟁력 등이 일궈낸 로열티 있는 신랑 같은 소비자는 그간 아마존으로 인한 시장 장악에서 베스트바이가 도태하지 않는 힘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웬만한 제품은 배송이 빠른 아마존으로 주문을 하지만, 신랑은 여전히 IT제품을 살 때는 온라인 베스트바이를 이용하며 특히 요즘은 코로나 19로 인해 픽업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한다. 베스트바이는 온라인에서 주문할 경우 재고가 있는 매장 정보 및 가장 빨리 픽업할 수 있는 매장을 알려주어 산 날 바로 당일 픽업이 가능하다. 아무리 아마존 배송이 이틀 내 총알배송이라 할지라도 당일 픽업에 비해서는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 주문 시 가장 빨리 배달할 수 있는 매장에서 제품을 발송하는 게 베스트바이 온라인 주문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 베스트바이는 그간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초반 세일의 30프로가 하락하며, 1천여개의 매장을 닫고 Curbside-only(제품 구매 후 지정된 주차 장소에서 픽업만 하는 형태) 영업만 하며 125천 명의 직원 중 51천 명을 Furlough(무급휴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WFH(Work From Home: 재택근무) 및 홈스쿨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늘었고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꾸준히 투자했던 온라인 배송, 손쉬운 픽업 시스템 등으로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잘 살아남아 번창해 나가고 있다. 특히 베스트바이의 1천여개의 미국 매장은 그 특징이 미국인의 70%가 15 mile(24 km) 이내에서 접근할 수 있어 접근 용이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팬데믹 중에도 꾸준히 베스트바이에서 픽업한다며 집을 나갔던 신랑을 생각해봐도 이러한 소비자의 로열티는 쉽게 살 수 없는 기업의 자산인 듯싶다. 신랑과 같은 단골손님을 만든 건 그들이 남들과 다르게 제공하려 애썼던 무형의 서비스가 큰 힘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망해 가는 기업이 많은 이 시대 IT 선두 매장으로서의 베스트바이의 앞날이 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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