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ticing...

패션마스크 파는 갭, 애슬레타로 다시 사랑받을까?!

by 헨리맘 2020. 9. 2.

갭(Gap)은 미국에서 오래된 캐주얼 브랜드인데, 예전 미국 출장 때 꼭 들리곤 했다. 한국엔 갭이 백화점에 입점되어 다소 높은 가격대로 팔렸던 반면, 미국에선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 였다. 내가 당시 인식했던 갭은 제품의 질이 무난하나 대단히 좋지는 않아 한 철 막 입을 수 있는 브랜드였다. 출장 와서 한아름 사갔던 건 어린 아들 헨리를 위한 옷들이었는데, 애들은 늘 자라니 한 철 입는 옷으로 딱이었던 셈이다.

 

미국에 살면서 오히려 갭은 살 일이 잘 없었다. 내옷을 사기엔 갭 보다는 더 스타일리쉬한 브랜드가 많았고, 아들의 옷을 고를 때에도 캐주얼 브랜드 보단 운동복 브랜드를 찾게 되며 점차 멀어지게 된 브랜드가 갭이다.

 

갭 관련 재미있는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갭의 총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8프로가 떨어졌지만, 그 중 $130M (154억 원)어치 매출이 패션마스크 세일에서 나왔다고 한다. 세탁이 가능한 천으로 만든 패션마스크를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선보였는데, 이게 팬데믹 시장에 먹힌 것이다. 이는 전체 매출의 약 4%밖에 안되지만, 사실 갭의 입장에서는 신규 시장(?)이다. 

 

눈만 빼꼼 보이는 사람들이 익숙해진 건 오래 전이다. 바깥 출입을 줄인다고 해도 꼭 들러야 하는 생필품이나 먹거리 쇼핑을 위해 마트를 갈 때면 온통 마스크 쓴 사람 천지이니 말이다. 자유를 제한한다며 마스크를 절대 쓸 수 없다던 미국인들은 코로나19가 만연되어 안전을 제일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목걸이가 있다고 해 모든 걸 패션화한 한국에 감탄했는데, 알고보니 여기도 마스크 자체가 어느덧 패션이 되고 있었다. 처음 일회용 마스크를 몇 팩을 구매할 때는 그걸 다 쓰면 끝나겠지 했다. 씁쓸하게도 전혀 아니었고 마스크 쓰는 이 생활이 길어지며 획일적인 일회용 마스크보다는 패션마스크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출처 Gap.com)

 

 

CNBC 영상 자료에 따르면 1969년 설립 시 "The Gap"으로 출발한 갭은 당시 자유분방한 젊은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 태어난 세대)를 공략하며 그들과 이전 보수적인 부모 세대와의 거리를 뜻하는 의미로 브랜드 네이밍을 했다 한다. 아울러 1990년대 미국의 오피스룩 캐주얼화에도 기여를 했는데 그 당시 미국에 "캐주얼 프라이데이(Casual Friday)"가 생겨났다고 한다. 한국에 있을 때 2000년대 중반 이후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해 회사 다니는 복장이 점차 유연해지고 정장에서 벗어났던 걸 생각하니 미국은 한국에 비해 모든 변화가 매우 빨랐구나 싶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갭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소셜미디어 세대인 밀레니얼들(1981~1994년 태어난 세대)에게 큰 호응은 받지 못하며 더이상 캐주얼 브랜드의 대명사 역할을 못하게 되었다 한다. 비슷 비슷한 브랜드가 많아진 시장의 탓도 있겠고 갭이 표방하던 쿨한 브랜드이기에는 특색도 가격경쟁력도 광고에서의 이미지도 크게 갖추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 갭이 패션마스크 매출이 늘었다고 패션마스크 회사로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팩데믹 시대에 쿨한 마스크 파는 회사로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한 걸 갭 마케팅 담당자들은 좋아할지 싫어할지 궁금하긴 하다.  

 

 

 

 

 

 

반면, 이 시기 갭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유일하게 매출 증가를 보인 건 Athleta (애슬레타)란 갭의 하위 브랜드라 한다. 2008년 갭이 인수해 젊은층을 공략하는 운동복이자 레저복(Atheleisure: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 브랜드인데, 그간 갭의 매출 상승을 견인하였다. 아울러 이번 분기에도 유일하게 매출이 증가한 부문이었다 하니, 평상복으로 운동복을 즐기는 미국인들에게 집콕 생활로 인해 점점 더 트렌디한 운동복이 대세가 되고 있나 보다. 게다가 애슬레타 대비 고가이면서 시장에서의 선두주자이자 경쟁사인 룰루레몬(Lululemon)은 올해 고성장으로 코로나 시대 주가가 3배가 뛰었다고 한다.

 

하긴 요즘의 나를 들여다봐도 한껏 멋부리고 밖에 나가는 게 강아지 해리와의 밤 산책 때이기도 하다. 여전히 재택근무 중인 신랑과 거의 함께 나가는데, 신랑은 집 앞에 가며 뭘 그리 운동복을 예쁘게 차려입느냐 하지만 이렇게 라도 차려입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요즘의 생활이다. (클라짓 안의 여름 옷은 그러고 보니 올해 삼분의 일도 손대지 않은 듯 싶다.)

 

갭은 그렇다면 젊은 층을 위한 트렌디한 운동복으로 선회해 갭 에슬레타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게 예전의 쿨한 브랜드 정체성을 그나마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패션마스크 회사로 변모하기에는 갭이 쌓았던 브랜드 명성이 아까울 듯 하다.  

 

 

 

[애슬레타 관련 이전 글]

 

 

스타일리쉬하고파, 운동복 말고 평상복!

아들이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 처음 한 두 달간은 학교 로비에서 헨리를 기다렸다. 그때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미국인들이 나를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 지금도 웃음이

feelingmoments.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