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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to live in US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by 헨리맘 2020. 6. 23.

며칠 바람이 좀 심상치 않더니, 아침부터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다. 휴스턴은 멕시코만을 낀 바다를 접하고 있어 덥고 습한 편이다. 그래서 비가 올 때면 한국의 봄비보다는 장맛비를 연상시킨다. 장마도 집중호우 때 내리는 비의 모양새고, 거기에 차가 흔들릴 듯한 강풍을 더하면 딱이다. 어느덧 6월도 월말을 향해가니, 이미 허리케인 시즌에 접어들었다. 허리케인 시즌은 6월에서 11월까지이다. 

 

삼 년 전, 약 백 년 만에 휴스턴 지역을 강타한 카테고리 4의 무시무시한 허리케인, 하비(Harvey)를 겪었다. 당시는 우리가 이사 오기 전인데 신랑 동료의 집이 잠겼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헨리 친구들은 그래서 엄청난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면, 꼭  "하비 같은데" 한다. 친한 이웃은 우리 살던 동네가 당시 침수되지는 않았지만 그 앞 동네까지 침수되며 곧 닥칠지도 모른다 생각해 온 가족이 준비 태세였다고 했다. 그때 보여준 사진들을 보면 당시 하비가 얼마나 큰 자연재해였을지 이해가 된다.  

 

 

 

허리케인 Harvey 때 광경 (Aug, 2017)

 

동네 이웃이 당시 상황을 공유해준 모습

 

 

 

날씨 예보를 봐도 그래서인지 항상 허리케인 발생 가능성에 대해 알려주고, 늘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일단은 비가 오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며칠 전 헨리 치과 약속이 있었는데 진료가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폭우가 내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풍과 폭우에 헨리는 오호~ 엄청난데 하며 자기 지금 밖이라며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신났다. 그때 운전하는 이 엄마는 앞은 하나도 안 보이고 차도 거의 우리밖에 없는 도로를 엉금엉금 운전해 돌아오며 엄청 긴장했다.  

 

참고로 미국의 허리케인은 한국에서 흔히 접하던 태풍과 같다. 지역에 따라 용어를 다르게 부르지만 둘 다 모두 강한 아열대성 폭풍(Tropical Storms)인 셈이다. 대개 허리케인 경보가 있기 전에는 아열대성 폭풍에 대한 경보가 오는데 이는 점차 강해져 허리케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어릴 적, 중학교 때 서울에서 한번 엄청난 물난리가 났다. 친구 중 한명이 집이 좀 먼 친구였는지 당시 우리가 살던 동네는 큰 피해가 없었는데 그날 그 친구는 혼자 물에 흠뻑 젖은 채 청바지를 다 걷어 입고 학교에 늦게 나타났던 기억이 난다. 미국은 그렇게 심한 날씨예보일 때는 이동을 최대한 제한시킨다. 일단 날씨예보에서 폭풍으로 인해 심한 폭우가 오거나 심한 천둥/번개가 치게 되면 학교가 취소되기도 하고, 학교를 마칠 때쯤 날씨예보가 나쁜 상황인 경우는 일정 시간 동안 아이들은 하교할 수가 없다. 날씨 상황이 좋아진 후에야 하교 버스를 운행하고, 아이들을 픽업하기 위한 부모들의 차량도 움직일 수 있다.  

 

한편 오클라호마에서 이사 왔다고 하면, 미국인들이 꼭 건네는 질문이 있다.

 

정말 그렇게 토네이도가 많이 오고, 어땠냐는 거였는데 사실 그 말은 틀리지 않다. 오클라호마는 토네이도 지대인데  집중적인 시즌이 3~5월이지만 그 외에도 시도 때도 없이 한 번씩은 오는 게 토네이도였다. 그쪽 지역은 쉘터(Shelter)가 있는 집도 있었다. 일단 토네이도 경보가 울리면 집 안 내 창문이 없고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숨으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좀 처음에는 무서웠다. 숨어야 할 정도라고 하니. 하라는 대로 어린애인 헨리는 헬맷까지 씌웠다. 일단 토네이도 경보가 울리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중요한 신분증이나 물품 등을 챙겨 들고 있으라 한다. 

 

 

 

우리 세 가족이 숨어있던 작은 런더리룸(Laundry Room)

 

 

 

사는 동안 가장 심하게 동네 근방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했던 건 두어 번인데, 토네이도 알람은 항상 주시해야 했다. 잊을만하면 토네이도가 한번씩 왔다. 심하게 근방으로 토네이도가 올 땐 사실 알람 자체가 더 무서움을 야기했다. 일단 전기가 나가게 되면 문이 안 열릴 우려가 있어, 거라지(Garage)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동네 전체가 "삐삐" 거리는 알람 소리로 가득하며, 상황을 보기 위해 켠 티브이에선 쉘터로 가라, 창문이 없는 곳에 빨리 숨어라, 지금 어디 지역에 접근 중이다 등등하는 방송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니, 이쯤이면 진짜 전시 상황 같은 두려움이 든다.

 

우리는 세 가족이 비좁은 런더리룸(Laundry room)에 숨었는데, 어떤 때는 자고 있다가 별안간 온 알람 때문에 헨리를 들쳐업고 이곳으로 가 숨기도 했다. 한 번은 집 전기가 끊겼다. 만일을 대비해 비상사태 대비용으로 버너를 샀는데, 나중엔 토네이도 알람이 오면 우리 가족은 런더리 룸과 붙어있는 화장실에서 버너로 컵라면을 끓여 먹으며 알람이 해제되길 기다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이지만, 당시 울리던 알람 소리는 너무 무서웠다. 큰 피해 없이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처럼 토네이도에 빨려 들어가지 않아서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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