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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 activities

체육활동의 이면, 랭킹 시스템

by 헨리맘 2020. 7. 12.

미국은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생하며 각자 바이러스를 피해 알아서 잘 살아가는 일상으로 변한 듯하다.

 

방학이 되고부터, 헨리는 매일 마스크를 낀 채 새벽 수영을 나가고 있고 다른 집들도 보니 헨리 또래의 애들은 베이스볼, 테니스 등 기존에 하던 운동으로 다들 하나둘씩 복귀한 듯해 보인다. 라커를 사용 못하며 수영을 할 때 빼곤 마스크를 껴야 하는 아들의 수영 클럽처럼 아마도 나름의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운동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두 달 간 닫혀 있다 처음 재오픈했을 때 수영 시간 (May, 2020)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매 달마다 각종 수영 경기를 나가던 헨리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올림픽 나가려 하냐?" 물어보기도 하고 이곳에서도 우리 애는 수영을 한다고 할 때면 어김없이 같은 말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웃고 넘기곤 하지만, 아들을 따라다니며 수영 경기를 지켜본 결과, 이곳 대표로 올림픽에 나간다는 건 정말로 월등한 수준이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중학교 때 받았던 내 성적표에는 과목별 점수 외에 전체 같은 학년 중 등수, 전교생 중 등수, 반 전체에서의 등수, 여자 중에서의 등수 등이 찍혀있었다. 지금도 중학교 성적표가 그런 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성적표를 받을 때면 내 점수보단 등수를 먼저 확인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 성적표 받자마자 울던 친구들이나 친구들 사이 도는 무서운 이야기/비관 자살 이야기 등의 원인은 떨어진 반 등수 때문이었다. 그만큼 다들 이 "등수"란 것에 민감했었던 기억이다. 

 

반면, 여기서 본 헨리 중학교 성적표에는 몇 등인지 이런 랭킹은 없었다. 각 과목별 점수와 그레이드 스케일(Grade Scale: A=90~100, B=... 등의 설명), 행동평가(Conduct: E=Excellent,..)만 나와 있다.

 

물론 아너 롤(Honor Roll) 등의 상장을 한 학년이 끝날 때마다 주는데, 이때엔 모든 과목이 A어야 하고 과목별 상장도 별도로 주는데 역시 그 과목 성적은 A 이상이어야 한다. 헨리는 늘 아너 롤도 받고 과목별 상장도 학년 당 한 개씩은 받아 온다. 작년엔 Writing 상장을 받았는데, Writing은 점수로만 보면 100점은 아니었다. 100점 기준으로만 준다면 아마 늘 성적의 탑인 중국애들이나 인도애들이 받아야 하지만, 과목별 상은 탤런트를 보고 뽑는 듯하다.

 

하지만 아들 얘기를 들어보면, 성적 일등이 누구인지 이런 건 친구들의 관심 밖이며 누가 어떤 과목을 잘한다거나 어떤 애들이 공부를 좀 더 잘하는 편에 속한다는 정도만 아는 듯하다. 한국에서처럼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선생님이 그 학생을 제일 예뻐하고 반 친구들이 저절로 그 애를 따르고 이런 모습은 이 곳에는 흔치 않은 모습인 듯하다. 오히려 공부만 잘할 경우 중학생 때는 너드(Nerd: 괴짜라는 의미이지만, 여기 애들이 의미하는 건 공부만 엄청 잘하는 찌질이?)라 해 놀림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성적에 대한 랭킹은 11학년이 돼서야 나온다 들었는데, 아직 헨리가 어려 고등학교가 어떤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아주 나중에 언제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계속 블로그 가 봅니다!^^)

 

다만 한국에서 학업 성적의 서열화가 강하다면, 미국에서도 만만치 않은 서열화를 발견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운동이다.

 

아들 수영의 경우를 보면, Meet Mobile (밋모빌: 수영 경기를 보통 Swim Meet이라 칭하는데, 경기 때마다 경기 관련 스케줄, 선수, 기록, 랭킹 등 정보를 알려주는 유료앱)을 필수로 사용한다.

 

수영에서는 사실 경기 때 0.10초가 1등과 2등을 가르기 때문에, 그 간발의 차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간발의 차로 이뤄낸 어린 선수들의 경기 결과는 대회별, 팀별, 선수별 랭킹이 기록과 함께 서열화되어 나오고, 우리 애가 경기를 뛰면 바로 쳐다보는 결과가 이 앱이다. 매 경기 수영 기록이 단축되는 건 실력 향상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긴 하지만, 역시 경기에서 중요한 건 여기에서도 바로 "등수"이다. 

 

 

Meet Mobile 좌 50미터 자유형 선수들 랭킹(헨리 9등), 우 아들의 경기 랭킹/기록 예시

 

 

난 블로그에 수영 관련 글을 포스팅하며 아들이 수영 경기 때면 즐기며 친구들과 놀며 한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본인의 등수와 기록 단축에 엄청 민감하기도 하다. 학교 끝나고 평상시 많은 시간을 들여 운동을 하는 만큼 경기 성적이 안 나오면 다들 너무 속상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수영 경기 때면 한쪽 편에서 혼자 울고 있거나, 너무 울어 얼굴이 벌겋고 퉁퉁 불어버린 듯한 아이들의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물론 아들 역시 기대하던 대로 기록 단축이 안될 때면 많이 속상해했다. 

 

그리고 아들이 속한 그룹 연령대가 높아지며, Prelims(예선)와 Finals(결선)를 하루에 다 치르는 경기에 나가게 되며 경기 후 아들의 피로감 역시 배가가 되었다. 헨리는 스프린터(Sprinter: 단거리에 강한 타입)인데, 예컨대 이번 삼일 간의 마지막 챔피언쉽 경기 땐 개인 이벤트 및 릴레이를 합쳐 약 15경기를 했다. (Top5 이런 애들은 거의 20경기쯤 했을 것이고, 그 사이사이 몸을 풀어주는 수영을 또 하니 그 운동량이 어마어마한 셈!) 헨리 말론, 마지막 날은 접영을 하는데 팔이 마음대로 안 올라가더라 했다. (난 그 때 마사지사가 되었다.)

 

예전에 신랑 동료 아들이 하는 베이스볼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수영과 같은 Meet Mobile 비슷한 앱을 야구에서도 이용한다 들었다. 아마 베이스볼 같은 팀스포츠의 경우에도 리그 결과, 랭킹 등이 아마 팀별로 자세히 나올 거라 짐작이 된다. 마찬가지로 베이스볼 투수인인 그 집 아들은 리그가 펼쳐질 때마다 여러 도시를 오가며 상당 시간을 시합에 쓴다.

 

이러니, 너무 공부만 하지 않고 생활체육을 하는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이 좋지만 이면에는 서열화, 점수화된 미국의 모습은 이곳에 살기 전엔 알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미국은 대학을 갈 때 성적 외 운동 등의 과외 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이 중요하다 들었는데, 랭킹 시스템이 그런 목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나 싶어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아들은 수영을 무척 좋아하고, 공부와는 달리 운동을 즐기면서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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